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성 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늑대가 무서운 것은 무리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무리 생활이 아닌 질서가 잡힌 무리 생활이기에 야생의 다른 동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늑대는 철저한 계급 사회이다. 계급이 높고 낮음에 따라 역할과 그 행동이 다르다. 늑대는 보통 10여 마리가 무리를 이룬다. 늑대들이 너무 많아서 무리가 커지면 그 무리를 잘 이끌어가기가 힘들고, 그보다 적으면 다른 동물이나 무리에게 공격을 당하여 새끼들이 잡아먹힐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항상 적당한 무리를 이룬다.

늑대는 무리 안에서 서열을 정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 싸움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함이기 때문에 싸움에서 질 것 같은 늑대는 곧장 자신이 약함을 인정하고 드러누워 배를 보인다. 상대가 이겼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싸움에서 이긴 늑대는 진 늑대를 다치지 않을 정도로 살짝 입으로 물어 준 다음 자신의 승리를 선언한다. 이렇게 서열이 정해지고 나면 늑대 무리의 대장은 자신의 무리를 보살피는 데 있어서 모든 것을 책임진다. 그 무리 중에 다치거나, 새끼를 배거나, 나이가 들어 힘이 없어 사냥을 하지 못하는 늑대가 있으면 자신이 사냥을 해서 먹이를 가져다준다. 그 무리는 자기 대장을 철저히 따르며 무리를 지어 이동할 때 대장보다 앞장서서 걷지 않고 뒤를 따르기만 한다. 늑대 무리에게서 하극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만약 그러한 경우가 발생할 것 같으면 따로 그 무리에서 나와 다른 무리를 스스로 이룬다.

늑대 대장은 암컷 중에 자신의 짝을 선택한다. 한 무리에서 새끼를 낳는 것은 보통 대장 암컷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다른 암컷도 새끼를 낳을 수는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새끼가 많아지면 그 무리의 개체 수가 증가하기에 만약 그러한 일이 생기게 되면 무리는 분화하게 된다.

대장 암컷이 새끼를 낳게 되면 무리의 모든 늑대가 힘을 합쳐 공동으로 그 새끼를 키우게 된다. 새로 태어난 새끼가 잘 자라 성장하게 되면 다시 서열을 정하고 나이 든 늑대를 대신하여 그 무리를 이끌게 된다.

 

늑대 무리
늑대 무리

 

늑대는 포식자이며 무리 원 전체를 먹여 살려야 하기에 사냥에 있어서도 그들만의 전략이 존재한다. 그들은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잘 되며 이러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진을 짜고 편대를 이루어 여러 가지 전술로 사냥감을 포획한다. 보통 대장 늑대의 지휘하에 개체들이 움직인다. 이때 서열이 낮은 늑대가 사냥감의 몰이에 나서고, 힘이 센 우두머리 늑대는 사냥감을 몰아오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단번에 사냥감에게 다가가 일격을 가해 치명상을 입혀 쓰러뜨린다. 사냥감은 여러 늑대의 몰이에 쫓겨 다니다 힘에 지쳐 커다란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우두머리 늑대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세계 2차 대전에서 독일 해군이 연합군을 상대로 사용했던 유보트 작전이 이를 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튼의 동물기에 보면 늑대 대장인 로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시튼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인데 로보가 이끄는 무리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인간들이 로보의 무리를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여서 그 주민들이 동물 전문가였던 시튼에게 부탁을 했던 것이다.

늑대는 자신의 무리를 서로 적극적으로 챙기고 보호한다. 늑대가 우는 소리를 하울링(howl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무리와 헤어졌거나 사고로 인해 잃어버린 자신의 무리 원을 찾기 위한 일종의 소통 행위이다. 늑대는 그렇게 무리를 이루어 다 함께 전체 구성원의 생존을 책임지며 대대로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 정태성(한신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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