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테라피

 

김명환

 

사진을 찍다 보니 몹쓸 것에

동공이 커지던 시야에 변화가 왔다

언놈을 찍을까 렌즈를 들이대면

곰살맞게 다가오는 풍경들

웃음을 몽골몽골 피워내는 사람들

꿈틀꿈틀 말을 걸어오는 사물들

조리개를 열면 세상 몹쓸 것에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는다

 

네모난 프레임 속으로 자작나무

허벅지가 살포시 드러난다

초점을 맞추고 감도를 조절하고

노출을 정하고 앵글을 잡아 찰칵

셔터를 누르면 새 세상이 열린다

 

설핏 보면 계집애 다리처럼 뽀얀 자작나무

그 가지에 내려앉은 렌즈가 바람에 할퀸

나무의 웅숭깊은 상처까지 헤아리는구나

중세 수사들의 정령과 그들에게

마녀사냥당한 마녀의 한이 켜켜이 뭉친

자작나무의 옹이도 포착하는구나

 

피사체에 렌즈를 들이대 보니

세상 보기 좋은 것만 찍으려던

욕심마저 내려놓을 줄 알게 되는구나

 

자작나무(사진출처 픽사베이)
자작나무(사진출처 픽사베이)

 

* 창작 노트

몸이 아팠지만 방랑벽 때문일까, 조신하게 있지 못하고 카메라를 들고 방랑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느꼈던 감성을 시로 표현해봤다.

 

김명환 프로필

잡지사 취재기자,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중고등 방과후 국어 논술 강사 외

현 부천문인협회 회원, 부천여성문학 회원

 

김명환 시인
김명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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