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지속협과 함께 하는 부천둘레길 6구간 48km 모니터링(제8회)

9월에 시작한 부천둘레길 48모니터링도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랐다. 1코스 향토유적숲길(고강선사유적공원~소사역), 2코스 산림욕길(서울신학대학교~송내역), 3코스 물길따라 걷는 길(시민의 강~굴포천), 4코스 황금들판길(봉오대로~변종인 신도비), 5코스 누리길(베르네천 발원지~원미산)에 이어 마지막 6코스는 범박동 순환길로 동남사거리 목일신근린공원을 출발해 웃고얀근린공원, 범박터널, 함박근린공원, 산들역사문화공원을 거쳐 다시 동남사거리로 돌아오는 거리 6, 소요시간 2시간 코스다.

 

6구간 탐방에 나선 부천둘레길 모니터링 탐방단
6구간 탐방에 나선 부천둘레길 모니터링 탐방단

 

부천향토역사 전문가이며 콩나물신문 편집장을 역임한 한도훈 시인이 지난 2015년 이곳 범박동, 옥길동 일대를 답사한 후 쓴 <내 고향 부천 이야기>에는 용문내, 청등들, 새탄말, 함박마을, 배못탱이, 부굴골, 게레울 등 듣기만 해도 정겨운 우리말 이름이 여럿 등장한다. 하지만 10년이 채 안 됐음에도 지금은 배못탱이, 웃고얀 등의 몇몇 지명만 남아있을 뿐이어서 아쉬움이 크다.

하기야 풍수지리에 문외한인 필자가 봐도 스타필드시티라는 이름의 대규모 쇼핑몰이 부천시향토문화유적 2~3호가 자리하고 있는 청주한씨 종중묘역을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한도훈 시인이 오천 년의 세월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유구한 역사성을 가진 지명을 되살려야 한다라고 외쳤던 용문내도 지금은 역곡천으로 이름이 굳어진 상태다. 지명은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끈이자 구심점이다. 마을의 역사와 신화가 거세된 역곡천이라는 이름이 못내 아쉽다.

조선지지자료에는 용못내라 하고 한자로는 용지천(龍池川)이라고 했다. 용못은 항동에 자리잡고 있다. 용못이 제법 커 이 이름을 따온 것이다. 현재는 푸른수목원에 자리잡고 있는 항동저수지를 가리킨다. 하지만 사람들은 용못내라 부르지 않고 용문내라고 불렀다.

용문내의 은 수신(水神)을 의미하는 용을 가리키고, 문은 물을 가리킨다. 부천에도 오정에 사문이 있고, 사래이인 상동에 물문개라는 땅이름이 있다. 이 땅이름에서 이 집에서 여닫는 문이 아니라 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수신이 사는 하천, 수신이 지켜주는 하천이라는 뜻이다. 역곡, 괴안, 범박마을 사람들은 용물내라고도 했다. 벌응절리 사람들은 벌응천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출처 콩나물신문 한도훈의 내고향 부천이야기』 「용문내, 대월들을 품고 있는 하천)

 

목일신공원
목일신공원
동남사거리에 설치된 목일신 자전거 조형물
동남사거리에 설치된 목일신 자전거 조형물
6구간 탐방에 나선 부천둘레길 모니터링 탐방단
6구간 탐방에 나선 부천둘레길 모니터링 탐방단

 

목일신공원은 부천 소사구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동요작가 목일신 선생을 기리기 위한 공원인데 선생의 명성에 비해서는 턱없이(?) 작은 규모이다. 그래도 근처에 선생의 이름을 딴 일신초등학교와 일신중학교가 있으니 너무 서운해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목일신(睦一新) 선생은 1913년 전라남도 고흥군 고흥읍 서문리에서 목사이자 독립운동가인 목홍석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5세 때인 1928년 고흥흥양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순천 매산중학교에 입학했다가 같은 미션스쿨인 전주 신흥중학교로 전학한다. 이 해에 첫 동시 산시내동아일보에 발표했다. 당시는 전국적으로 동요 열풍이 불 때라 각 신문사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한 동요가사 공모전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흔히 국민 동요로 알려진 목일신의 <자전거>는 흥양보통학교 5학년 때 작사한 것으로 실제 발표는 1932년 기독교 어린이잡지 아이생활에 했고 이듬해 김대현(1917~1985)이 곡을 붙였다.

<자전거>와 함께 지금껏 많이 불리고 있는 동요 <누가 누가 잠자나> 역시 흥양보통학교 때 작사한 것이다.

1931조선일보신춘문예에 동시 시골이 당선되고, 이듬해 신춘문예에서도 조선일보에 동시 물레방아와 가요새날의 청춘, 내일신보에 시 영춘곡(迎春曲)이 잇달아 당선되는 등 목일신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1955년까지 약 4백여 편의 작품을 창작했다. 윤이상, 안기영, 홍난파, 홍성유, 김대현, 권길상, 유기홍, 김성대 등 당대의 유명작곡가들이 그의 노랫말에 곡을 붙였으며 지금껏 노래로 만들어진 작품은 70여 편이다.

 

목일신 선생을 기리는 두 개의 노래비. 고흥동초에 있는 노래비(좌)에는 '누가 누가 잠자나'가, 고흥문화회관 뜰에 있는 노래비(우)에는 '자전거'가 실려 있다.
목일신 선생을 기리는 두 개의 노래비. 고흥동초에 있는 노래비(좌)에는 '누가 누가 잠자나'가, 고흥문화회관 뜰에 있는 노래비(우)에는 '자전거'가 실려 있다.
목일신 동요제 장면
목일신 동요제 장면

 

1937년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대학[關西大學]을 졸업한 뒤 동화방송에서 근무하다가 1943년 순천 매산고등학교, 1948년 목포여자중고등학교, 1954년 서울 이화여자고등학교, 1958년 배화여자중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하여 1978년 퇴직하였다.

1960년 이후 경기도 부천군 소사읍 범박리(지금의 부천시 소사구 범박동)로 이주하여 사망할 때까지 거주하였다. 범박리에서의 생활은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19861013일 자 동아일보에 목일신 선생 부음 기사가 보인다.

아동문학가 목일신 씨. 동요 자전거, 누가 누가 잘하나 등의 가사를 작사한 아동문학가 은성 목일신 씨가 12일 새벽 1시 경기도 부천시 範朴洞 332 신앙촌연립주택 나동 103호 자택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2. 유족으로는 미망인 정경자 씨(51) 12녀가 있다. 장지는 경기도 시흥군 군자면 신앙촌묘지

사후에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부천중앙공원에 <자전거> 노래비가 세워졌고, 전라남도 고흥군에도 <자전거>, 누가 누가 잠자나노래비가 세워졌다.

 

6구간 탐방에 나선 부천둘레길 모니터링 탐방단
6구간 탐방에 나선 부천둘레길 모니터링 탐방단
6구간 탐방에 나선 부천둘레길 모니터링 탐방단
6구간 탐방에 나선 부천둘레길 모니터링 탐방단
6구간 탐방에 나선 부천둘레길 모니터링 탐방단
6구간 탐방에 나선 부천둘레길 모니터링 탐방단
6구간 탐방에 나선 부천둘레길 모니터링 탐방단
6구간 탐방에 나선 부천둘레길 모니터링 탐방단

 

범박터널을 지나 편백나무숲, 함박근린공원, 산들 역사공원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은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탓인지 잘 정비되어 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산과 들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도농복합지역으로 날짐승들도 비교적 먹을거리가 풍부했을 것이나 각종 아파트며 주택, 상가, 학교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선 지금 둘레길에서 만난 새들의 울음소리에는 힘이 없다. 겨울이라 추운 날씨 탓도 있겠지만 먹이활동 할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본래 이 땅의 주인인 새들에게도 굶주림은 일상이 되었다.

김동숙 활동가의 제안으로 버드피딩(새 먹이주기)을 한 것은 그나마 작은 위안이다. 땅콩, 아몬드 등 견과류와 들깨, 조 등 잡곡을 한 줌씩 나무 그루터기나 줄기 위에 놓아두면 한겨울 새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과 같이 둘레길을 산책할 때 이런 버드피딩을 함께 하면 교과서에서 배우는 백 마디 말보다 훨씬 효과적인 교육이 되지 않을까 한다. 작은 생명을 사랑하지 않는 자가 어찌 큰 생명을 사랑하며, 만백성의 마음을 아우르는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는가? 자녀가 큰 인물이 되길 바라거든 당장 손을 잡고 근처 야산으로 가 버드피딩을 하기 바란다. 땅콩이나 아몬드 등 비교적 큰 알맹이는 서너 조각으로 잘라서 놓아주는 것이 좋다.

근린공원 산마루 쉼터
근린공원 산마루 쉼터
버드피딩
버드피딩
버드피딩
버드피딩

 

채근담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쥐를 위하여 항상 밥을 남겨 놓고

불나방이 가여워서 등불을 켜지 않는다

옛사람의 이런 마음 씀씀이는 만물을 살리려는

우리 인간의 한 점 생명 존중이다.

이런 마음 씀씀이가 없다면 인간은 이른바 흙덩이나

나무토막과 같은 몸뚱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홍자성 지음, 안대회 평역 채근담(민음사, 2022)에서 인용

 

쥐를 위하여 항상 밥을 남겨 놓고, 불나방이 가여워서 등불을 켜지 않는다라는 경구는 소동파의 시 정혜원 수흠 장로가 보낸 시에 차운하다에서 가져왔다.

左角看破楚(좌각간파초) 왼쪽 뿔 위에서 초나라 깨뜨림 보고

南柯聞長滕(남가문장등) 남쪽 가지에선 등공을 제후로 봉한 소식 들었네

鉤簾歸乳燕(구렴귀유연) 발을 걷어 올려 새끼 제비 돌려보내고

穴紙出癡蠅(혈지출치승) 창호지에 구멍 뚫어 길잃은 파리 내보내네

爲鼠常留飯(위서상류반) 쥐를 위해서 항상 밥을 남겨 놓고

憐蛾不點燈(연아부점등) 불나방이 가여워서 등불 켜지 않네

崎嶇眞可笑(기구진가소) 극한 이내 신세 참으로 가소로우니

我是小乘僧(아시소승승) 나야말로 볼품없는 소승의 중이로세

 

현해당(시인, 인문기행작가)

 

부천시 향토유적 제2호 한언 묘와 묘표
부천시 향토유적 제2호 한언 묘와 묘표
한언 묘
한언 묘
부천시 향토문화재 제3호 한준 묘와 신도비
부천시 향토유적 제3호 한준 묘와 신도비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