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성 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우리나라 중요 무형 문화재 제82-나 호는 고 김금화였다.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 17세에 내림굿을 받고 강신무(降神巫)가 되었다. 강신무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세습무가 아닌 무병을 앓고 된 무당을 말한다. 강신무는 신이 몸에 실려서 직접 신어를 말하고, 세습무는 신을 대신해서 신의 말을 전달하는 차이가 있다. 강신무는 엑스터시(Ecstasy) 샤먼(Shaman)이다.

김금화는 사망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나라만신이었다. 만신이란 만 가지 신을 섬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녀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2014년 만들어졌는데 제목이 만신이었다. 김새론이 어린 시절, 류현경이 청년 시절, 문소리가 중년의 김금화를 연기했다.

그녀는 무당이 되기 전 10세 때 이미 친구들과 놀 때 낫을 맨발로 타며 춤을 추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그녀는 정신대에 끌려가기 싫어 14세 때 결혼을 한다. 시어머니의 구박과 구타를 이기지 못하고 2년 만에 시댁에서 도망쳐 나온 후 이혼한다. 그리고 17살이 되던 해, 어느 날 갑자기 달맞이를 하다가 신이 내렸다. 무당이었던 그녀의 외할머니는 그녀가 무당이 되는 것을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 그녀에게 내림굿을 해준다. 무당으로 살던 25살 때 두 번째 결혼을 하지만 11년 만에 다시 이혼을 한다. 그녀는 신의 품에서만 살아야 할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6.25 후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그녀는 무당으로서 갖은 고생과 가난 속에서 설움을 겪으며 파란만장하게 살아왔다. 1970년대 들어와서 그녀의 이름은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의 기능 보유자였던 그녀는 백두산 천지에서의 대동굿, 베를린에서 윤이상 진혼굿, 사도세자 진혼굿, 백남준 추모굿, 한미 수교 100주년 기념굿으로 우리나라 가장 대표적인 무녀로 자리 잡는다. 심지어 이탈리아 로마에 가서 교황 진혼굿까지 했다. 1985년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배연신굿 및 대동굿 예능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12단 계단식 작두를 타는 모습
12단 계단식 작두를 타는 모습

 

김금화가 굿을 하면서 작두를 타는 것을 보면 실로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마술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서커스 같기도 하고, 사기를 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녀는 실제로 날이 시퍼렇게 선 커다란 작두 위에 올라가고, 심지어 그 위에서 춤도 춘다. 단순히 작두 위에서만 노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의 작두를 탄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무당이 타는 작두는 분명 날이 서 있어서 사과도 깎을 수 있고, 헝겊 같은 것도 그냥 잘린다. 작두 탄다는 것은 단순히 작두 위에 그냥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땅바닥에서 뛰어놀 듯, 그들은 작두 위에서 춤추고 노는 것이다. 물론 작두 위에서 서 있기만 하는 무당도 있다. 그는 새끼 무당이다. 작두도 여러 가지로 가장 일반적인 작두가 40cm 정도 되는 쌍 작두이고, 어떤 것은 1m가 넘는 기다란 작두를 연이어 늘어놓고 3m 이상을 걸어 다닌다. 12단 작두도 있는데, 이것은 작두 12개를 계단식으로 놓고 한 계단씩 올라가면서 작두를 타는 것이다. 24단 작두는 12단 작두를 타고 올라가서 12단 작두를 타며 내려오는 것이다. 심지어 작두 두 개를 쌍으로 해서 그네를 만들어 작두 그네를 타기도 한다. 그네를 탈 때는 반드시 발판에 힘을 주면서 굴러야 그네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작두 그네를 타기 위해서는 작두날 위에 선 채로 작두에 몸무게를 실어 힘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발바닥이 작두날에 나가지 않는 것이 더 신기할 정도이다. 일반인들은 도저히 가장 간단한 것도 따라 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러한 것이 가능한 것일까? 과학적으로 설명이 될 수 있는 것일까?

SBS그것이 알고 싶다프로그램은 287회로 무당이 어떻게 작두를 탈 수 있게 되는지를 알아보는 방송을 1993926일 방영했다. 그 프로그램에는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님이셨던 김정흠 박사님을 비롯해, 의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도 나와 그들의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그들도 그 과학적 이유를 시원하게 찾지 못했다.

무당이라고 해서 모두 작두를 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작두를 타다가 발바닥을 베어 다치는 사고도 일어난다. 심지어 작두 타던 무당이 너무 많이 다쳐 앰뷸런스에 실려 가기도 한다. 하지만 작두를 타도 깨끗하게 하나도 다치지 않는 무당도 많다.

인간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인간의 지식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무당이 작두를 탈 수 있는 것인지 아직도 그 명확한 답은 모른다. 오직 무당의 말에 의하면 신이 들렸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세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날이 시퍼렇게 선 작두 위에 올라가도 발을 베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같은 작두라도 발을 베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김금화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속인은 욕심이나 목표를 정하면 안 돼요. 아프지 않으면 한편으로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무조건 그저 굴복해야 하지요.”

무당이 작두 위에서 춤을 추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것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 정태성(한신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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