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지역예술인들은 오래전부터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요구해왔다. 중동신도시 계획 당시부터 입안되어 있던 문예회관 부지는 현재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 있으며 장소와 기능에 대한 오랜 기간의 논의를 거친 후 현재 모습의 부천아트센터가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 건립된 아트센터는 예술의 복합적 기능을 담는 아트센터가 아닌 클래식 전용 홀로 건립되었다. 부천에는 클래식 애호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민의 문화적 욕구는 다양하기에 연극과 무용, 국악과 미디어 아트 등 각종 공연과 클래식이 함께 공존하고 콘퍼런스 홀과 전시장이 함께 조화를 이룬 문예회관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용 홀은 도나 광역시 규모에서 필요할 수는 있으나 부천과 같은 시 단위에서는 필연적이라고 볼 수 없다.

뒤늦은 이야기이지만, 수도권 서부지역 최대 규모의 콘서트홀과 국내에 몇 대밖에 없는, 연주자도 없는 파이프 오르간의 위용을 과시하기에는 부천의 상황이 그리 넉넉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부천에는 다() 장르의 예술이 함께 하는 문화공간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곳이 모든 예술을 수용하는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

멀리서 예를 찾지 않더라도 부평아트센터나 성남아트센터, 고양의 어울림 누리, 아람누리, 평촌과 안양의 문화회관, 안산의 예술의 전당 등은 그러한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보편적 문화의 기본 틀을 갖춘 후에야 전용 홀은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며 그것이 문화도시가 갖춰야 할 가장 기초적인 조건이다.

 

부천아트센터 전경(사진 출처 부천시청 홈페이지)
부천아트센터 전경(사진 출처 부천시청 홈페이지)

 

명칭도 문제다. 아트센터라는 명칭은 다 장르 예술을 수용하는 개념으로서, 혼동되기 쉬운 명칭이다. 굳이 클래식 전용 홀을 고집할 거면 차라리 콘서트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든지 아니면 별도의 독창적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현재는 개관 기념으로 각종 초대 공연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으나 연간 평균가동률 60% 이상은 되어야 효율적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고 있는바, 이에 대한 이후의 종합적 대책은 면밀히 검토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지역음악인들에게서도 클래식 홀은 700만 원의 대관료와 각종 음향시설, 임대비용을 포함하여 1,000여만 원의 경비를 지불해야 하는 높은 문턱이기에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얼마 전 부천미술협회에서 주관하는 버스킹 페스티벌이 진행되어 아트센터 앞 잔디광장에 나가보았다. 버스킹 페스티벌은 지역예술인들이 시민과 함께 나누는 축제로 무엇보다 장소성이 중요한데, 행사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잔디광장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아트센터 1층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였다.

1000억 원이 넘는 건립비와 연간 운영비 100억 정도가 투입되는 공간에 문화 예술적 활용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런 시설을 유치한 아트센터 운영진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은 비록 작지만 다양한 예술을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그런 곳을 각종 전시와 예술 체험(작은 공연, 시 낭송회, 미술 공예, 원예 활동 등)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할 생각을 하지 않고 영리 위주의 민간사업체를 유치한 것은 누가 봐도 적절치 못한 행정이다. 휴식 공간은 별도의 위치를 찾으면 된다.

 

잔디광장 한구석에서의 작은 공연, 이들의 안타까운 몸짓을 아트센터 운영진은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잔디광장 한구석에서의 작은 공연, 이들의 안타까운 몸짓을 아트센터 운영진은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잔디광장 한구석에서의 작은 공연, 이들의 안타까운 몸짓을 아트센터 운영진은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잔디광장 한구석에서의 작은 공연, 이들의 안타까운 몸짓을 아트센터 운영진은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아트센터 내부에 갤러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돌아보니 구석진 자리에 20~30평 규모의 전시장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공간은 그 공간에 적합한 용도와 규모가 있는 법이다. 창고가 있어야 할 자리에 창고가 있듯이 전시장은 동선과 규모를 고려한 공간 배치가 우선이다.

현재의 위치 말고 로비에도 갤러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적합한 공간이 있다. 시민들이 휴식도 하면서 전시 관람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에 갤러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부천에는 웬만한 시, 군 단위에 다 있는 미술관 하나 없다. 전시장 또한 대부분 외진 곳에 위치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술인들에게 끼워넣기식 장소선정에 대한 불편함을 주지 말고 새로운 장소를 찾던가, 아니면 아예 없애주기를 바란다.

끝으로 부천시에 바란다. 아트센터가 이미 전용홀로 건립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의 용도 변경이 어렵다면 시민회관을 리모델링해서라도 공연과 시각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함께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을 수립해주기 바란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알고 있기에 재건축에 가까운 당장의 리모델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로드맵이라도 밝혀달라는 것이다.

인근 야산자락에서 개인 작업과 정원, 텃밭 가꾸기에 열중하고 있는 필자가 뒤늦게나마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모순된 현상에 대해서 지역 내에서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기에 이를 환기하고자 함이다.

창조도시, 문화도시는 예술의 선순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이를 공유하는 공론화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김창섭(조형예술가, 부천예총 고문)

김창섭 작가
김창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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