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생태공원에 설치 예정인 경사갱 구조 환기구도 꼼꼼한 검증 필요

지난 11, 주민 반대로 무산됐던 GTX-B노선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가 오는 21일 오후 3,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다시 개최된다. (가칭)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 주식회사는 지난 17, 공고를 통해 환경영향평가법 25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 규정에 의거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대한 공청회를 재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청회 일정은 관련 법률에 따라 14일간의 공고 절차를 감안해서 결정된 것으로, 공청회에서 의견을 진술하고자 하는 주민(의견진술자)환경영향평가법 시행규칙별지 제2호의 2서식에 따라 의견진술자 추천서를 작성하여 공청회 개최일 7일 전까지 해당 기관(부천시청 교통정책과)으로 서면 제출해야 한다.

한편 지난 11일 개최된 공청회는 상동 호수공원 변전소 설치 문제로 참석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주민들은 상동 호수공원 변전소 설치 수용 불가 사전 정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공청회 반대 대체 용지 원점 재검토 등을 요구하며 공청회 연기와 새로운 부지 대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다시 개최할 것을 주장했다.

 

지난 11일 개최된 GTX-B노선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 주민들이 상동 호수공원 변전소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11일 개최된 GTX-B노선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 주민들이 상동 호수공원 변전소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11일 GTX-B노선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장에서 ‘변전소 설치 무효’를 외치는 상동호수공원 시민운영단(사진출처 상동호수공원 페이스북)
지난 11일 GTX-B노선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장에서 ‘변전소 설치 무효’를 외치는 상동호수공원 시민운영단(사진출처 상동호수공원 페이스북)

 

GTX-B노선은 인천대입구역(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마석역(경기도 남양주시)을 잇는 총연장 62.85km로 인천대입구역~용산역 구간 39.94km는 민자로 건설하고, 상봉역 ~ 마석역 구간 22.1km는 경춘선과 선로를 공용한다. GTX-B노선의 부천시 통과 길이는 7.52km, 전 구간 터널로 이루어지며 터널의 평균 심도(H)68.3M이다. 정거장 1개소(부천종합운동장 정거장)에 본선 환기구 5개소, 변전소,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 본사(Special Purpose Company) 및 유지관리사무소가 부천에 들어설 예정이다.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총 38,400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서울역까지 12분이 소요돼 서울과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기대와 달리 지난해 1115, 환경영향평가 주민 설명회에서 상동호수공원 내 변전소 설치계획이 드러나면서 부천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GTX-B노선 변전소는 총 2개이며, 부천 상동에 1개소를 건설하고 1개소는 경춘선 공용구간 내 마석역 변전소를 개량하여 사용할 예정이다. 상동에 신설되는 변전소는 최초, 상동호수공원 남쪽 산책로 지하에 건설될 예정이었으나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100M 위쪽에 있는 주차장 지하로 변경되었다. 규모는 지하 3m 아래에 가로 29m×세로 107m×높이 27m(1천 평)로 지어지며 피난계단이나 환기구 등 일부 시설은 지상에 노출된다.

 

기본계획, 기본설계, 실시설계 전철변전소 위치 현황
기본계획, 기본설계, 실시설계 전철변전소 위치 현황

 

변전소는 154천 볼트의 전력을 25천 볼트로 낮춰 GTX-B노선 전철에 공급할 예정인데, 한전 신부평변전소에서 호수공원까지 지하 3m 아래 고압 케이블을 설치해 전력을 끌어올 계획이어서 인천 부개택지지구 주민(1만 세대)들 역시, "상동호수공원은 어린이 놀이시설과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는 친환경적 공간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사전 공지도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행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모양새다.

부천 시민들도 어린이들도 많이 이용하는 공원에 특고압변전소 설치를 추진하는데 부천시 공무원들 뭐 하고 있나요? 절대 막아야 합니다. 주변에 아파트며 학교가 있는데 어떻게. 설치계획 백지화해주세요.” “주거지역 안에 설치된 고압변전소도 철거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주민에게 알리지도 않고 변전소 설치 사업을 벌이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고, 진보당 부천시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지난 2018년 부천 주민들은 한전의 특고압 전력 케이블 상동지역 지하 매설 추진에 맞서 촛불로 저항했고, 무려 5년을 싸웠다. 이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특고압 악몽을 부추기다니 가당키나 한가?”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반대 여론이 확산하는 추세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조용익 부천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천시 녹색 복지의 상징과도 같은 상동 호수공원에 지역 간 수혜와 시민의 건강권을 고려하지 않은 변전소 설치를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바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 상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도

 

따라서 이번 공청회가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대체 용지 원점 재검토인 데 반해 공청회 자료에는 이에 대한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대체 용지뿐만 아니라 이번 공청회에서는 환기구 설치 문제도 짚어볼 대목이다. 부천 구간에는 #13부터 #18까지 6개가 설치될 예정인데, 통상 2km 간격으로 설치되는 환기구가 상동호수공원-계남공원-신중동역구간에 1km당 하나씩 예정되어 있다.

또 부천생태공원에 설치 예정인 #18은 전체 26개 환기구 중 유일한 경사갱구조로 돼 있다. 경사갱은 공사 중인 철도의 터널구간에 흙과 돌을 실어 낼 공사 차량이 이용하고, 완공 후에는 소방차나 구급차가 드나드는 지하통로다. 경사갱을 만들면 토사와 암반을 여러 방향으로 팔 수 있어 공사 기간 단축 효과가 크다. 경제성을 확보하려는 사업 주체로선 매력적인 공법이나 지하수 유출, 지반침하, 각종 공사 차량이 드나듦으로써 환경오염이 우려되는바, 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할 대목이다.

 

환기구 설치 계획
환기구 설치 계획
환기고 설치 계획도
환기고 설치 계획도

 

부천생태공원은 부천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 무릉도원수목원, 농경유물전시관 등이 함께 어우러진 도심 속 자연생태 체험학습 공간으로 연간 35만 명이 이용하는 부천의 랜드마크이다. 이렇게 부천을 대표하는 자연생태공원임에도 최근 시작된 동부천 IC 건설 공사로 인해 주변 환경은 심각한 훼손 위기를 맞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GTX-B 경사갱 설치 공사까지 진행된다면 안 그래도 열악한 부천의 환경지표는 더욱 나빠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와 관련하여 부천시 교통정책과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환기구를 겸한 경사갱 터널이 생태공원 지하를 통과하는 것은 맞지만 출입구는 서울 쪽에 설치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토부는 GTX-B노선에 대해 실시설계에만 2년여 넘는 시간이 걸린 A, C노선과 달리 1년여 만에 실시설계를 마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총선 선물이라며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또 혜택은 대부분 인천사람이 보면서 정작 피해는 부천사람들이 입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무리한 추진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검증과 주민 합의를 통해 모두가 만족하는 사업이 되길 기원한다.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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