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 개최-

상동주민과 민간투자사업자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이하 공청회)가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한차례 무산된 끝에 지난 1일 오후 3, 부천시청 2층 어울마당에서 다시 열린 이번 공청회는 설훈 의원을 비롯하여 김동희, 이재영 도의원과 임은분, 김병전, 송혜숙, 박찬희, 김선화, 양정숙, 박순희, 장해영, 윤단비, 박혜숙, 김 건, 최초은 등 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이 대거 출동하였고 4백여 석의 자리가 성난 주민들로 가득 채워진 형국이어서 시작 전만 해도 일촉즉발의 대 전운이 감돌았으나 설훈 의원의 다소 희망적인 모두 발언과 이후 사회자의 노련한 솜씨에 힘입어 공청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발언하는 설훈 국회의원
발언하는 설훈 국회의원

 

모두 발언에 나선 설훈 의원은 국토부 2차관에게 처음부터 주민 동의 없이 사업을 시행해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주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경인선 인근 유휴부지 등 대체 용지를 생각해 보라고 제안했다라며 국토부 2차관도 알았다고 수긍했다. 오늘 공청회를 통해 국토부가 깨우쳐 변전소 설치계획을 바꿀 수 있도록 주민 여러분의 의견을 가감 없이 전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후 공청회는 주최 측의 사업설명에 이어 전자파 실측 사례, 의견진술자 진술 및 답변, 질의 및 답변순으로 진행됐다. 의견진술자로 나온 박찬희, 김 건 두 시의원은 상동 호수공원 내 변전소 설치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고, 이어진 질의 시간에는 상동 주민과 인근 부평구 부개동 주민 등 18명이 나서 한결같은 목소리로 변전소 설치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발언하는 상동호수공원 변전소 설치 부펑구 비상대책위원장
발언하는 상동호수공원 변전소 설치 부펑구 비상대책위원장

 

특고압전선 매설 문제로 수년간 홍역을 치렀던 과거의 기억도 소환됐고, “연간 180만 명이 이용하는 부천 최대의 녹지공원에 혐오시설인 변전소가 웬 말이냐?” “변전소 반경 100미터 이내에 학교, 아파트, 어린이 놀이 시설이 즐비한데 우리 아이들의 건강은 누가 책임지나?” “수익자 비용부담원칙에 입각해 변전소는 이용자가 많은 서울이나 인천에 설치해야등등 다양한 의견과 제안이 쏟아졌지만, “왜 하필 부천인가?”라는 가장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사업자 측의 책임 있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신부평발전소로부터의 전력공급의 용이함때문에 상동호수공원이 변전소 위치로 선정됐다는 사측 인사의 발언은 오히려 GTX-B 노선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민간투자사의 이익을 우선해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웠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 장면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 장면

 

공청회는 말 그대로 주민의 의견을 듣는 자리이며,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은 가감 없이 주무 부서에 전달하겠노라며 바짝 엎드린 자세를 취한 진행자 덕분에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되었으나 행사장을 나서는 주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비록 공청회에서 나온 주민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는 하지만, 지난날 중요한 국가정책이며 정부사업이라는 이유로 주민의 의견이 묵살되었던 예가 어디 한두 번이던가? 대장들녘 지키기, 동부천 IC 건설 반대 등 부천시민들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투쟁했던 일들이 결국 국가 뜻대로, 사업자 입맛대로 진행된 사실을 시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라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것이다.

공청회장에서는 부천시가 서울시나 인천시에 비해 힘이 없고 만만하기 때문에 변전소도 부천에 설치하려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주민의 목소리도 있었다. 부천시는 실시설계 단계에서 점용허가를 요청하더라도 불가할 방침이라며 상동호수공원 변전소 설치계획에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지만 이날 공청회장에 교통정책과장이나 시장 등 책임 있는 인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박찬희 시의원
박찬희 시의원
김 건 시의원
김 건 시의원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GTX-B노선 민간사업자 측의 무성의한 답변이 아니라 이 사업과 관련한 총체적 진실과 부천시의 향후 대응에 관한 책임 있는 인사의 명확한 답변이다. 그리하여 부천시는 왜 하필 부천 상동호수공원인가?”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두 가지 물음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았어야 했다.

더불어 부천생태공원 지하에 설치 예정인 경사갱(지하터널)도 공사개요를 명확히 밝히고 환경영향 평가 결과 또한 공개되었어야 마땅하다. 본지는 지난 18일 자 기사를 통해 부천생태공원에 설치 예정인 18번 환기구의 철저한 검증을 촉구한 바 있다.

18번 환기구는 전체 26개 환기구 중 유일한 경사갱구조로 돼 있다. 경사갱은 공사 중인 철도의 터널구간에 흙과 돌을 실어 낼 공사 차량이 이용하고, 완공 후에는 소방차나 구급차가 드나드는 지하통로다. 경사갱을 만들면 토사와 암반을 여러 방향으로 팔 수 있어 공사 기간 단축 효과가 크다. 경제성을 확보하려는 사업 주체로선 매력적인 공법이나 지하수 유출, 지반침하, 각종 공사 차량이 드나듦으로써 환경오염이 우려되는바, 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제4·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기준 부천시 철도망
제4·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기준 부천시 철도망

 

사정이 이러한데도 부천시는 오늘 자(2) 보도자료를 통해 강남까지 18! 부천시, GTX5중 역세권 시대 연다라는 장밋빛 미래를 홍보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부천종합운동장 5, 대장역 4중 역세권에 강남 접근성 2.5배 개선을 누가 반기지 않겠는가마는 이번의 상동호수공원 변전소 설치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부천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주민의 안전과 건강이며 결코 강남까지의 이동시간 18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주었으면 한다. GTX-D, F도 부천에 변전소를 설치할 마음을 품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공청회 개최를 통보할지 누가 알겠는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한 시민의 말처럼 부천시민은 GTX-B의 빠른 개통을 원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천의 생태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고 부천시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업이 되도록 정부와 사업자, 부천시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다.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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