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상식없는 일터

 
내가 있는 사무실 옆은 모 기업의 경인지역 영업소다.
그 집의 회의실과 나의 사무실은 얇은벽 한장을 놓고 반으로 갈려있다.
하여 그곳에서 오전 회의를 할때쯤이면
일체의 여과없이 회의내용이 전달된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각 영업소에서 인력부족을 호소하면서 사장에게
현재 인턴으로 들어온 직원이 하나 있는데
앞으로 가능성이 보인다며 정직원으로 채용하면 어떻겠냐고
사장에게 건의한 적이 있다.
뭔가 훈훈한 상황을 기대했던 예상과는 달리
사장의 말은 내 귀를 의심케 했다.
인사부장을 부르더니 지난 10년동안 인턴이 정직이 된 사례가 있었냐고,
인력 부족을 탓하지 말고 열심히 일해주길 바란다며 무안을 주었다.

이 사건은 이리 덮히는 듯 했으나 그 다음 회의에서 또 말이 나왔다.
기존 직원중의 한명이 인턴채용을 사장에게 다시 건의한것이다.
아마도 큰 용기를 내서 말을 했으리라.
하지만 사장은 공개석상에서 자신에게 할 소리냐며 호통을 치고 화를냈다.
벽하나를 두고 듣는 나도 무안했는데 직접 발언을 한 직원의 마음은 어땠을까, 참담하고 무기력했을 것이다.

직원들이 브리핑을 하거나 발표를 할때면 중간 중간에 끼어들어
직원을 질책하고 끝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사장의 질책을 받는 직원들의 음성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자존심,
억울함이 묻어나왔다.
지난 해 사장은 매번 회의에서 잔소리와 짜증만 늘어놓았다.
심지어 직원들에게 도둑놈들이란 소리까지 했다.
맙소사!

참고로 이 회사는 작은 업체가 아니다.
각 지역과 공단에 영업소와 대리점들이 즐비한 강소기업이다.

자기 사업 하기도 힘들지만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도 참 힘들다.
때론 회사 외부의 문제보다는 내부의 문제로 더 많이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잦은 야근, 인정받지 못하는 수당, 불편한 복지, 상사의 개인부탁 등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쉽게 건강을 잃고
결국엔 자신이 딛고 설 자리마저 잃는다.
그래서인지 우리 건물의 2층 화장실은 언제나 늘, 꽁초로 가득하다.
불편한 흡연자들은 그 작은 위안도 편히얻지 못해 온 건물을 방황한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
더 많은 돈, 더 많은 이익을 위해 현실로 내몰린다.
원래 사는게 그런거라지만
그래도 그 과정이 인간적이고 상식적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익을 내기위해 누군가를 짓밟아야한다면 그건 잘못된 길 아니겠나.

원래 이랬던 것인데 내가 아직 젊고 경험이 없어 그걸 몰라본 것인가,
아니면 원래는 상식적이었던 사회가 변질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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