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 특집

20144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해마다 참사 당일이면 어김없이 개최되던 추모 문화제가 올해부터는 하나 더 늘었다. 304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되었는데도 10년이 다 되도록 원인이 무엇인지,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밝히라는 요구가 매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추모제, 그 추모제가 20221029일 저녁,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생때같은 젊은이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로 인해 하나 더 늘게 된 것이다. 하나를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하나가 더 늘었으니 이제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 새로운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위기감 속에 스스로 제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이상하리만치 닮은 점이 많다. 채 피워보지도 못한 젊은 꽃들이 대거 희생되었다는 점이 그렇고, 지금껏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책임져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또 일부 극우 성향 인사들이 보여주었던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조롱이 그대로 이태원 희생자 유족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이태원 참사는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생각 없는 젊은애들이 위험한 데도 멋모르고 놀다가 죽은 사건이라는 일부 극우 인사들의 분석은 정말 맞는 말인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대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주무장관의 말은 과연 진실인가?

때마침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 서비스사인 파라마운트플러스(+)2부작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를 제작해 미국 전역에 공개했다. 1골목, 2군중이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와 상인, 주한미군을 비롯하여 사망자 유족, 기자, 정치인 등을 인터뷰한 내용과 보디캠, CCTV, 휴대폰 영상, 언론 매체 보도 등을 취합한 자료화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세상은 좀 나아졌을까? 좀 더 안전해졌을까? 불행하게도 2023년 들어서도 오송 지하차도 참사, () 채수근 상병의 사망사고 같은 그야말로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닌, 사람의 힘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가 되풀이되었다.

이태원 참사는 지금까지 국가가 그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으므로, 그때까지 판단은 국민 개개인의 몫으로 남았다.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2부작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의 말을 모아봤다.

 

다큐멘터리 『크러시』 예고편 갈무리
다큐멘터리 『크러시』 예고편 갈무리

 

최초 신고 때 너무도 분명하게 말합니다. 사람들로 꽉 차 있다고요.”

참사의 진짜 원인과 진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진상조사 외 진상규명을 담당하는 독립적인 (기구의 설치가 필요합니다.)”

초동대처만 634분부터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158명의 희생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확신합니다.”

왜 군중 통제를 안 했는지, 왜 적절한 대비를 안 했는지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도로도 막지 않았고 지하철역의 무정차 통과도 안 했어요. 누군가는 반드시 실제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경찰이 이 참사 원인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대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용산경찰서 차원에서 10만 명이라는 인파가 모일 것이라고 예측했던 보고서를 수일 전에 작성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관련 당국에서는 취하지 않고 있었던 거죠.”

경찰은 인파를 예상했어요. 이전보다 더 많아요. 왜냐하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제대로 열리는 할로윈 축제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에 보고도 있었어요.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이 보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군중 통제 계획도 이뤄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사고 3일 후에 해당 보고서가 삭제됐어요.”

조사가 재개되었고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경찰과 구청의 잘못이 드러났습니다. 유가족들은 수사 결과에 매우 실망했습니다. 왜냐하면 더 높은 직위의 사람이 책임지길 원했어요.”

국민 여러분, 도와주세요. 기자분들 부탁드립니다. 지금도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으며 자료 삭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걸 낱낱이 밝혀 이 억울한 청년들의 찬란한 미래가 짓밟히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세요.”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날 밤을 둘러싼 비밀과 침묵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언제쯤 답을 듣게 될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는데 우린 답을 듣지 못했어요. 우리 가족이 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실이 필요합니다. 한국 정부는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죠?”

우리 젊은 세대가 진짜 필요로 할 때 국가는 어디 있었지?”

기성세대들의 젊은 세대에 대한 편견이 개입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젊은이들의 클럽 문화, 술 마시는 문화, 유흥문화 그런 게 저질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거죠. 공부할 시간에 돈 모을 시간에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보수층을 중심으로 참사 자체에 대한 평가절하를 시작하는 거예요.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생각 없는 젊은애들이 위험한 데도 멋모르고 놀다가 죽은 사건이다.”

참사의 원인은 유흥과 밤 문화 외국 귀신사칭 놀이가 아닙니다.”

놀러 가서 죽은 걸 어쩌라고? 놀러 간 사람이 문제다.”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군중 밀집 관리의 실패입니다.”

누구도 그런 식으로 죽어선 안 돼요. 그런데 얼마 지나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아요. 이태원의 길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편지들이 쌓였지만, 나머지 서울은 원래대로 흘러갔어요.”

아직 그때 일을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요. 친구들 이름을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요. 지금까지도 과거형으로 그들을 말하는 게 익숙지 않아요.”

사랑하는 이가 돌아올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뭔가를 해야죠. 우리는 관계자들이 이태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듣고 잘못한 사람이 책임을 지길 바랍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이종헌(콩나물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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