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목에서’

내가 문학에 뛰어들어 책을 냈지만, 글의 수준이 미약하니 책을 내고도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문학에는 문외한이었던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에세이문예에서 내 글을 받아주고 등단 절차를 거치면서 시작되었다. 내가 글을 쓰면서 내 삶의 의미가 달라졌다. 내 삶 속에서 아픈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어 적다 보니 어린 날 받았던 상처도 기억 속에서 살아나 글로 표현하면서 내 안의 치유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표정도 밝아지고 긍정적인 마음이 되어서 편안해졌음을 느낀다. 글쓰기를 안 했더라면 속 시원히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없는 나의 상황이었다. 글에는 어떤 이야기를 써도 되지만 사람한테 이야기하면 그 자리에서는 공감해 주지만 뒤로 가서는 뒷담화로 남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글을 쓰려면 풍부한 어휘력과 묘사력도 갖춰야 하지만 나는 책 읽기부터 시작했다. 자연히 책이 좋아지고 책이 없으면 허전했다. 부지런히 책을 읽고 있으면 책 속의 글들이 내 마음을 새롭고 평안하게 다스리는 것을 느낀다. 나의 삶이 리모델링된 것 같아서 흐뭇하다. 분명한 사고력이 생기고 감정도 새롭게 바뀌는 것을 체험한다. 그렇게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르니 눈이 먼저 침침해지기 시작해서 안경을 맞추어 쓰고 책을 보았더니 글씨가 잘 보여서 너무 좋았다. 안경의 편리성을 알게 된 것 같다. 안경이 없으면 생활이 불편하고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고 글씨도 잘 읽을 수 없어서 안경을 꼭 챙겨 쓴다. 내가 자연적으로 가진 눈이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지를 알게 되었다.

사오십 대 때는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하고 살았다. 나의 삶도 리모델링해서 새것으로 바꿀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이 나만의 생각일까, 내 몸의 여러 부위를 살펴보니 나도 자연 상태로 살아가지 못하고 의학의 혜택을 받고 있다. 요즘 들어서 청력이 약해졌는지 작은 소리가 안 들려서 되묻곤 한다. 상대방의 말에 반응을 못 하고 있으면 그것은 알아듣지 못해서이다. 병원 진단 결과 보청기를 하셔야겠네요’, 라는 말을 의사로부터 들었다. 눈에는 안경을 썼고 귀에는 보청기를, 이에는 임플란트 세 개 이상 갈아 끼운 것이다.

그렇게 숫이 많고 까맣던 머리카락이 흰 머리가 나면서 가늘어지고 빠지기 시작하더니 머리카락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서 걱정된다. 머리에 좋다는 제품을 사용해 본다. 피부노화도 와서 주름 잡히고 곱던 피부에는 검버섯도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단단한 음식도 잘 씹어먹던 이가 하나씩 빠지면서 갈아 끼웠다. 청력은 제일 늦게 퇴화한다고 하더니 나에게는 그 말이 맞지 않았다. 이 단계에 와 보니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불편한 점이 하나둘 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차라리 고령 나이가 되었다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고 살지 않을까?

이것은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여야 하는 절차인 것 같은데 젊었을 때는 경험하지 못하던 것들을 받아들여야 하므로 마음 준비를 미처 못하고 찾아오는 일들이라 세월이 야속하다. 나이를 먹으니 체력도 떨어지고 걸음걸이도 늦어진다. 그러면서 면역력이 약해지니 계절마다 오는 감기는 다 거쳐 가는 것 같다. 그것도 심하게 체력을 떨어뜨리며 앙금을 남기고 간다. 육체도 구부정하니 꼿꼿했던 모습은 없어지고 보기에도 노인티가 난다. 이제부터 인생 리모델링에 들어가야 할 시기인 것 같은데 리모델링으로 인생을 바꾼들 어머니 배 속에서 태어났을 때처럼 자연 생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옛날 어른들 세대보다는 의술이 발달해서 이런 도구들로 갈아 끼우고 사니 불편은 훨씬 덜하지만, 키가 줄어들고 노화현상으로 자세가 바르지 못한 것은 바꿀 수 없지 않은가, 멀리서 걸어오는 자세만 봐도 노인 걸음걸이하고 젊은이들하고는 구분이 된다.

무릎도 아파서 뛰지도 못하고 천천히 걷는다. 시간이 얼마쯤 더 가면 관절도 수술로 갈아 끼우는 리모델링을 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얼마 전에 친구가 돌아갔다는 전갈을 받고 장례식장에 다녀온 남편이 마음을 잡지 못하고 많이 상심하고 있었다. 세월이 가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겠지만 내가 그때를 알지 못하니 인생 리모델링해서라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해 보았다. 칠십 대 초반에 자녀들 결혼도 다 못 시키고 간 남편 친구는 자연의 순리를 따라갔으니 남은 사람도 고통 없이 잘 살기를 바란다. 남편의 건강도 내가 챙겨줘야 할 때인 것 같다. 젊었을 때는 항상 건강할 줄 알았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맡기고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며 장수 시대인 만큼 큰 병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 끼치지 말고 타고난 천수대로 잘 살다 갔으면 좋겠다.

 

리모델링으로 피곤도 사라지고 감기 같은 유행병도 이겨내며 면역력이 강해져서 건강한 삶이 된다면 누구나 리모델링하려고 할 것 같다. 우리 몸도 늙어서 노쇠해졌다면 고쳐 써야 하지 않을까? 몸만 고친다고 마음이 편해질 리 없으니 마음 리모델링도 해야 하지 않을까? 성경 로마서 1217절에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라라고 하셨다. 현대에는 스트레스가 큰 병의 원인이 되는 것 같으니 스트레스받지 않게 리모델링으로 마음을 예쁜 정원같이 싱싱하고 푸르게 잘 가꾸어야 하리라.

 

이길순(수필가)

 

이길순 수필가
이길순 수필가

 

이길순 프로필

2013년 본격수필로 등단

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 졸업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천문협회원, 인천문협회원

한국본격수필 작가상 수상

11회 세종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몸을 퇴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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