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시력을 기준으로 제1종 운전면허 취득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개별 운전능력에 대한 고려 등 조건부 면허취득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운전면허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45조 제1항 제1호 가목과 관련하여 시각장애인의 조건부 면허취득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진정인 최 모씨 외 6명은 한쪽 눈이 실명되거나 저시력이지만, 다른 한쪽 눈은 시각장애가 없어 운전에 지장이 없음에도 운전능력에 대한 개별적인 검증절차 없이 기존 규정에 따라 제1종 운전면허 취득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시각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45조는 제1종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두 눈을 동시에 뜨고 측정한 시력(교정시력을 포함)이 0.8 이상이고, 두 눈의 시력이 각각 0.5 이상이어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어 한쪽 눈이 실명된 상태거나 한쪽 눈의 시력이 0.5 미만의 저시력인 사람은 제1종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한쪽 눈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하 ‘단안 시각장애인’이라 함)은 시야가 제한되고 거리감각 등에 문제가 있어 대형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으므로 도로교통상의 불특정 다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단안 시각장애인에게 제1종 운전면허 취득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2003년 6월, 헌법재판소는 단안 시각장애인의 운전면허취득에 대한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을 심의하였으나 합헌결정을 하였으며, 영국과 독일 등 외국의 경우도 3.5톤 이상 화물자동차, 9인 이상의 승합자동차에 대해 단안 시각장애인의 운전면허취득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제1종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제2종 운전면허 경우보다 더 높은 시력을 요구하는 것은 일면 타당하므로 합리적 이유 없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인권위는 그러나, 최근 기술발전으로 인하여 시각장애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운전보조장치가 개발되고 있고, 청각장애인이나 신체장애인의 경우 자동차의 구조를 한정하거나 장애를 보완하는 보조수단 사용을 조건으로 제1종 운전면허의 취득이 가능하듯이 단안 시각장애인도 다양한 운전보조장치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등을 주목하였습니다.

 

 인권위는 또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의 경우 최소 시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버스, 트럭 등 상업용 차량 운전면허를 발급받을 수 없는 단안 시각장애인에게도 안과의사 또는 검안사가 발급한 시력검사 소견서, 건강진단서 또는 운전업무의 성격 등을 운전면허 발급기관이 매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조건부로 상업용 차량 운전면허를 발급‧갱신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점, 시력과 운전능력의 상관관계의 연구 결과가 일치하지 않고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는 점, 제2종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9인승 승합자동차와 제1종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11~12인승 승합자동차의 길이와 폭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1종 운전면허 취득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여 예외나 조건부 면허취득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운전면허 제도에 대해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소수의견으로 운전면허응시자의 운전능력을 개별적으로 심사하지 않고 일괄하여 기준시력에 미달한다는 사실만으로 제1종 운전면허 신청, 응시, 합격의 모든 과정에서 규정상의 기준시력 미만의 장애인을 배제·거부하여 제1종 운전면허 취득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제19조 제6항 및 제7항에 반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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