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성어로 본 오늘의 시사(時事)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이른바 채널A 관련 사건 자료 등을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으로 제공했다는 이유로 윤석열 정부 들어 징계 위기에 몰린 박은정 검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은정 검사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직합니다>라는 글에서 법무부가 자신을 징계하겠다는 일방적 통보를 해왔다며 고발사주로 실형을 선고받은 검사도 일찌감치 무혐의로 덮고 또 승진까지 시키는 이장폐천(以掌蔽天) 행위에 추호도 협조할 생각이 없다. 디올백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라는 말로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고 사직할 뜻을 분명히 했다.

고발 사주(告發使嗾)’20204.15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 황희석 전 최고위원,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뉴스타파 소속기자 등 11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고발하도록 사주(使嗾)했다는 의혹을 골자로 하는 사건이다.

지난 13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장판사 김옥곤)는 고발사주의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장에 대하여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지위에서 취득한 비밀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누설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한 바 있으며 손 검사장 측은 1심 유죄 선고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여기서 박은정 검사가 인용한 이장폐천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뜻으로, 얕은 꾀로 잘못을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일수차천(一手遮天)’, 또는 일수폐천(一手蔽天)’이라고 하며 권력을 빙자하여 백성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어리석은 자들의 행동을 풍자할 때 주로 사용한다. 우리말 속담 중 눈가리고 아웅하기와 같은 뜻이다.

 

 

이장폐천(以掌蔽天)은 당나라 시인 조업(曹鄴)이사 열전을 읽고[讀李斯傳]라는 시에서 유래했다.

이사(李斯)는 진시황(秦始皇)이 봉건제를 폐하고 군현제를 확립하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순자(荀子) 밑에서 동문수학한 한비(韓非)를 시기하여 죽게 했을뿐만 아니라 봉건 서적을 불태우고 유생들을 생매장한 분서갱유(焚書坑儒)로도 악명높다.

조업은 사기(史記)』 「이사(李斯) 열전을 읽고 느낀 바를 시로 읊었는데 그중에 한 사람의 손으로 천하의 눈을 가리기 어렵다(難將一人手, 掩得天下目)”라는 시구가 있다. (손 수)(손바닥 장)과 같고 (가릴 엄)(덮을 폐), (가릴 차)와 통용되는 말이니 이장폐천, 일수차천, 일수폐천은 모두 같은 뜻이다.

그나저나 이번에 디올백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라는 말이 크게 유행함에 따라 후대의 사전편찬자들은 이장폐천(以掌蔽天)()’ 자에 디올백이라는 뜻을 하나 더 추가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써 이), (디올백 장), (가릴 폐), (하늘 천)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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