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作하다, 나를 발견하다

안녕하세요,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부천여성문학회 회장 서금숙입니다. 문학은 언어를 통해 삶을 미적으로 형상화하는 예술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문학을 이야기하며 그것이 쓸모없는 사치품으로 전락했다고 안타까워하지만, 그러나 여전히 문학은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흥미를 느끼는 장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흥미로움과 관심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인생, 우리네 삶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시학에 적고 있습니다. 문학은 곧 삶에서 나오고, 삶을 반추하는 거울이기에 문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삶을 이해한다는 뜻이 됩니다. 아직도 문학을 생소하고 멀게만 느끼는 독자들을 위하여 문학 초보자 시절의 제 얘기를 잠깐 할까요?

 

2023년 부천여성문학회 시화전에서 포즈를 취한 회원들. 사진 왼쪽부터 박미현 시인, 윤석금 시인, 정령 시인, 박영녀 시인, 고경숙 시인, 서금숙 시인, 박선희 시인, 최숙미 소설가&수필가, 이경화 수필가
2023년 부천여성문학회 시화전에서 포즈를 취한 회원들. 사진 왼쪽부터 박미현 시인, 윤석금 시인, 정령 시인, 박영녀 시인, 고경숙 시인, 서금숙 시인, 박선희 시인, 최숙미 소설가&수필가, 이경화 수필가

 

#문학에 첫발을 들이게 된 나의 경험담

벌써 7~8년 전 일입니다. 잃어버린 주민등록증을 다시 만들기 위해 동사무소에 갔다가 무엇엔가 이끌리듯 새로 건립된 송내어울마당을 찾게 되었고, 무턱대고 시 창작반 동아리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시를 쓴다는 건 완전히 다른 세계에 태어나는 거나 마찬가지인,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시를 배우면서 비록 현실에서는 불가능할지라도, 말라비틀어진 꽃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얼어붙은 땅에 꽃을 피우는 일이 문학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마치 내가 새로 태어난 것만 같았습니다. 그땐, 너무도 기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밤새 시집을 찾아 읽으면서도 피곤할 줄 몰랐습니다. 비록 어설픈 시이지만 일주일에 두 편씩,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가져가 퇴고를 거듭하던 그 시절이야말로 제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 중 하나였습니다.

 

2023 부천여성문학회 시화전 출품작 (박미현 시인) 
2023 부천여성문학회 시화전 출품작 (박미현 시인) 
2023 부천여성문학회 시화전 출품작(서금숙 시인)
2023 부천여성문학회 시화전 출품작(서금숙 시인)

 

#문학을 꿈꾸는 여성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하지만 문학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 세계입니다. 가정 주부이면서 베이커리 점주인 저는 집과 가게 일도 소홀히 할 수 없었기에, 시인의 길을 걷는 것이 사실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시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닌가 봐’, ‘문학은 내게 너무 사치스러운 예술이야등 문학에 대한 약간의 회의와 자책이 밀려올 무렵, 파블로 네루다의 만월은 오늘 밤 그 밀가루를 어디다 두었다지?’라는 시 한 구절은 제 삶의 기본자세를 바꿔놓았습니다.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열심히 빵을 만들며 시도 쓰니, 마치 달이 된 것처럼 삐딱하던 생각도 둥글둥글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부천에서 자기의 시 세계를 확고하게 다져가는 고경숙 시인의 권유로 부천여성문학회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2023 부천여성문학회 북콘서트.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경화 수필가, 전해미 수필가, 차경녀 시인,  정령 시인, 박미현 시인, 김명환 시인, 최숙미 수필가&소설가, 박선희 시인, 서금숙 시인, 김상미 시인, 고경숙 시인, 박영녀 시인
2023 부천여성문학회 북콘서트.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경화 수필가, 전해미 수필가, 차경녀 시인,  정령 시인, 박미현 시인, 김명환 시인, 최숙미 수필가&소설가, 박선희 시인, 서금숙 시인, 김상미 시인, 고경숙 시인, 박영녀 시인

 

#부천여성문학회의 역사

부천여성문학회는 1994년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에 소속된 여성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창립한 문학동호회로 처음 이름은 부천여류문학회(초대회장 김가배)였습니다. 창립과 동시에 1994412, 부천여류문학을 창간했는데, 창간호에는 권효남의 시 시인의 길8, 김가배의 시 판토마임9, 김재숙의 시 외삼촌9, 김철기의 시 불의 형상9, 박정자의 시 감상9, 송영심의 시 섣달 일기6, 이명숙의 시 불꽃5, 이서림의 시 고독한 날4, 정정하의 시 들국화7, 진현주의 시 저 뜰9, 차영숙의 시 낙엽6, 황연옥의 시 봄을 열면서11편이 실려 있습니다.

부천여류문학회는 2001년부터 명칭을 부천여성문학회로 바꾸고 동인지 명칭도 부천여성문학으로 바꾸었으며, 올해 대망의 30집 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천여성문학 21집 (사진출처 고경숙 시인 페이스북)
부천여성문학 21집 (사진출처 고경숙 시인 페이스북)

 

#2023년 부천여성문학회 활동 돌아보기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부천여성문학회는 창립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동아리 문집 부천여성문학을 발간해 왔으며, 회원들은 부천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각종 문학대회 입상과 문학상 수상 등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올해, 2023년에도 부천여성문학회는 활발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1월에는 신춘문예 시 합평회를 열었고, 2월에는 김상미 시인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으며 6월에는 양주에 있는 장욱진 미술관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8월에는 송내어울마당 아리솔갤러리에서 고경숙, 김명환, 박미현, 박선희, 박영녀, 서금숙, 윤석금, 이경화, 전해미, 정령, 최명선, 최숙미, 차경녀 등 13명의 작가가 참여한 부천여성문학회 시화전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부천여성문학회 시화전은 매년 독특한 아이디어로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문학 30, 詩作하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올해 시화전 또한 양초와 에코백을 이용한 시화 제작으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였습니다.

2023 부천여성문학회 시화전에 선보인 양초 시화
2023 부천여성문학회 시화전에 선보인 양초 시화

 

#부천여성문학회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부천여성문학회에 언제까지 몸담기를 바라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감히 시를 쓰다 죽을 때까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는 이제 제 분신처럼 소중해졌고, 그토록 소중한 시를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사는 삶은 제 인생의 또 다른 목표가 되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 듯 정성껏 쓴 시를 예쁜 시집에 담아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문학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소수의 사람만 즐기는 예술이 아닙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시인이라는 말이 있듯, 인간은 누구나 시인이 될 소질을 갖고 태어납니다. 그 감춰진 재능을 활짝 펼쳐 보이길 원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우리 부천여성문학회의 문을 두드리십시오. , 수필, 소설 등 부천여성문학회의 유능한 작가들이 여러분을 아름다운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서금숙(부천여성문학회 회장)

 

부천여성문학회 서금숙 회장
부천여성문학회 서금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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