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도서관 담당 공무원들의 어처구니없는 '갑질'

▲ 2월 11일 부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부천시립도서관 노동자들의 기자회견

지난 1월 말, 부천 시립도서관의 비정규직 탄압 사례를 조사해 달라는 제보가 콩나물신문사로 들어왔다. 2월 초에 민주노총 부천시흥김포지부 사무실을 방문해 이야기를 들었다.

부천시는 시립도서관 경비·미화 노동자 52명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용역업체에서 데려오는 식으로 ‘간접고용’을 한다. 매년 초 부천시가 입찰공고를 올리면 공개입찰에 지원한 용역업체들 중 한 곳이 경비·미화 노동자들의 ‘고용주’가 된다. 용역업체는 부천시에서 돈을 받으니 부천시가 갑, 용역업체가 을, 경비·미화 노동자들이 병이 되는 셈이다. 용역업체는 매년 바뀐다.

경비·미화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사람들을 볼 일이 거의 없다. 도서관의 경비와 미화는 부천시 공무원들이 관리하고 감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경비·미화 노동자들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을’인 용역업체에 떠넘긴다. 물론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을 책임지는 것이 법적으로 맞다. 경비·미화 노동자들은 부천시 소속이 아니라 엄연히 용역업체 소속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노동자들을 쥐락펴락 하는 존재는 부천시 공무원들이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 보자.

1. 2012년, 부천시 공무원들은 미화 노동자들에게 느닷없이 도서관 바깥 조경 업무를 맡겼다. 도서관 안팎 청소, 쓰레기 버리기, 물잔 닦기 등 할 일이 산더미인데 거기다 잡초를 뽑고 나뭇가지를 자르라고 시킨 것이다. 조경 업무를 위해 도서관은 미화 노동자들에게 낫 한 자루씩을 쥐여 주었을 뿐이다. 이 해프닝은 노동자들이 반발하자 없었던 일이 되었다.

2. 2013년, 부천시 공무원들은 경비 노동자들에게 도서관 안내 및 경비 업무 말고도 각종 시설물을 관리하고 수리하는 업무까지 맡기며 임금을 올려 주겠다고 약속했다. 공무원들은 이어 경비 노동자들이 시설물 관련 자격증을 따도록 했고 노동자들은 자기 돈을 들여 자격증을 딴 뒤 시설 업무도 수행했다. 그러나 임금을 올려 주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3. 경비·미화 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매년 바뀌는 만큼 퇴직금도 매년 지급받는다. 2014년 3월에는 퇴직금이 적게 지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노동자들이 이전 용역업체에 거세게 항의하자 퇴직금이 세 번에 걸쳐 추가로 지급되었는데 부천시 공무원들은 공연히 일을 더 크게 만들어 시끄럽게 했다며 노동자들에게 용역업체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4. 결국 더는 못 참은 경비·미화 노동자들은 2014년 5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러나 노조 결성을 반기는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일하다 허리를 다친 미화 노동자는 산재를 신청했지만 공무원들의 압력에 못 이겨 사직서를 썼고 그 자리엔 담당 공무원의 친인척이라는 ‘의혹’이 있는 사람이 들어갔다. 게다가 노조 설립 이후 공무원들은 경비·미화 노동자들 전용 ‘출퇴근 카드’를 만들어 카드 체크를 감시하기 위해 CCTV까지 동원했다. 인권침해라는 항의를 받자 공무원들은 카드 체크기를 공무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에 옮겨다 놨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천 시립도서관 경비·미화 노동자들은 2015년을 맞이했고 고용 승계와 단체협약 승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새 공개입찰에서는 경비와 미화 따로따로 용역업체 두 곳이 선정됐다. 지난해까지 있었던 용역업체와는 노조가 이미 단체협약을 맺었는데 그 협약을 올해까지 승계해 줄지는 부천시 공무원들만이 알고 있다. 다행히 고용은 전부 승계되어 아무도 해고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노조가 없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노동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