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문인

       노을빛 시간

 

                                          홍영수

 

노을빛에 한 뼘 한 걸음씩

이울어가는 저문 삶이 걷고 있다

수평선 끝자락에 매달린 해조음을 듣고

해독할 수 없는 파도의 문장을 넘기면서

돋보기 너머로 까치놀의 문맥을 훑어본다.

어른거린 눈은 놀 빛 글자를 읽을 수 없다.

농익은 침묵으로 망각의 시간을 반추하고

지나온 긴 시간의 발자국을 톺아보면서

평생의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가루진 노을 속 고뇌에 찬 오후의 생이

황혼빛 속으로 가뭇없이 흔적을 지우고 있다.

토혈한 저녁놀을 헐거운 소맷자락에 걸치고

몇 방울 남은 젊음을 삼키면서

해변을 쓸쓸히 걷는 늙마의 머리 위로

철새들이 羽羽羽 날며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한 오라기 해거름 길 위를

닳고 닳은 저녁놀 비켜 신고

하늘과 땅 사이

밟고 밟다 남은 이승의 길을 걷고 있다.

 

<시작 노트>

늙마의 발걸음 위에 한 움큼씩의 세월이 수평선 놀 빛으로 쏟아져 내리던 어느 날, 해 저문 해변에서 뒤안길의 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홍영수 시인
홍영수 시인

 

홍영수 프로필

시인, 문학평론가

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시산맥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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