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유적숲길: 수주문학관 – 부천식물원 코스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대표회장 허원배, 공동회장 조용익, 이하 부천지속협)는 지난 9()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소속 위원 및 시민 참가자들과 함께 부천둘레길첫 번째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부천둘레길은 부천시 외곽의 산과 공원, 들판과 하천을 하나의 길로 연결하고 테마길을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힐링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1~6구간 48km가 만들어졌으나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이용객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부천지속협은 둘레길 1~6구간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시민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건강권 증진은 물론, 숲 해설과 문화해설 등 둘레길 구간의 생태·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경제적 가능성도 살펴볼 예정이다. ‘부천둘레길을 부천시의 각종 국제행사와 축제, 문화행사 등과 연계해 활용한다면 경제적 효과도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니터링 시작 전 수주문학관 앞에서 포즈를 취한 조사대원들.  
모니터링 시작 전 수주문학관 앞에서 포즈를 취한 조사대원들.  

 

수주문학관을 출발하여 고강선사유적공원, 능고개, 수렁고개를 거쳐 부천식물원에 이르는 첫 번째 모니터링 코스에서 조사원들은 김동숙 활동가(인천녹색연합 초록교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레길의 생태환경 노면 상태 안내판 이정표 쉼터, 휴게시설 체육시설 안전난간 화장실 포토존 흙먼지 털이 시설 대피소 설치 필요성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고강선사유적공원은 이곳이 과연 청동기시대 주거지 20, 석곽묘 10, 무문토기 13, 석기류 145점 등이 확인된 선사시대 유적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 표지판은 내용상의 오류도 문제지만 어떤 것은 아예 글씨가 다 지워져 판독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스테인리스강 구조물을 세우고 아크릴로 벽체와 지붕을 덮은 ‘1호 움집자리는 문화도시 부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엉성하기 짝이 없다.

 

고강선사유적공원 내 1호 움집자리
고강선사유적공원 내 1호 움집자리
부천 고강동 선사유적 소개 안내판. 왼쪽 안내판은 훼손이 심해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부천 고강동 선사유적 소개 안내판. 왼쪽 안내판은 훼손이 심해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고리울구름다리는 길이 70m, 2.5m의 강관 아치교로 외형이 KTX 고속열차를 형상화해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은 물론 차량의 안전과 고속도로 미관을 고려했다고 하는데 겨우 사람만 건널 수 있을 뿐 다른 생명체를 위한 생태 통로로서의 기능은 하지 못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뭐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 50년간 건설·유지 비용(6천억 원)200%를 넘은 금액인 13천억 원가량 통행료 수입을 얻었으면 어엿한 생태 통로 하나쯤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도로공사의 그런 몰염치한 태도에 뿔이 났는지 구름다리를 지나자 한 무리의 장승이 몹시 험악한(?) 표정으로 경인고속도로를 내려다보고 있다.

 

범바위산 전망대 아래에서 만난 장승군(群)
범바위산 전망대 아래에서 만난 장승군(群)
부천지속협 조사요원이 보수가 시급한 안내판을 가리켜보이고 있다.
부천지속협 조사요원이 보수가 시급한 안내판을 가리켜보이고 있다.

 

범바위산 꼭대기에 있는 적석환구유적을 지나 능고개로 향하는 길은 여기저기 돌멩이가 돌출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근본은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황톳길이다. 조사대원 중 몇 사람은 자주 이 길을 걸었던 모양으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신발을 벗어 배낭에 매단다.

한때 과학고가 들어오리라는 설이 무성했던 옛 군부대 터는 아직 용도가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았는지 적막감만 감돌고, 출입금지 팻말이 부착된 철조망에는 보초병 대신 무당거미가 단단히 그물을 쳤다. ‘이곳이 혹 38선 아닌가?’ 하는 착각 속에 철조망을 따라 계속 전진하다 보니 이번에는 펜스형 철조망에 나선형 철조망을 겹쳐놓은 구간이 나온다. 길은 좁은데다 철조망이 바로 맞닿아 있어 부상 위험이 매우 큰 곳이다. 안전을 위해서 나선형 철조망만이라도 빠른 철거가 필요해 보인다.

 

철조망 앞에 무당거미가 삼중 그물을 쳤다.
철조망 앞에 무당거미가 삼중 그물을 쳤다.
8253부대의 펜스형 철조망에 나선형 철조망이 겹쳐 있어 이용객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능고개에 있는 경숙옹주의 묘에 들를 예정이었으나 무성한 잡초 때문에 진입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동부천 IC 건설 반대 시위가 한창일 무렵,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 위해 꿈에 경숙옹주의 묘에 노닐다라는 시를 쓴 적 있으나 결론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리하여 이번 부천지속협 위원들에게만이라도 환경 보전에 관한 나의 충심을 알리고 싶었으나 또다시 무산되고 말았으니 아무래도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시가 아닌가 싶다. 시는 능고개 유택에서 450여 년을 머물던 경숙옹주가 동부천 IC 건설로 주변 생태환경이 파괴됨에 따라 다른 곳으로 거처 옮기기로 하고 맹꽁이, 솔부엉이, 금개구리 등과 이별한다는 내용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 클릭하기 바란다)

 

능고개에서 만난 시민으로보터 방범용 CCTV설치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부천지속협 조사요원들.
능고개에서 만난 시민으로보터 방범용 CCTV설치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부천지속협 조사요원들.
주말을 맞아 능고개에 시장이 열렸다. 과일과 야채를 파는 할머니는 40년째 산 아래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고 한다.
주말을 맞아 능고개에 시장이 열렸다. 과일과 야채를 파는 할머니는 40년째 산 아래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고 한다.

 

까치울터널 위로 이어진 둘레길은 하나의 길에 양천둘레길, 경기둘레길, 부천둘레길 등 세 개의 이름이 붙어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양천둘레길 표지판만 세워져 있고 나머지 표지판은 보이지 않는다. 조사대원들 사이에서 이곳이 경기 둘레길 55코스 부천구간이자 부천둘레길 제1코스 향토유적숲길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세웠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덧붙여, 둘레길 곳곳에 설치된 이정표를 보면 그야말로 방향과 거리만을 표시하고 있을 뿐, 부천이라는 도시의 특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멀리서 바라만 봐도 이곳이 부천임을 알 수 있는 그런 특색 있는 이정표를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강동선사유적공원에서 만난 솟대
고강동선사유적공원에서 만난 솟대

 

예전, 대장동 들길을 걸을 때 쌍수문, 꺼먹다리, 말무덤, 긴등다리, 데부둑 등의 지명을 솟대에 부착한 이정표를 본 적 있다. 비록 작은 이정표에 불과하지만, 솟대 하나만으로도 그곳 대장동이 오랜 역사를 지닌 땅이고 평화로운 세상이며 신성한 고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 뿌듯했다. 더구나 우리 부천에는 선사시대 제천의식을 치렀던 고강동 선사유적이 있지 않은가?  솟대를 부천의 상징으로 삼아 둘레길 이정표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까치울정수장이 내려다보이는 수렁고개를 지나면서부터는 부천둘레길이 다시 구로올레길과 겹친다. 부천식물원 철조망을 끼고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왠지 체한 것처럼 속이 더부룩하고 가슴이 마구 두근거린다. 다른 이유는 없고 아무래도 동부천 IC 공사가 시작됐을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 때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부천식물원 주차장에 들어서자 저만치 작동산이 이마에 붉은 피를 뚝뚝 흘린 채 우두커니 서 있다.

 

작동산 동부천 IC 건설공사 예정지. 나무는 잘려나고가 황토흙이 벌건 속살을 드러냈다.
작동산 동부천 IC 건설공사 예정지. 나무는 잘려나고가 황토흙이 벌건 속살을 드러냈다.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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