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필수의료 운영체계 개선·지원 ▲병상 과잉공급과 무분별한 개원 규제 ▲실손보험과 비급여진료 규제 등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최희선)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규모 발표를 앞두고 지난 15,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5대 패키지 정책을 제안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 발표와 함께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패키지 정책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부가 발표할 정책 패키지에는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의협(대한의사협회)이 보건복지부에 요구해 온 민원 사항으로 의대 정원 확대로 늘어난 의사들을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로 유입시킴으로써 붕괴 위기로 치닫는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살리는 패키지 정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의대 정원 확대로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로 유입되게 하려면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붕괴 위기로 치닫는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해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필수의료 운영체계 개선·지원 병상 과잉공급과 무분별한 개원 규제 실손보험과 비급여진료 규제 등 5대 패키지 정책을 제안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제안한 5대 패키지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의사제 도입

늘어난 의사인력이 지역에 근무하지 않고 수도권으로 몰린다면 지역·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지역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안정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의사 선발전형을 통해 지역의료를 책임질 의사를 선발하고 졸업 후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의료 공백으로 인한 지방소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고, 지방환자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도 지방에서 1차 진료부터 최종진료까지 받을 수 있는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의협은 수가 인상을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내세우면서 지역의사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료에 종사할 의사 부족은 수가 인상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높은 연봉을 제시해도 지방병원들은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행위별 수가제를 기반으로 가산율을 올려주는 공공정책수가제는 인구가 적어 진료량을 늘리기 어려운 지방에서는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다.

의대 정원 증원이 오히려 지역의료 공백과 수도권 쏠림을 가속하는 실패한 정책이 되지 않게 하려면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지역의료에 종사할 의사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지역의사제 도입을 필수 패키지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의사를 국비로 양성해 10년간 지역에서 의무복무하게 하는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 확대와 동시에 지역의사 선발전형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공공의대 설립

2023년 정기국회에 제출된 <공공의료기관별 정원 대비 현원> 자료에 따르면 223개 공공의료기관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의사 인원만도 무려 2,427명이다. 공공의료기관들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필수 진료과가 문을 닫고 고액의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공공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현실을 개선하려면, 공공의료기관에 의무적으로 복무할 의사인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하는 공공의대 설립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

정부가 공공의료에 종사할 의사인력을 양성하여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않는다면, 공공의료기관의 필수의료 기능은 마비될 수밖에 없고, 공공의료기관들은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파산상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붕괴 위기에 내몰린 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대 설립을 패키지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공의료기관에 종사할 의사인력을 확충하기 위한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대 설립에 착수해야 한다.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는 의협의 주장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의협은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배출되는 의사들의 의무복무에 대해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의사 이동권 제한이라 주장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의 의견처럼 지역의료·공공의료 의무복무제는 지역 간 의료인력 불균형 해소와 필수의료 공급이라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의 정책수단이다. 위헌 소지는 1%도 없다.

또한, 의협이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면서도 정작 지역의료·공공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양성·공급하기 위한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사진출처 픽사베이

 

셋째, 필수의료 운영체계 개선·지원

돈을 잘 벌 수 있는 인기 진료과에는 의사가 쏠리고,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진료과 의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수의료 운영체계 개선·지원책이 필수패키지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필수진료과 전공의 정원 배정 확대 필수진료과 전공의 수련 국가 지원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체계 구축 필수진료과 정상 운영에 필요한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기준 충족시 적정 보상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필수진료과 인력운영체계 전환 필수진료과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 지원 생명과 직결된 필수진료과 적정 수가 지원 등 정부가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필수진료과 운영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필수의료를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지금처럼 시장에 맡겨두면 결코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다.

의협은 필수진료과 수가 인상을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할 만병통치약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필수의료 운영체계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수가 인상은 오히려 대형병원으로 의사인력 쏠림, 지역·필수의료 인력난,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체계 혼란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필수진료과 수가 인상이 필수의료 위기를 해소하지 못한 채 수가 퍼주기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운영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하면서 생명과 직결된 필수진료과에 대해 중증도, 위험도, 긴급성, 필요도, 시간과 노력 투여도, 비용 투여도, 서비스 질 등을 고려한 적정수가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병상 과잉 공급과 무분별한 개원 규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평균 4.3개의 약 3배이고, 급성기 치료 병상은 7.3개로 OECD 평균 3.5개보다 2배 이상 많다. 2026~2028년 수도권에만 대학병원 분원 6,600병상이 늘어나고, 2027년에는 전국에 105,000병상이 과잉 공급될 예정이다.

병상 과잉 공급은 무분별한 검사와 불필요한 입원과 같은 과잉 진료를 유발하고, 국민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필수·지역의료에 종사할 의사 인력 공백을 가속화한다.

더군다나 필수의료 의사들이 주로 비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동네의원으로 빠져나가는 무분별한 개원 러시 때문에 필수의료 공백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병상 과잉공급과 무분별한 개원을 방치한다면 의대 정원을 늘려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병상 과잉공급과 무분별한 개원을 규제하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늘어난 의사인력이 필수의료·지역의료 분야에 유입되어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병상 과잉공급과 무분별한 개원을 규제하는 것은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병행해야 할 패키지 정책이다.

정부는 더 이상 병상공급을 민간시장에 내맡겨놓지 말고, 무분별한 개원과 병상 증가를 막기 위해 신규 의료기관 개설·증설을 억제하여 병상 공급을 조절하는 병상총량제와 지역별로 진료과목별 동네의원수를 제한하는 개원쿼터제를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일정 기간의 임상 수련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임상 수련도 거치지 않은 일반의가 동네의원 인기 진료과로 쏠리면서 전문과목별 전문의를 배출하는 의료체계가 무력화되고 필수진료과 의사인력 공백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실손보험과 비급여진료 규제

실손보험과 비급여는 필수의료·지역의료 붕괴를 가속화하는 주범이다. 급팽창한 실손보험과 비급여진료가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을 동네의원으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필수의료·지역의료 공백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실손보험은 미용시술 등을 제외한 모든 질환으로 확대되었고, 실손보험 가입자는 20223,565만 명으로 늘어났다. 실손보험은 비급여진료를 급격히 팽창시켜 비급여 진료비는 2022년 무려 173,000억 원 규모로 늘어났다.

동네의원들은 실손보험 팽창을 등에 업고 비급여진료를 늘려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동네의원들은 진찰·검사·수술·처치 등 하나하나의 진료행위마다 수가를 매겨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바탕으로 비급여진료량을 대폭 늘렸다. 남용되고 있는 동네의원의 비급여진료를 통제하지 않으면 의대 정원을 증원해 의사인력이 늘어나도 필수의료로 유입되지 않고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동네의원으로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붕괴 위기의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한 실손보험 팽창과 비급여진료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패키지 정책을 필수적으로 수반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남용되고 있는 비급여진료 규제 및 비급여의 급여화 실손보험에 대한 규제 강화 혼합진료 금지(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건강보험 급여 항목 제외) 과잉진료 근절과 적정진료 유도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행위별 수가제 개선 등 실손보험과 비급여진료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 개선을 강력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상의 5대 패키지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의대 정원 증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크다며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할 때 보건의료노조가 제안한 5대 패키지 정책을 반드시 포함하라고 촉구했다.

콩나물신문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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