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입장문 내고 “진실규명을 위한 투쟁 멈추지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10·29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지난 19, 야당 의원들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특별법은 끝내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30,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대통령이 재가함으로써 해당 법안은 다시 국회로 보내져 재의결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됐으나 국민의 힘의 거부 의사가 완강해 재협상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 의원(298)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가족과 야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고, 정부는 신속한 배상 운운하며 유가족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짓밟고 있다.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지원이 아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이다라면서 유가족의 피맺힌 절규와 국회의 입법권을 매도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29, 이태원 참사 현장부터 용산구 대통령실까지 오체투지를 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했던 희생자 유가족들 역시 허탈감과 분노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지난 30, 입장문을 내고 최소한의 명분도 근거도 없는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은 국민적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참사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밝힌 [공식입장] 전문이다.

 

 

오늘(1/30) 윤석열 정부가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참사 발생 459일째이자, 국회에 특별법이 발의된지 286일만이다. 1년 넘게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와 면담 요청을 외면하더니 결국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거부했다.

이미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었기에,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서 비겁한 결정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뼛속까지 파고드는 밤바람을 맞으며 철야 15,900배를 올리고, 오체투지 행진을 하며 특별법 공포를 촉구했었다.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기전부터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를 공언해왔지만, 오늘 거부권을 행사하며 내놓은 정부의 공식 설명은 옹색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의 진상조사가 필요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며 여러 조항들을 삭제하거나 변경할 것을 요구해 왔고 우리 유가족들은 상당 부분 여당의 주장을 수용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위원장 추천권을 대통령 또는 자신들이 가져가겠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협상을 중단하고 특별법 표결을 거부하고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그러면서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은 결국 대통령 마음대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하고 싶다는 것 아닌가. 정부를 조사해야하는 특조위 위원장을 정부의 수반이 임명해야 공정하다는 것인가. 윤석열 정부가 조사의 대상이 되고 진실이 규명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는가?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위해서는 정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조사기구를 구성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 유엔 자유권위원회까지 나서 독립적인 진상조사 기구 설립을 권고한 이유를 정녕 이해하지 못하는가?

이미 똑같은 법조항을 가지고 있는 여러 법률들이 존재함에도 마치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만 동행명령장 발부와 압수수색 의뢰 조항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면서 영장주의 등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 말로 헌법과 국민의 기본권을 욕보이는 것이 아닌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159명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윤석열 정부야 말로 위헌 정부이지 않은가.

참사 발생 초기부터 여당 유력 인사들이 유가족들을 보상에나 관심있는 사람들로 매도하더니, 정부도 마찬가지의 행태를 보였다. 유가족들이 언제 재정적 지원과 배상을 요구했던가? 유가족들이 오직 바라는 것은 진상규명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 어떻게 진상규명의 책임은 외면하면서 돈으로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는가? 참담함을 넘어 이루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꼬리자르기로 끝난 경찰 특수본 수사, 거짓증언과 자료미제출 등으로 퇴색된 국회 국정조사에서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 소재는 따져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무엇이 충분하다는 것인가. 특별조사위원회가 사법부와 행정부의 권한을 침범한다고 주장하며 더이상 조사가 필요없다 반복하면서 어떻게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인가. 우리 유가족들은 정부의 그런 행태를 절대 납득할 수 없는 발상이다.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법안이거나 국민적 반대 여론이 거센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절제되어 행사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며 거부하는 것은 결단코 정당화될 수 없다.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를 안전사회로 만들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을 거부한 것은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신들의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역사에 남을 죄를 지었다.

우리는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회를 또다시 놓쳤고, 재난참사의 위협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최소한의 명분도 근거도 없는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은 국민적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진실은 반드시 드러날 것이고 참사의 진상규명과 정의를 바라는 국민의 뜻은 기필코 이루어 질것이다.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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