목기론

 

                                 이가은

 

잘 벼린 도끼날로

막무가내 찍어 넘긴

죄 없는 생목숨을

서서히 말리다가

기왕의 존재를 버리고

환생의 길 걷기까지

 

잘리고 뒤틀린 몸 천근 무게로 중심 잡고

아물지 못한 상처 거풍시켜 갈무릴 때

차라리 인고의 세월 숙명으로 안기까지

 

모질게 궁굴리고

깎고 또 다듬어서

결 고운 무늬 되어

별을 품고 꿈꾸듯이

죽어서 영원히 사는

빛나는 이름 얻기까지

 

 

시작詩作 노트

목기는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결 고운 무늬에 정이 간다. 그 제조 과정에 깃든 긴 시간과 정교하게 깎고 다듬은 정성이 감동적이다. 어쩌면 사람의 한 생도 수많은 고통과 시련의 구비를 넘어 인내와 슬기로 다져온 숱한 내력의 장하고 빛나는 삶을 비유해 쓴 작품이다.

 

이가은 프로필

2004월간문학등단. 부천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인성교육개발위원. 한국여성시조문학회 이사.

한국여성시조문학상 · 경기시조문학 대상 수상,

시조집 문자 메시지』 『가을과 겨울 사이』 『따뜻한 중심

 

이가은 시인
이가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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