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성 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메인 대학의 제프리 홀, 브랜다이스 대학의 마이클 로스배시, 록펠러 대학의 마이클 영이 수상했다. 그들은 30여 년 동안 생명체의 하루 생활 리듬을 결정하는 생체시계를 연구하여 생체시계의 작동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체내에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1954년 알려졌다. 당시 과학자들은 환경이나 온도에 상관없이 생체시계는 일정한 리듬을 갖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이 생체시계의 메커니즘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 로스배시, 영은 초파리의 주간, 야간 활동성을 근거로 생체리듬을 측정하고, 그 리듬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유전자들을 변형시켰을 때 생체주기가 길어지거나 짧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생체시계의 유전자들은 자신의 일주기리듬을 유지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여 세포들이 일주기리듬에 맞춰 기능하게 한다.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는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주기리듬의 교란은 수면 장애뿐만 아니라 생리, 대사 등 신체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수시로 낮과 밤을 교대로 근무하는 사람들처럼 일주기리듬 변화가 심한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서 당뇨병과 유방암의 발병률이 높다는 것은 결코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다. 생체시계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적 요인 또는 교대 근무와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일주기리듬이 교란되면 수면 장애가 발생하는데, 이는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 된다.

 

 

일주기리듬이 교란되어 있거나 수면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백야 현상이 나타나는 북유럽에 우울증 환자가 다른 곳에 비해 많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일주기리듬이 너무 앞당겨져 있거나, 뒤처져 있어도 우울증과 조울증이 발병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태양처럼 밝은 전구를 이용하는 광 치료나, 수면을 없애는 식으로 일주기리듬을 조정하여 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비만과 당뇨병 같은 대사 질환은 일주기리듬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생명체가 일주기리듬을 만든 이유를 생각하면 그 연관 관계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일주기 생체리듬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수면과 활동 시간을 조절하여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기에 일주기리듬의 교란은 비만과 당뇨병의 원인이 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대사를 조절하는 대표적 호르몬인 인슐린의 혈중 농도는 수면과 활동 상태에 따른 일주기리듬을 보인다.

암의 발생 또한 일주기리듬 교란과 관련이 있다. 암은 기본적으로 세포가 무분별하게 증식하여 생기는 병인데, 세포분열에 관여하는 인자들이 일주기 생체시계 유전자의 조절을 받고 있기에 일주기리듬의 교란은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들의 분열시간은 생체시계와 비슷한 24시간 정도인데, 암세포 또는 줄기세포처럼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서는 생체시계 유전자들의 발현이 억제되어 있다. 암이 생체시계 유전자를 억제한 것인지 혹은 생체시계 유전자가 억제되면서 암이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인과관계는 확실하지 않지만, 생체시계를 제대로 회복하면 암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하루 중 일정한 시기에 발병하거나 증상이 심해지는 질병도 있는데, 심장마비와 뇌졸중은 밤사이 낮게 유지되던 체온과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는 새벽녘에 주로 발생하고, 가려움증과 천식도 밤과 새벽에 증상이 심해진다. 따라서 혈압약과 천식 치료제는 잠자기 전에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주기 생체리듬의 조절을 받지 않는 세포와 조직은 없기에 일주기리듬과 관계되지 않은 질병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생존을 위해 밤낮 구별하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가능하다면 빨리 그러한 생활의 패턴을 정상적인 리듬으로 가져가야 하는 것이 자신의 진정한 행복과 건강, 그리고 생명을 지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 정태성(한신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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