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道德經)』으로 ‘자연스러운 부모 되기’ 11

도덕경을 통해 노자가 바라본 올바른 세상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이치를 따르는 세상입니다. 도덕경을 풀이하신 오강남 교수님은 우주의 기본 원리인 도의 흐름을 체득하고 그 흐름에 따라 살아감으로 참다운 자유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덕을 보라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본문을 천천히 읽어가며 아이를 향해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부모와 아이 모두 자연스러운 가정 이루시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서른 개 바큇살이 한 군대로 모여 바퀴통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수레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흙은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그릇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방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지만

없음은 쓸모가 생겨나게 하는 것입니다.

 

출처 : 오강남 도덕경2010

 

자연스러운 부모되기 11
자연스러운 부모되기 11

 

수레바퀴에 구멍이 없으면 바퀴를 수레에 연결할 수 없어서 짐을 나를 수 없습니다. 물컵이 가운데가 비어있지 않다면 물을 담을 수 없습니다. 방에 창과 문이 없다면 사람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연주에 쉼이 없다면 음악이 되지 않습니다.

존재는 비존재를 알려주는 계시자이자 암호이며 유익하도록 합니다. 비존재는 비존재가 가진 근원성, 역동성, 창조성으로 존재를 유용하도록 합니다. 존재는 목적을 이루기 쉽게 하는 도구이며 비존재는 도구의 쓸모를 만듭니다. 존재가 몸이라면 비존재는 정신이 됩니다. 존재와 비존재가 함께할 때 상호보완적이 되어 인식의 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존재만 있고 비존재가 없다면 몸과 마음이 맞지 않아 자연스러운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인식의 자연스러운 변화는 자유를 체험하게 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없음의 쓸모’, 비존재를 알아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닿아 있는 손을 떼어야 공백이 생깁니다. 떨어진 공백만큼 아이는 자신의 손과 발을 이용합니다. 계속 가까이 붙어서 보호하면 공백이 생기지 않아 아이의 독립이 늦어지거나 하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자연스러운 부모되기 11
자연스러운 부모되기 11

 

부모가 아이에게 존재의 유익성만을 중요시하여 가르치려 하면 비존재의 유용은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 몸무게, 운동, 공부 등 눈에 보이는 존재는 아이의 근원, 역동, 창의 등의 비존재와 함께해야 유익합니다. 만약 아이의 비존재를 무시하고 존재만을 위해 살게 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가치를 존재에만 두게 됩니다. 존재만을 위한 삶은 평생 남과 비교하는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삶의 마지막은 허무가 가득한 후회뿐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존재와 비존재를 이해하고 지켜봐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하는 겉모습과 행동을 통해 존재를 인식하고 비존재로 향하는 암호를 해석하려 노력하며 아이의 무한한 능력을 믿고 지지해야 합니다.

부모가 믿고 지지하면 아이는 자신의 존재와 비존재를 모두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존재, 비존재를 모두 경험한 아이는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도시의 삶은 아이들에게 보이는 존재만을 주로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에게 존재에 집착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비존재도 볼 수 있는 자유를 선물해 주세요. 아이에게 숲길 걷기, 멍때리기, 책 보기, 음악 듣기, 그림 그리기 등 자연과 예술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세요.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는 경험을 통해 유익성과 유용성을 모두 갖춘, 균형 잡힌,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정문기(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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