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신문 10년의 성과와 반성 그리고 미래

옆집 아줌마, 앞집 아저씨, 뒷집 아이가 주인공인 건강한 지역신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콩나물신문은 지난 20131116, 창립총회를 열고 신문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다섯 번에 걸친 창간 준비호를 만들고 나서 2014225, 창간호를 발행한 콩나물신문은 전국 최장수 협동조합 신문이라는 찬사와 함께 오는 20231121, 200호 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콩나물신문이 걸어온 지난 10년은 그야말로 험난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스스로 (B)급 신문을 지향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신문, 가깝고 먼 이웃과 함께하는 신문, 모든 다양함을 존중하는 신문, 상식이 통하는 믿음직한 신문을 표방한 콩나물신문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B)급 신문으로 살아남기 위한 환경은 너무도 척박했다.

최초 30명이던 조합원은 한때 500명을 상회했으나 현재는 200여 명으로 주저앉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고, 조합원 누구나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열린 편집국의 문은 드나드는 이 없이 잡초만 우북하다. 소수의 조합원이 연재 형식으로 작성하는 기사는 신문 편집과 고정 독자 확보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기사의 다양성을 통한 신규 독자 확대에는 불리하다.

200여 명이 낸 조합비는 월 2회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상근 기자, 사무실 직원 채용은 꿈도 꾸기 어렵고, 임대료 감당이 어려워 7년여를 버텨왔던 수도로 69 담쟁이문화원 시절을 뒤로하고, 조합원이 운영하는 무료창업센터로 사무실을 옮겼다.

요약하자면, 콩나물신문의 지난 10년은 기사의 다양성과 전문성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가깝고 먼 이웃과 함께하는 신문, 모든 다양함을 존중하는 신문이라는 창립 정신에 다가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콩나물신문같은 언론 하나 있어야 하지 않나요

 

콩나물신문이 숱한 난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위와 같은 응원 덕분이었다. 지난 2021년부터 콩나물신문은 부천의 인권, 환경, 여성, 생명, 복지향상이라는 명시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시민단체와 뜻을 함께해 왔다.

동부천 IC 건설 반대, 부천 광역소각장 반대, 대장들녘 지키기 등 환경과 생명 보호를 위한 활동을 비롯하여, 다문화가정, 외국인주민, 장애인, 노약자 등 취약계층의 인권과 복지 향상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2020년에는 문학, 음악, 미술,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24인을 통해 문화도시 부천의 실상을 진단한 기획시리즈, 부천의 예술가 24인전을 연재한 바 있으며(이 기사는 후에 주부토의 예술혼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후에도 평범한 시민부터 유명 정치인까지 부천의 인물들을 인터뷰한 더 피플, 부천시 사회적경제센터와 함께한 힘내라, 사회적 경제프로젝트 부천의 사회적 기업, 부천의 각 시민단체를 소개하는 부천시 시민단체 순례, 부천시에 산재한 여러 센터를 알기 쉽게 소개한 우리 센터를 소개합니다 - 부천시 센터 탐방, 각 동호회와 동아리를 소개하는 부천의 동호회&동아리코너를 운영해 오고 있다.

또한 지난 2022년부터, 콩나물시민상을 제정·운영함으로써, 부천 시민사회로부터 가장 낮은 자들이 가장 높은 자에게 주는 상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황금콩나물"(캘리그라피 이주희)
"황금콩나물"(캘리그라피 이주희)

 

창간 당시 주 1회 발행, 발행 부수 3만 부를 표방했던 콩나물신문이 지금은 격주간으로 2천 부를 발행하고 있으니(자금 사정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31회 발행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21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0년의 성적표가 결코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쳐 나오며 축적한 경험은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앞으로 10, 지금보다 더 많은 조합원과 구독자를 확보해서 80만 부천시민의 자부심으로서, 진정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문, 조합원과 구독자의 힘으로 만드는 참 언론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종헌(콩나물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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