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지속협과 함께 하는 부천둘레길 6구간 48Km 모니터링(제3회)
부천둘레길 2코스 ‘산림욕길’은 소사역을 출발해 서울신학대학교-하우고개–마리고개–성주중–송내역에 이르는 코스로 거리는 약 7㎞이다. 소사동, 심곡동, 송내동 등 도심 주택가와 인접한 야트막한 산이다 보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하는 주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서울신학대학교 정문을 바라보며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주택가 골목을 걷다 보면 다시 서울신학대학교와 만나게 되는데, 운동장 아래 콘크리트 옹벽에는 정지용 시인을 기리는 일명 ‘정지용 향수길’이 조성되어 있다.
충북 옥천이 고향인 정지용 시인은 1902년생으로 일본 도시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돌아와 휘문고등학교, 이화여자전문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으며 주로 서울에 거주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광복 후 잠시 부천 소사동에 거주했던 까닭에 문학창의도시 부천이 잽싸게 그를 소환해 ‘정지용 향수길’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단 몇 년을 살았어도 부천에 살았던 것은 확실하므로 부천의 시인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나 다만 옹벽 아래 주차되어 있는 차들 때문에 그의 주옥같은 시들을 제대로 감상하기가 어려워서 부천둘레길을 이용하는 타 도시 분들에게 자랑하기도 좀 뻘쭘한 것이 사실이다.
하우고개까지 이어지는 산책로 이름이 ‘안전인문둘레길’이니 이왕이면 그곳에 정지용을 포함한 부천 시인들의 시그림을 멋지게 설치해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부천시의 재정이 열악하다지만 그 정도의 비용은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나저나 ‘안전인문둘레길’은 또 무슨 뜻인지?
정지용 향수길을 지나 ‘성주산 둥지 유아숲체험원’부터 하우고개 성주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비교적 정비가 잘 되어 있고, 경사가 완만할 뿐만 아니라 보드라운 흙이 많아서 맨발 걷기에 최적의 장소이긴 한데 부슬부슬 내린 비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성주정(聖柱亭) 지나 하우고개 구름다리는 맑은 날이면 북으로 부천 시내와 남으로 소래산을 비롯한 시흥 일대를 굽어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처이나 다리 이름에 ‘구름’이 들어가서 그런지 하늘에 잔뜩 구름만 끼어 시야가 흐리다.
느릿느릿 성주산 정상에 오르자 군부대의 육중한 철조망과 함께 육모정이 나온다. 이곳은 군부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왼쪽으로 가면 소래산 · 인천대공원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가면 마리고개 · 성주중학교로 이어지는 아주 중요한 갈림길이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정표가 없다. 한두 번 와본 사람이라면 모르겠으나 글쓴이처럼 생각 없이 산행하는 사람들은 까딱 잘못하다가는 인천대공원에 도착하기에 십상이다.
잠시 숨을 고른 후 군부대 철조망을 왼쪽에 끼고 한참을 걷다 보니 시내버스 6번 종점이 나온다. 찻길을 건너 군부대 쪽으로 올라가다 다시 둘레길로 접어들어 송학약수터를 지나면서부터는 둘레길 1~2구간을 통틀어 가장 노면 상태가 좋지 않다. 그런 악조건임에도 어찌 된 일인지 이곳에는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무리 맨발 걷기가 좋다 하더라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아니면 간간이 길바닥에 박혀있는 철근 돌출부에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하기 바란다.
성주중학교에 가까울수록 길은 움푹움푹 파인 곳이 많고 나무는 뿌리를 다 드러낸 채 위태롭게 서 있다. 언제 설치한 팻말인지 ‘시가 있는 길’이라고 쓰여 있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혹시 바닥에 울퉁불퉁 돌출한 돌멩이들이 시란 말인가? 그 돌길에 「인생」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보니 그럭저럭 제법 폼나는 시가 되었다. 한참을 혼자 웃었다.
글┃현해당(시인, 인문기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