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성 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에서 밤하늘은 어두컴컴한 검은색이 아닌 파란색입니다. 그런 파란색 밤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별이 빛나고 있습니다.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그림에서도 그의 밤하늘은 파란색입니다. 고흐는 왜 파란색의 밤하늘을 그린 것일까요?

고흐는 네덜란드 북부인 그루트 준데르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집안이 가난해 돈을 벌어야 했던 그는 15살이 되던 해 학교를 그만두고 헤이그에 있는 화랑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을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받았지만, 손님들과 그림에 대한 관점 차이로 논쟁을 벌여 해고되고 말았습니다. 그 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가 되기로 마음먹지만, 신학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지는 바람에 벨기에의 가난한 광산촌에서 일을 했습니다.

광산에서 지내던 고흐는 목탄화를 그리며 화가의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하던 동생의 지원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중, 1888년 화가들의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남프랑스인 아를로 갑니다. 거기에서 그는 노란 집을 빌려 평소 동경하던 고갱과 함께 살았지만, 정신 질환 증세가 악화되어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고흐는 그곳에서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퇴원 후 오베르 쉬즈 우아즈에서 여러 작품을 남긴 후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고흐는 생전 한 점의 작품도 팔지 못했던 예술가였습니다.

어찌 보면 그는 살아있던 동안 흔히 이야기하는 성공을 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경우였습니다. 그가 소원하였던 화가들의 공동체도 이루지 못했고, 미술가로서 성공하여 많은 부와 명예를 누리지도 못했습니다. 평생을 어두운 음지에서 살았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꿈꾸는 미술 세계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언젠가는 자신이 그린 작품들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어둡고 힘든 순간이지만 때가 되면 밝고 영광스러운 날이 올 것이라 믿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죽는 순간까지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그는 결코 검은 세상이라 믿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모든 순간이 파란 하늘처럼 밝은 세상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예술 세계에는 결코 어두움이 없었던 것입니다.

 

고흐 作「「The Starry Night」 (사진 출처 픽사베이)
고흐 作「「The Starry Night」 (사진 출처 픽사베이)

 

별이 빛나는 밤은 사실 고흐가 생레미의 정신병원에서 완성한 것으로 병실 창문으로 내다본 밤하늘을 그린 것입니다. 그림 왼쪽에는 밤하늘 아래에서 보이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습니다.

당시 사이프러스 나무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고흐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만큼이나 아름답다고 이야기하곤 하였습니다. 사이프러스 나무는 전통적으로는 죽음과 연결되는 소재이지만 그는 이 나무를 불길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모습으로 그려냅니다. 그에게 사이프러스 나무는 힘찬 생명력과 강렬함의 원천이었습니다.

사이프러스 나무 오른쪽에는 소용돌이처럼 굽이치는 별무리들이 보입니다. 고흐는 당시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해가 뜨기 전에 창문을 통해 큰 별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별은 영원을 상징합니다. 고흐는 비록 생레미의 정신병원에서 그림을 그렸지만, 영원한 예술 세계를 깊이 인식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자신의 육체는 사그러져 죽을지 모르나, 그의 그림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 믿었을지도 모릅니다.

밤하늘 아래 보이는 마을 풍경은 고요하고 평온해 보입니다. 비록 그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마음이 평안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마을의 풍경에는 고독과 우울함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아마도 그의 내면에 있는 우울하고 불안했던 것은 어찌할 수 없었듯 싶습니다.

그의 붓 터치는 굉장히 격렬합니다. 그만큼 그의 예술에의 의지는 열정적이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 수 있습니다. 예술에 자신을 불사르는 그의 정신이 여기에서도 보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고통을 그림으로 분출하다 보니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고흐는 밤하늘의 빛나는 별은 무엇을 비추고 있는 것일까요? 어쩌면 그것이 사람일지도 모르고, 그가 바라는 세계일지도 모릅니다. 그 대상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나, 그에게는 자신이 그리는 별이 비추는 대상이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그는 파란 밤하늘에 빛나는 커다란 별을 그린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밤하늘도 고흐의 것처럼 희망의 파란 빛이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어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하고 기쁜 순간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별이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 별은 어떠한 상황이어도 항상 저 파란 밤하늘에서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 정태성(한신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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