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계속해서 치료해도 좋아지지 않는 환자분들이 있어요. 마음 상담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작년 8, 부천시민의원 조규석 원장님이 제게 던진 말입니다. 좀 바쁘기는 하지만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마다하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렇게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마음건강상담소가 시작되었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의료사협의 따뜻한 공간인 도란도란에서 내담자를 만났습니다. 1시간 동안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장 좋은 상담이 경청인 것처럼, 제가 할 수 있는 한 정성을 다해서 듣고자 노력했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겨우 1시간의 진솔한 대화만으로도 편안한 얼굴로 귀가하는 분들을 보면 제 마음이 더 따뜻해지곤 했습니다.

 

외로움

텅 비어버린 마음의 상태를 견디기 힘들 때 우리는 외롭다라고 말합니다. 그 말에는 외로움을 어찌하지 못해 이미 움직여지는 어떤 에너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내담자는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을 방문한 것이지요. 친절한 의사인 조규석 원장님의 요즘은 좀 어떠세요?’라는 따뜻한 말에 주르륵 눈물이 나기도 하고, 딱딱하게 굳어 있던 마음의 덩어리가 말랑해집니다.

 

적막함

외로움의 농도가 가장 짙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허전함이 잡았던 것을 놓친 손이고, ‘공허함이 휘둘렀던 손의 무상함을 응시하는 마음이라면, ‘적막함은 손을 잘라 떼어낸 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사진 출처 픽사베이)

 

사방천지가 적막강산이야

독거노인을 만나면 가끔 듣는 말입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동서남북, 하늘과 땅 모든 곳에 나와 관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이 말이 독거노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저를 더 우울함으로 가라앉게 합니다.

하지만 마음건강상담소는 조 원장님, 하 원장님이 연결해준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만난 선배에게 상담소 이야기를 했더니, 선뜻 나서준 전문상담사가 자원봉사를 해주기로 하면서 조금 더 많은 내담자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부천의료사협의 마음건강상담소에서는 무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단독 상담실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상담 시간 동안에는 상담자와 내담자만의 공간에서 진행합니다. 상담 시간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자유롭게 조정해서 일정을 잡습니다. 상담 횟수는 1회기에 1시간, 1, 10회기를 기본으로 합니다.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첫발을 뗀 지 10년이 지나갑니다. 그동안 건강 소외계층을 돕고 지원하는 일에 많은 열정을 쏟았습니다. 건강리더를 교육하고 독거노인을 돌보는 일, 국민 모두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조차 제대로 받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건강검진사업,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 진료, 학생 건강검진사업 등 우리 지역의 모두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 활동했습니다. 그동안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 부천의료사협은 부천에 없어서는 안 될 건강한 민간의료단체입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파집니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고 난 후에 아무 처방을 받지 않았는데도 통증이 사라진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런 증상을 단지 건강 염려증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쓸쓸해진 내 마음에 의사의 돌봄이라는 처방이 들어갔기 때문에 주사나 약 복용 없이도 통증이 사라진 것이지요. 아마 그래서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부천의료사협의 마음건강상담소가 쑥쑥 자라서 우리 모두 환한 웃음으로 서로를 반기고 손잡는 그런 날들이 많아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 이영주(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영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영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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