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저는 동네 의사로 다양한 환자들을 봅니다. 아무래도 젊은 환자들보다는 노인 환자분들이 더 많습니다. 노인 환자분들은 단순한 감기부터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절염 등 여러 문제로 오십니다. 그만큼 다른 건강 상태를 갖고 있습니다. 같은 나이여도 말짱하게 걸어 다니시면서 예방접종을 하러 오거나 혈압약만 타러 오시는 분도 있고, 걷기 어려워 지지대를 쓰거나 보호자의 손을 잡고 오시며 진료 창을 가득 덮을 만큼 약을 받는 분들도 있습니다. 환자들을 진료하며 계속 마주하다 보니 어떻게 건강하게 늙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건강한 노화에 있어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독립적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한 기능 유지입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가능한 최소한으로 받으며 혼자 생활할 수 있을 때 행동의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상을 지내기 위해서는 목욕하기, 옷 입기, 식사하기 등 일상적인 활동부터 전화 사용, 금전 관리, 식사 준비까지 조금 더 복잡한 활동 등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걸을 수 있는 다리 근력, 정해진 절차를 따를 수 있는 인지력 등 여러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 외에도 노인 건강에는 통증 관리를 통한 삶의 질 유지,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 관리를 통한 합병증 예방 등 다양한 요소가 관여합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서로서로 영향을 주기에, 한 가지의 문제만 콕 집어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건강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전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노인 건강에는 의학과 사회적 지지체계가 자신의 역할을 잘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학은 항암치료 신약 등 최첨단 기술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과 질병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기반으로 한 인간적인 의학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노인의 건강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노년병과, 노년내과라는 개념이 나왔습니다. 소아가 성인과 다르듯, 노인이 되며 오는 신체 변화를 이해하고 노인의 생활습관 관리, 여러 과에서 처방된 약에 대한 조정, 말기 및 임종 의료까지 담당하는 분과입니다.

미국 의사 아툴 가완디가 쓴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이 있습니다. 건강한 노화를 위해 의학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에서 노인의학 의사가 나오는데, 이 의사는 진료할 때 환자에 대한 전반적인 건강 평가와 약 관리를 합니다. 그에 더해 발을 꼼꼼히 봅니다. 발 관리,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참 중요합니다. 발 관리를 잘해야 넘어지지 않고, 그로 인한 골절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골절되면 회복이 쉽지 않거나, 아예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에 올바른 발 관리부터 시행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전인적인 의학은 분명히 노인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의학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건강과 기능 유지에 관여한다면, 사회적 지지체계는 의료 시스템과 함께 노인이 혼자 생활하기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한국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한 요양보호사 집 방문과 요양원 지원 등이 있습니다. 그 외 실버타운 등 자가로 받는 서비스가 있겠습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의원과 연계하여 요양원 계약 의사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갔던 요양원에서는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 프로그램 강사분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양원 자체가 노인분들 개개인의 필요를 온전히 채우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돈의 논리 안에서 어르신들을 방치하거나 통제하는 요양원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의 부족을 해결함과 함께 함께 노인 요양 시설 및 지원 서비스를 다양화해야 합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는 그 예로 노인 공동 주거 시설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에서 노인들은 평소에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식사 도움이나 긴급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지지체계의 발전을 위해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노화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저 또한 친구들과, 늙으면 같이 손에 손잡고 요양시설에 들어가자는 말을 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늙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고민해야 합니다. 혼자의 건강과 생활을 챙기기는 쉬운 방법이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살아가며, 늙어가며 우리는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늙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늙고 싶은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겠지요. 질문과 고민과 행동이 모일 때, 사회가 변하고 우리가 변할 수 있습니다.

 

하정은(부천시민의원 원장)

 

하정은 원장
하정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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