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보관법

 

박선희

 

  눈이 와요 눈이 오고 있어요 자꾸 눈으로 눈이 가요 창틀은 온몸으로 눈을 받네요 눈을 손으로 뭉쳐요 잘 뭉쳐지지 않아요 손바닥의 온기를 건네요 어느새 손안에 눈이 가득하네요 동그랗게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어요

 

  마음이 온통 눈사람 쪽으로 쏠려요 눈빛에 귀퉁이가 조금씩 무너져가요 눈물일까요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을 넣듯 서둘러 냉동고에 넣어요 검정 비닐들 사이에서 눈이 눈부셔요 하늘을 날아다니던 눈이 얼음이 되어가요 녹지 않게 하려던 거였는데 여름에도 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꽁꽁 얼음이 되어 가요 눈은 보관하는 게 아닌가요 그저 소리 없이 사라져야 하는 걸까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잡아둘 수 없었던 당신

  첫눈 올 때 보자던 당신

  발바닥에 박힌 유리 파편이 아픔을 일깨우듯

  눈은 해마다 당신의 말을 데리고 와요

  눈은 당신을 보관하고 있어요

  금세 떠나버릴 것 같아 눈을 움켜쥐어요

 

  첫눈이 폭설처럼 내리기는 쉽지 않아요 냉동고에 있는 당신, 추운가요 끌어안을 수는 없잖아요 당신이 눈물 흘리며 사라지게 할 수는 없어요 내 체온을 간직한 당신을 밖에 세워둘 수 없어요 사라질 눈을 염려하기보다 잊지 않고 오는 당신을 마냥 반겨야만 했을까요 시공을 날던 날개를 체온이 녹여 버렸네요 욕심이 얼려버린 날개, 어쩌면 좋죠

 

  마음을 준다는 건 온몸을 꽁꽁 얼려 버리나 봐요 한번 준 마음 걷어 들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눈의 보관법을 알려주세요

 

박선희 시인 프로필

월간문학에서 시로,수필과 비평에서 수필로 등단했으며, 2016년 아르코 창작활동 지원금과 2020년 부천문화예술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시집 『건반 위의 여자』, 『그늘을 담고도, 환한, 수필집 아름다운 결핍』이 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박선희 시인
박선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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