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신문 특집 - 우리 생협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경기두레생협 이사장 황홍순입니다. 지역에서 다양한 시민 소식을 전달해 주시는 콩나물신문에 경기두레생협을 알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1996년 생협에 가입했는데, 당시는 아이들이 어려서 안전먹거리에 관심이 많을 때였어요. 당시 생협 시스템은 지금과 달리 아파트 내에 친한 언니들과 공동으로 구매하는 형태였는데 주 1, 아파트 앞에 물건이 도착하면 항상 먼저 나가서 물건을 지키곤 했어요. 한 명씩 오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배송된 물건들 이야기하면서 깔깔대고 웃었던 게 기억에 남는데, 지금 보면 그게 제가 생협을 사랑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이웃들과 생협을 매개로 친해질 수 있었거든요.

그 이후로는 부천YMCA 생협 점장, 두레생협 연합회 MD를 하면서 생협 생산자들과 가까워졌고, 친환경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어요. 2012년 경기두레생협 부이사장을 거쳐 현재는 경기두레생협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실무와 현장 경험이 있는 이사장으로서 다각도에서 생협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지난 1110, 경기두레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했는데요. 살면서 그런 기분은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뿌듯하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모든 게 혼재된 그런 느낌이었어요. 많은 후배들에게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감격적인 순간이 온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느리지만 함께 앞을 향해 가자구요!

 

황홍순 경기두레생협 이사장
황홍순 경기두레생협 이사장

 

경기두레생협은 언제, 어떤 목적으로 누구가 만들었나요?

1990년대는 공동체가 파괴되고, 환경오염, 농촌사회 붕괴 같은 부작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졌던 시기이기도 해요. 이때 나온 것이 장일순 선생님의 생명 운동이었고 이에 호응하여 많은 분들이 생협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경기두레생협도 그런 시대적, 사상적, 소시민적 바람들 속에서 탄생하게 되었어요.

경기두레생협의 창립자는 두레생협연합회 전 회장 이금자 님입니다. 당시 석왕사 신도로 활동하던 이금자 회장께서 생협을 만들어 보고자 영담스님(당시 석왕사 주지)에게 제안하자, 스님은 흔쾌히 석왕사 한켠에 생협 자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신도들을 1차 예비조합원으로 삼아 운영할 기회를 주셨다고 해요. 당시 이금자 회장님께서는 조합원이 뜻과 힘을 모아 함께 잘사는목적을 가지고 생협을 만드셨다고 해요. 그 목적은 현재까지 생협 운동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이자 목적이기도 해요.

 

2023년 23차 총회 임직원
2023년 23차 총회 임직원

 

그동안 매장이나, 조합원 수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경기두레생협이 걸어온 길을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1993, 조합원 500명의 석왕사생협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경기두레생협은 2001년 그린생협으로 법인명을 변경하면서 지역 생협으로의 첫발을 디디게 되었어요.

이후 2010년까지는 사업체로서의 생존을 위해 달려왔던 시기예요. 첫 매장 중동점을 시작으로 느리지만 안정적인 운영방식으로 제7매장 오정점을 오픈해 조합원의 편의를 높였어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두레생협은 생협계에서 보기 힘든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는데요.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두레생협은 조합원 27천 명에 매장 17개를 오픈했어요. 이시기 두레생협연합 최초로 200억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어요.

2012년 처음 시작한 김장나눔 행사는 1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개최하고 있는 생협의 중요한 연례행사가 되었구요. 공정무역 제품에 더해 사회적기업 제품을 취급해서 사회적경제 분야 유통 부분에 중요한 역할을 제공하게 되었고, 2020년에는 부천시 친환경 먹거리 임산부 지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어요. 또한 시흥시 항공방제 반대운동을 실시하여 이를 친환경 항공방제로 바꾸게 되었는데요. 이후 생협매장에서 시흥지역 친환경 농산물을 로컬푸드로 공급하게 되어 운동과 사업의 선순환을 이룬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봉사단 창립도 이 시기에 이루었는데요. 50명으로 시작된 봉사단은 현재 140명으로 확대되어 청개구리식당, 꼽이식당, 마루, 모퉁이, 시흥노인종합복지관 등지에서 밥 봉사, 정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매년 참여하는 농촌봉사활동도 올해 5년째가 되었네요. 2023년 경기두레생협은 2022년 기준 조합원 27천 명, 매출액 250억 원, 매장 17(부천 9, 시흥 6, 광명 2), 교육센터 3(시흥 1, 부천상동 1, 부천 역곡 1), 직원 109명의 큰 조직으로 성장했어요.

 

조합원 요리대회
조합원 요리대회
역곡 두레생협매장 줍깅활동
2022년 김장나눔
2022년 김장나눔
합창단 연습
합창단 연습

 

지난 10, 창립 30주년을 맞아 경기두레생협 2030 비전을 선포하셨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 우리의 비전은 안전한 먹거리, 가치소비로 만들어가는 조합원 5만 명 시대를 목표로

첫째, 다양한 맞춤형 생활재 개발 및 품질관리 시스템 강화

둘째, 조합원 참여로 경기두레생협 사옥 건립

셋째, 조합원 교육 강화로 조합원 정체성 확립과 멤버십 강화

넷째, 경기두레봉사단을 확대하여 지역사회 돌봄사업 실행

다섯째,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신사업개발에 주력하는 것입니다.

생협이 너무 사업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생협이 아무리 사업을 확장해도 소수의 돈 많은 투자자가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생협 사업의 확장은 기업의 확장과 달라요. 200년 전통 유럽 생협을 보면, 국민의 절반이 생협 조합원인 경우가 있어요. 이런 생협들은 상품 구성에 있어서는 일반 마트와 별반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바로 이익 배분 구조예요. 이익을 독점할 수가 없는 것이 생협이고 그래서 생협은 소비자가 주도할 수 있는 중요한 경제 운동이에요. 그 파급력은 유럽과 일본 생협으로 미루어 보아 어마어마하죠. 이번 2030 비전은 100년 생협을 향해가는 우리의 첫걸음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경기두레생협 '2030 비전선포'
경기두레생협 '2030 비전선포'
30주년 기념식장에 함께 모인 경기두레생협 직원들

 

공정무역의 확산을 위해서도 힘쓰고 계시는데,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가격을 지급하기 위한 경기두레생협의 노력을 소개해 주세요.

1993년 당시 경기두레생협은 생명과 환경 그리고 농업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어요. 그 안에 직거래와 공동구매라는 방식을 도입한 건데요. 이 모든 것의 기본은 생산자의 얼굴을 알고 신뢰를 돈독히 하자는 신념이에요. 생협이 산지 방문이나 생산자 교육, 농촌봉사활동에 매진하는 이유가 바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얼굴이 보이는 관계를 무엇보다 중시하기 때문이에요.

두레생협에는 책임 소비라는 게 있는데 생산자와 사전에 소비량을 약속하고, 반드시 구매를 통해 그 약속을 지키는 거예요. 이러한 책임 소비에서 더 나아가 시들고 못난 채소나 과일까지 내가 먼저 구매하는 조합원분들도 많은데요. 이 모든 게 생산자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기 때문인 거죠.

그 외에도 사회적기업 제품, 공정무역 제품, 동물복지 제품을 통해 생협 생활재의 특별한 사회적 가치를 알리고 있어요. 요즘엔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워낙 품목도 적고, 생산량은 적은데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생협 조합원들에게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요. 생협 유통구조를 통해 가격을 내리고, 생산자 독려를 통해 인증 농가를 늘리면서 농림축산식품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친환경 농업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인증제를 통해 안정화되고 있어요. 하지만 많은 농민이 결과 중심의 인증제(농약 혼입 사고 시 농가 책임부담), 잔류농약 검사 비용의 부담, 친환경 농산물 유통채널의 축소 문제로 고민하고 계세요. 이런 문제를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두레생협 생산자와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 홍보활동
공정무역 홍보활동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두레생협은 어떤 노력을 펼치고 있나요?

경기두레생협은 부천기후위기비상행동과 함께 하고 있어요. 올해 923 기후행진에 참여하기도 했죠. 내부적으로는 기후모임인 기후행동 두레원정대와 시흥 기후모임이 있는데, 올해로 3년째 활동하고 있어요. 초기 기후관련 정보를 모으고 학습하는 노력을 시작으로 미세먼지 모니터링, 두레생협 기후학교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장바구니 이용이나 텀블러 이용, 정확한 재활용 등 실생활에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지속하고 있답니다.

두레생협 연합회 차원에서 보면, 지난 2년간 재활용이 쉽도록 과대포장을 지양하고 색도를 낮추는 등 300여 개의 포장재를 개선했어요. 기후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본인들의 목적과 지향점에 관계 없이 뭉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후 관련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함께 힘을 모은다면 기후문제 해결의 동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명확한 목표에 도달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거죠. 기후위기 관련해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어요.

 

923 기후행진 참가
923 기후행진 참가

 

끝으로 경기두레생협을 이용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홍보 말씀 해주세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협은 돈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살려고 만든 조직이라고 폄하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업으로 돈을 벌기 때문에 더욱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해요.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생협의 이익은 절대로 (법적으로도) 몇몇 돈 많은 투자자에게 갈 수가 없는 구조예요. 돈이 돈을 버는 팍팍한 세상에 태클을 걸 수 있는 경제 대안 운동이죠.

여기에 생협의 유통방식은 공동구매와 생산자 직거래에 기반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가격이 내려가게 되어 있어요. 소비자는 싼 가격에 친환경 안전 먹거리를 이용할 수 있고, 생산자는 소비력을 가진 생협을 믿고 친환경 농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소비자의 힘은 실제로 어마어마해요. 경기두레생협은 그 소비자의 힘을 모으고 싶은 곳이에요. 콩나물신문 애독자 여러분께도 저희 경기두레생협 조합원을 권해 드립니다.

십시일반 소시민 협동의 힘은 세다!” 감사합니다.

 

황홍순(경기두레생협 이사장)

 

비타민 기부
비타민 기부
캘리그라피 이주희
캘리그라피 이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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