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22대 총선이 D-26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 당의 공천작업도 마무리 절차에 접어들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자당 공천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시스템 공천이라 자랑하면서 상대방 당에 대해서는 공천학살이니 입틀막공천이니 하며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는 만큼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자못 궁금하다.

부천시는 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기존 갑을병정 4선거구가 갑을병 3선거구로 조정된 탓에 일찍부터 출사표를 던지며 표밭을 다져왔던 예비후보자들의 혼란은 컸다. 그나마 민주당은 경선을 통해 부천시갑(서영석 후보, 유정주 후보 결선), 부천시을 김기표 후보, 부천시병 이건태 후보로 후보 선출이 이루어졌지만, 국민의힘은 경선 없이 부천시갑에 김복덕 후보(국민의힘 재정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부천시을 박성중 후보(현 국회의원), 부천시병 하종대 후보(방송정책연구원장)를 단수 공천했다. 민주당 세가 강한 부천에서 기존의 예비후보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이었다고는 하지만 일찍부터 선거사무소를 열고 표밭을 다져왔던 토박이 후보들로서는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그동안 부천시을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지역 표밭을 다졌던 서영석 예비후보는 지난 6,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힘 공천관리위원회의 전략공천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며 박성중 의원과의 투명한 경선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치는 주민의 것이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상식을 외면하고 저버렸을 때 주민의 삶이 피폐해진다는 것은 이 시대의 가슴 아픈 현실일 것입니다. 그 진실이 아직도 갈 수 없는 먼 나라의 신기루와 같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봅니다. 이제, 부천시민 여러분들의 과분했던 관심과 격려를 내려놓아야 할 시간입니다.”

지난 14, 서영석 국민의힘 부천시을 전 당협위원장이 부천시민과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의 일부다. 그는 이 편지에서, 그동안 40년간 부천시민으로, 또한 20년간 지역 정치인으로 살아왔던 삶을 회고하며 아쉽지만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새로운 인물지역 일꾼의 대결 구도가 이번 총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양 당의 문제를 떠나서 대부분 새로운 인물에게 자리를 내주고 마는 것이 지역 일꾼들의 비애이자 한계이지만 그래도 이번 서영석 예비후보의 경우는 경선도 한번 못 치러본 채 후보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해온 정치인으로서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편지로 인사를 대신하며 떠나는 그의 뒷모습이 더욱 쓸쓸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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