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신문협동조합 창립 10주년 특집

부천지역 최초의 협동조합 창간 1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부천지역은 종이신문의 위기입니다. 지역 신문의 양대 지주였던 부천시민신문이 경영위기로 오래전 폐간했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신문이 있다면 부천신문이 있습니다. 나머지 몇 곳의 신문이 발행 중이지만 주간신문이 아닌 격주간 혹은 필요에 따라 발행되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아예 신문을 내지 않고 인터넷만 운영하는 곳도 있지요.

<부천일보>는 부천지역에서 사업자등록을 낸 지역 최초의 인터넷 신문입니다. 창간 23주년(22년이지만 전신인 부천닷컴을 포함)째입니다. 한때 저를 포함해 3명의 기자가 활동한 적이 있지만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2008년을 전후해 1인 미디어로 전향했습니다.

저로서는 콩나물신문은 이런 점에서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시민 30명의 조합원으로 출발했는데 모든 다양성을 존중한다라는 구호도 신선했습니다. 물론 신문에 담을 다양성의 출발과 한계에 대해 걱정도 했지만.

창간 다음 해 2015콩나물신문은 이런 언론이라는 주장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매우 공세적인 내용이었어요. “힘 있는 자들이 편히 잠들 수 있도록 돕는 언론은 이미 너무나 많다라는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또 이 주장 앞에 겉모양새를 꾸밀 돈이 있다면 조합원을 위해 쓰는 게 훨씬 낫다라는 글도 지나쳤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원을 위한 신문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신문입니다. 시민을 위해 잘 가꿔야 합니다. 특히 과연 힘 있는 자들을 돕는 나팔수만이 아니라 침묵하는 것 역시도 그런 아류입니다. 그런 신문의 논조와 제작의 방향이 더 분명해야 하는 데 아니었습니다.

나열할 수 없는 이후 발언도 충격이었습니다. ‘우리가 알아서 만드니 신경 꺼로 읽혔으니까요. 다양성은 어디에 갔는가를 떠올린 게 그 시점입니다. 이 신문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고 예단한 것도 그 주장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독자들은 특정 신문의 기사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저조차도 오피니언 중심의 기사를 생산하는 데 그치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 조합원으로 꾸려진 콩나물신문의 미래는 작금의 부천지역 신문의 위기를 돌파할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지방지는 중앙지를, 지역신문은 지방지를 따라 하기 양태가 심합니다. 그런 점에서 따라 하지 않겠다라는 선언은 존경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따라 하지 않으려면 잘 따라 한 적이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무엇을 따를지 안 따를지를 판단하고 구분할 수가 있는 겁니다.

오마이뉴스의 성공에는 오연호라는 전문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만이 아니라 수도권 지역신문의 공통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편집방향도 필요하고요. 옥천신문의 성공의 일면 중 한 가지도 고향사랑에 있다고 봅니다. 수도권은 그게 없습니다.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죠.

콩나물신문의 20년사를 제대로 쓰려면 이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원을 위한 신문은 10년사를 거치며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하영(부천일보 대표)

 

11월 15일, 부천방송에서 열린 「콩나물신문 10년의 성과와 미래」 좌담회 장면. 사진 왼쪽부터 이하경 산제로협동조합 이사장, 이종헌 콩나물신문 이사장, 오산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이하영 부천일보 대표)
11월 15일, 부천방송에서 열린 「콩나물신문 10년의 성과와 미래」 좌담회 장면. 사진 왼쪽부터 이하경 산제로협동조합 이사장, 이종헌 콩나물신문 이사장, 오산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이하영 부천일보 대표)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