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지난 918일 국회에서는 <비정규직 지원조직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국회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전국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정규/노동자지원 센터들의 연대체인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이기도 해서 필자도 함께 다녀왔다. 토론회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요양보호사, 특성화고 졸업 청년노동자의 현장 증언을 시작으로 주제발표, 패널토론 등으로 이어졌다. 이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지방자치단체 비정규/노동권익 센터들을 중심으로 진행해온 취약노동자 권익보호 활동에 대해 공감하고 향후 비정규직 지원조직의 법제화를 포함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함을 공감하였다. 지금부터는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지방정부 노동센터 10, 입증된 성과

IMF 이후 노동유연화 정책이 확산되며,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노동양극화는 심화되기 시작했다. 중산층은 붕괴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으로 고착되기 시작했다. 노조 조직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비정규직, 소규모사업장은 2% ~ 3% 내외, 심지어 비정규직은 0.2%의 수준이다. 이는 비정규직이나 소규모사업장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보호장치가 아예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삼권은 언감생심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고민 속에 민간 비정규노동센터들이 지역에서 설립되고 비정규노동의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민간의 노력이 이어진 결과 2010년대에 들어서는 각 지방정부에서 설립한 비정규직지원센터/노동권익센터(이하 센터) 들이 전국적으로 설치되기에 이르렀다. 각 지역 센터들은 노동상담과 권리구제 사업을 기본으로 실태조사, 정책연구, 노동인권교육, 이동노동자지원, 감정노동자지원, 아파트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 다양한 영역의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을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그 결과 지방정부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노동문제를 지방행정이 수행해야 할 하나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노동존중이 지방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일정하게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법제화를 통한 비정규직 지원조직 확산 필요

현재 대부분 지역 센터들은 지방정부의 조례에 의해 설립·운영되고 있다. 결국 지역의 상황과 정치적 여건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에 비정규직 지원조직의 법제화를 통해 제도적으로 의무화하고, 전국화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임금, 비정규직, 취약노동자는 전국 어디에나 있고, 이를 보호할 사회적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 지역센터들은 권리보호가 취약한 다양한 노동자들을 직접 찾아가고, 묵묵히 지원해왔다. 소규모사업장, 파견, 용역, 간접고용 비정규직, 실제로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성과와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찾아다녔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플랫폼 이동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감정노동자 등 각 지역 노동센터들의 지원 속에 다양한 문제해결이 이루어져 왔다. 이렇게 십수년간 많은 지역에서 성과를 입증해 온 각 센터의 활동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지원조직을 법제화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전국적인 노동자 권익보호 수준은 한 단계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민의 삶 개선을 위해 이제는 바꿔야

우리 사회는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으로 움직인다. 누군가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는 단 한 시간, 단 몇 초도 살아가기 어렵다. 그러나 익숙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타인의 노동은 눈에 안 보이기 마련이다. 나의 노동이 소중하다면 타인의 노동도 소중하며, 나의 노동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타인의 노동을 존중하는 것이 시작이 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복지나 정책의 대상에서 일정하게 제외되어 왔다. 우리 사회의 복지시스템은 가난을 입증하여야 가동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에 와 있으며 최저임금, 비정규직, 고용불안이 상시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다수의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일은 하지만 항상 가난에 시달려야 하며, 일을 한다는 이유로 제도적인 보완 수단의 대상도 되지 않는 문제는 이제 바뀌어야 할 때다.

국가의 역할, 지방정부의 역할을 되새겨본다. 국가는 국민이 존엄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다. 지방정부 역시 주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와 더불어 보장해야 한다. 일하는 노동자, 일하는 시민의 문제가 지방정부의 중요한 영역이 되어야 함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오는 답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최영진(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장)

 

법제도 개선 방안 국회 토론회
법제도 개선 방안 국회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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