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보는 일제강점기 부천군 역사 - 제38회

꿈마을사거리에 위치한 신선설농탕에서 강남시장 쪽으로 가다 보면 계남로와 옥산로가 만나는 사거리에 <농장마을>이라고 쓰여 있는 표지석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중2동에 속하지만 도당동으로 들어가는 초입으로 표지석을 무심코 보면 어느 상점 간판쯤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표지석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부천의 근현대사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표지석 하나를 통해 대일항쟁기(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와 농장들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경직 계남역사문화연구소장께 문의한 결과, 이곳은 부천에서 가장 큰 농장이었던 한다농장[半田農場]이 있었던 곳으로 표지석은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부천은 서울과 인천 사이에 위치하여 산업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거의 모든 지역이 주택과 공장 등으로 개발이 되었지만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부천, 부평, 김포까지 넓은 부평평야가 펼쳐진 농업도시였습니다. 이로 인해 대일항쟁기에 일본인들이 소유한 농장들이 많이 있었고, 그로 인해 경제적 수탈이 심했던 곳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을 통해 부()를 쌓았던 일본인 농장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농장마을 표지석
농장마을 표지석

 

한다농장[半田農場] <193685일 동아일보>

한다농장의 위치는 경기도 부천군 계남면 중리 3-1’[출처-조선은행회사조합요록(1931년판), 동아경제시보사]193685일자 동아일보를 보면 면적이 일천정(一千町)에 달하는 (지금 단위로 300만평에 해당함) 거대한 농장이었습니다.

반전농림합명회사는 부천군 소사면의 한 중앙인 부평수리조합 사업구역 내에 일천정(一千町)의 비전옥토로 일천의 소작인을 가진 대농장이다. 춘경(春耕)을 위시하여 타조동장(打租冬藏)에 이르기까지 15농장원이 각자 분담구역에 주재하여 철두철미 소작인의 편의와 이익을 도모한다. 동 회사의 지배인으로 농장총통인 수등정웅씨는 37세의 청년으로 소성이 명쾌한데 농촌정황에 정통하여 빈약을 죄악시하지 않는 종교인이다. 씨의 철저히 양휘하는 부덕은 20년간에 효성같이 빛나고 있으니 어려운 일이다. 일천의 소작인이 이구동성으로 씨를 찬한다. 시는 800여원을 들여서 30평의 교사를 짓고 강사 1인을 제공하여 부건 빈가 자녀를 교양하니 참 희한한 일이다. 일반은 감하가 많다.

 

1930년에는 부천군 내 대지주에 관한 조사가 이루어지는데, 여기에서도 한다농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면적이 넓었으며 수확량 또한 가장 많았습니다.(1930720일 조선매일신문)

 

 

한다농장의 사장 또한 부천지역에서 한자리 차지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장은 한다 젠시로[半田善四郞]1923년에 설치된 부평수리조합의 사장이기도 했습니다. 부평수리조합은 한강의 물을 부평평야까지 끌어와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산미증식계획의 하나로 추진되었는데, 소작인들에게는 수세를 비싸게 매긴 반면 일본인 지주들에게는 저렴하게 매겨 우리 농촌사회를 망가뜨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수탈 전문 회사였습니다. 1923년 설립되어 1925년에 완공되었는데 불과 3년만인 1927년에 부평수리조합 반대운동이 일어났으니 도탄에 빠진 당시 부천의 실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다수의 일본인은 조선총독부의 비호 아래 옥토를 저렴한 가격에 매수하고 농사는 소작농들에게 짓게 하여 막대한 이득을 취했습니다.

 

부천군의 대지주
부천군의 대지주

 

농장마을 표지석을 보면서, 마을의 유래를 설명하는 글이 함께 있으면 마을 주민이나 시민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부천시에는 <일제잔재 청산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있어 일제잔재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 교육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만 현실은 하나도 진행되지 않고 잠자는 조례로만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부천시에서도 일제잔재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하여 보다 많은 시민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 꾸준히 진행되길 기대해봅니다.

 

박종선(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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