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을 기반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양화가 류제봉(柳濟鳳)2023년 부천미술-올해의 작가전수상 작가로 선정되어 오는 111()부터 6()까지 송내어울마당 아리솔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지난 2020, ‘모딜리아니를 사랑한 화가라는 제목으로 콩나물신문에 소개된 바 있는 류제봉 작가는 경기도 부천 출신으로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내외 초대전 및 그룹전 300여 회, 개인전 37회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류제봉 작가는 현재 한국미협(1994~), 부천미협(1998~), 경희동문(1990~) 회원으로도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그동안 경인미술대전운영위원, 신미술대전, 피카디리미술, 한국미술관 초대작가, 경기여류회지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주로 페인팅 나이프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류제봉 작가는 이번 2023년 부천미술-올해의 작가전공모에 빛과 함께라는 제목의 연작 시리즈를 출품해 수상 작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빛과 함께의 주요 소재는 도회지 후미진 골목의 밀집된 건물들이다. 때로는 동화 속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 밝은 색감이 주는 따뜻함은 고단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닮았다.

이국적 도시의 가옥들이 지닌 기하학적 형태미는 어느 순간 순수추상의 형태로 모더니즘 회화가 끊임없이 강조해온 절대미의 양상을 보여주는가 하면, 때론 우리를 몽환적인 유토피아의 세계로 몰입시키기도 한다라는 미술평론가 이경모의 평과 에곤 실레가 그의 외가가 있던 체코의 체스키크룸노프의 집을 그린 작품이 연상이 되기도 하고, 뉴욕 소호의 골목에서 만나는 풍경 같기도 하였으며, 통영의 동피랑 서피랑 마을이 떠오르기도 한다라는 어느 미술인의 소감을 떠올리며, 콩나물신문 더 피플이 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류제봉 작가를 만나봤다.

 

류제봉 작가
류제봉 작가

 

류제봉 작가님 안녕하세요. 지난 2020년 작가님의 스페이스작 초대전에서 뵌 후 어느덧 3년이 흘렀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반갑습니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많이 흘렀네요. 지난번 스페이스작 초대전에서는 제가 다루는 집 그림 외 인물과 정물 풍경 등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전시가 이루어졌었고, 성황리에 마쳤었기에 여러 초대전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다고 봅니다. 또 저에 관한 기사를 콩나물신문에 소개해주시고, 주부토의 예술혼-부천의 예술가 24인전이라는 책자에도 실어주셔서 뜻깊었고, 감사했습니다.

제 일상은 늘 비슷하지요. 미술교육으로 만나는 학생들과 학부형들, 산냥이 들냥이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고요, 그밖에 이미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연미사 봉헌, 코로나로 예방접종 부작용 등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지인 몇몇 분들에 대한 특별한 위령미사 봉헌 등 마음 아픈 일들도 있었답니다.

 

류제봉 作 「빛과 함께」, 73.5×64, mixed, 2023
류제봉 作 「빛과 함께」, 73.5×64, mixed, 2023

 

‘2023 부천미술-올해의 작가전주인공으로 선정되셨습니다. 먼저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부천은 제 부모님의 고향이자 저의 고향이기에 남다른 애틋함이 있는 곳입니다. 대학 졸업 후 남편을 따라 창원에서 15년 살면서 1980년대부터 마산창원미협에서 활동을 하다가 1997년도에 인천 계양으로 오게 되었지만 고향인 부천미협에 뿌리를 내린 것은 저에게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곳이기 때문이지요. 국전을 비롯한 전국공모전에서 다수의 입상으로 상복은 많았지만 고향인 부천미술 올해의작가상은 늘 받고 싶은 상이었기에 이번에 선정된 것에 대해 남다른 의미가 있었고 많이 감사했습니다.

 

류제봉 作 「빛과 함께」, 91.0×65.0, mixed, 2023
류제봉 作 「빛과 함께」, 91.0×65.0, mixed, 2023

 

오는 111일부터 6일까지 송내어울마당 아리솔갤러리에서 2023 부천미술-올해의 작가전이 열립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무엇이고, 어떤 작품이 전시되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전시회는 빛과 함께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집 그림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었으므로 모두 집 모형으로 이루어진 작품 40여 점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20대 중반부터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에서 고립되고 소외된 자들을 대하고 느꼈던 생존에 대한 궁극적인 반문과 그로부터 얻어지는 형상적 이미지들을 작품화해 왔는데, 몇몇 집 그림의 형상 속에 쓰인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라는 각인은 이미 세상을 살다 간 모든 영혼에 대한 평안을 기도하는 주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 작품들은 특별한 대상을 마주하며 스케치한 것이 아닌 마음속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대로 도형과 색채의 연결이 그림의 흐름을 주도한 것이 특징이며, 일부는 1999년 첫 개인전부터 평론가들과 예술인들의 주목을 받았던 것들입니다.

집과 건물이라는 소재를 감성적 언어표현과 일치시키며 공, 시각적 형상을 색채와의 조화로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으며 90년대에 국전을 비롯한 전국공모전에서 특선 및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한 계기가 되었지요.

 

류제봉 作 「빛과 함께」, 116.8×91.0, mixed, 2023
류제봉 作 「빛과 함께」, 116.8×91.0, mixed, 2023

 

류제봉 작가님의 그림을 관람할 때 특별히 이 정도는 알고 봐야 한다라는 팁이 있을까요?

제 작품 대부분은 스케치나 에스킷 없이 감각이 시키는 대로 이어지곤 하지요. 또한 낮은 채도와 그 위에 겹쳐지는 색채들. 다소 부피를 갖는 재질적 요소들은 건조되는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마티에르 기법과 어울려 응축되고 희석됩니다. 제작 과정은 색채를 선택하는 손짓과 나이프가 만들어내는 즐거운 유희의 시간이 되고 주제는 완성된 후에 정해지기도 합니다. 재능을 통한 창의적 시간과 작품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즐거움을 선사해주시는 창조주께 늘 감사드립니다.

깊은 인내로부터 태동한 빛은 또 다른 밝은 흔적들로 채워지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처음으로 살아보는 미래로의 여정을 걷습니다. 그 속에서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그리고 아픔 등을 의연함과 인내로 버티고 기다리고 다듬어가며 자신의 인생 항로를 개척해낸다고 볼 수 있지요.

아침에 산에 오르면 첫 언덕에서 마주하는 태양 빛이 경이롭고 아름답습니다. 그 반짝이고 광활한 범위의 위엄을 지닌 빛은 저의 다양한 마음의 상황과 마음까지도 다스려주고 어루만져줍니다. 저는 늘 빛과 함께하는 셈이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모두를 사랑합니다. 당신()은 이미 제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시고 계십니다. 저 또한 작은 빛이 되어 살아가겠습니다.”라는 짧은 대화로 시작합니다.

 

류제봉 作 「빛과 함께」, 60.0×50.0, mixed, 2021
류제봉 作 「빛과 함께」, 60.0×50.0, mixed, 2021

 

정말 많은 집을 그렸으면서도 또 여전히 새로운 집을 그리는 모습에서 구도자의 치열함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류제봉 작가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집이란 나를 비롯한 다른 존재들이 제 삶 속에 들어오도록 허용하는 공간이고 세상과 만나는 통로의 시작점입니다. 저는 집을 통해 그리움들을 풀어내고 소망을 표현합니다.

덧칠하고 긁고 새기는 행위들을 통하여 시간을 되새김질하며 유년기의 추억으로 빠져들기도 하고, 때로는 기하학적 분할 속에 여러형태의 도형을 활용하여 나만의 비밀 공간을 구축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작품 속의 집은 실재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생명의 잉태와 소멸이 반복되며 희로애락의 감정과 사유의 에너지가 응축된 하나의 작은 우주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림에 대한 소질은 태어나기 전부터, 윤회로는 전생에서부터 가져왔던 것 같습니다. 세 살 이후부터는 보이는 모든 대상을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어른들 말씀으로는 제법 수준이 높았다고 합니다.

자랑 같지만 제 노트필기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미술대학교까지 전교생에게 표본이 되었답니다. 초중고 시절에는 학교 대표로 미술대회에 참가해 상도 많이 받았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지극히 모범생 반열이었던가 봅니다. 말수는 별로 없었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겼습니다. 방과 후에는 혼자 조용히 글을 읽고 쓰거나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넣곤 하는 시간으로 채웠던 듯해요. 지금도 그 성향들은 여전히 남아있지요.

결혼 후에는 육아와 학생 지도를 병행하면서 나머지 시간을 활용하여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 왔습니다.

 

류제봉 作 「빛과 함께」,  65.1×53.0, mixed, 2019
류제봉 作 「빛과 함께」,  65.1×53.0, mixed, 2019

 

그림 그리는 일 외에 길고양이 돌보는 일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움도 많으실 텐데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간도 동물도 한낱 대자연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다른 생명들이 고통받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요. 모든 생명은 축복입니다.

저는 생명을 돌본다기보다는 오히려 저 자신이 그들에게 위안과 평화를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욕심 없이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그 작은 생명들, 안쓰럽고 가엾기도 하지만 한없이 욕심 가득한 인간들보다는 그들이 더 행복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는 동안만이라도 제대로 된 먹이와 꾸준한 사랑을 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죽음을 맞이하는 시간이 오더라도 사랑받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미소 짓기를, 사랑을 주는 사람들의 사랑이 빛으로 반사되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바쁘신 중에도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좋은 작품 많이 발표해주시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아이들 가르치는 일과 그림 그리는 일 모두 제게는 언제까지나 계속하고 싶은 즐거운 유희입니다. 작품 활동을 계속하며 국내외 아트페어, 초대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고 좀 더 시간이 허락되면 세상 밖으로 돌아다니며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꼭 작품을 위해서라기보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대자연의 섭리를 깨달으며 나름대로 관조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 것이겠지요.

빛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 속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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