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문인

홍고링 엘스

 

                                                방혜선

 

사막 속에서 사랑을 노래할 줄 압니다

그러나 음치입니다

 

모래알갱이였다가 악보였다가 거울이었다가 새벽이슬처럼 독보적입니다

그러나 습기 없는 노래를 부른다고

바람이 웅성댑니다

 

사막을 들어가고자 한다면

기다란 눈썹이 필요한 법입니다

가장 무거운 그늘

눈동자를 숨기기에는 사막이 적격이기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표정을 찾으려고

작년에 즐겨 매던 머플러를 매 봅니다

낮은 여름

높은 겨울

계절의 외곽에 매달린 별들이

익숙한 행로를 따라 물고기자리까지 항해합니다

 

몸 곳곳에서 새는 비와

초원의 노래를 훔쳐와

사막 안에 저장합니다

 

홍고링 엘스에 가고 싶다면

바람을 옮기거나 모래를 옮기는 직업을 찾아보세요

 

바람을 옮긴 대가로 마두금을 살 수 있을지

노래하는 언덕에 묻습니다

당신 등에 과적한 건기의 하늘을 본 이후

나는 당신을 낙타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낙타 등 너머 모래바람이 불 때

미래와 과거를 단숨에 횡단하는 판타지 장르처럼

부드러운 오선지들이 태어납니다

 

때로 모래언덕을 찾아오는 일몰에 물든 문장들

집과 시와 낙타밖에 모르는

당신입니다

 

*홍고링 엘스는 듀트 만칸이라고도 불리며 노래하는 모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몽골 고비 구르반사이칸 국립공원 내에 있다.

<시작 노트>

홍고링 엘스. 모래가 작사하고 바람이 작곡한 사막의 노래를 가끔 듣습니다. 그러다 시간의 골짜기에 머물러있는 별빛을 만난다면 행운일 것입니다.

 

방혜선 시인
방혜선 시인

 

방혜선 약력(프로필)

2021 계간 시와 산문신인문학상 시부문 등단

시의 밭 시인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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