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영상문화단지라는 곳이 있습니다. TV 드라마 <야인시대>가 인기를 끌었던 10여년 전에는 촬영세트장 구경온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입니다. 지금은 세트장이 철거되었기 때문에 만화박물관이 있는 곳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전체면적이 약 10만평(38만㎡)에 달하는데 많은 공간이 비어 있습니다.
 

 

지하철 '삼산체육관역' 근처에 입구가 있고 들어가면 만화박물관이 가장 먼저 보입니다. 차를 가지고 가면 주차장 앞 상가들이 먼저 보일 수도 있겠군요. 그 상가들은 시유지를 무상으로 쓰고 있습니다. 민간사업자가 시설비를 댔기 때문에 2025년까지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해 준 것입니다. 그 뒤로는 한옥마을이 있습니다.  한옥마을 옆에 있던 드라마 세트들은 대부분 철거했고 그 자리는 텃밭으로 쓰고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원형 잔디광장은 캠핑장입니다. 캠핑장 옆 파란지붕은 완공을 못하고 중단된 서커스전용 공연장이고, 그 옆의 파란지붕은 생활예술 연습장입니다. 그 위로 과거 애견파크 등이 있던 자리가 비어 있고, 계유명 건축물을 축소하여 모아 놓은 아인스월드가 멀리 보입니다. 아인스월드 위로는 홍수에 대비할 목적으로 만든 유수지가 있습니다.
 
이 공간은 상동개발 당시 영상문화단지로 계획된 곳입니다. 원래 계획에 맞는 적절한 개발방안을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결과는 이 모양입니다. 아인스월드가 대규모로 들어섰지만 주위에 다른 시설이 없어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는 형국입니다. 아인스월드 역시 주차장 앞 상가와 마찬가지로 20년 무상임대입니다. 시유지를 20년 무상임대해 주면 무슨 이득이 있을까요? 20년 후에 그 시설을 시가 가질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그러나 저 건물들이 20년 후에도 사용가치가 있을까요?  
 
한옥마을을 만들고 세계무형문화엑스포를 개최한 것은 홍건표 시장 때의 일입니다. 부천시에 뿌리가 없는 억지 인프라와 행사를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굴포천에는 운하를 만들고 유수지에 선착장을 만들어서 상동영상단지를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이 때 나온 것입니다. 허황된 일이라며 제가 많이 비판하기도 한 일입니다. 결국 시장이 바뀜으로써 이 모든 것들이 중단됐지만 어쨌든 영상문화단지는 언제나 숙제였습니다.

 
관련 상임위원회에 있어보지를 않아서 직접 고민을 하지 못했지만 영상단지 개발방안을 놓고 은 용역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분개발로는 과거의 실패가 반복되니 종합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입주시키지 못한 과거를 아프게 떠올리는 분들도 많습니다.
 
지난주에 영상단지 개발과 관련한 시민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참석해보니 토론회라기보다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위한 용역보고회였습니다. 2030 도시기본계획에서 받아 낸 시가화 면적을 여기에 적용하여 개발용도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시가화용지로 지정되면 호텔이나 상업시설 등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를 유치하기 쉬워집니다. 재정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우리 시가 주도하여 개발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공모를 통해 민간사업자를 유치하되 1, 2단계로 나누어 개발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남북으로 나누어 길주로 쪽을 먼저 개발하고 향후 여건을 고려하여 2단계 개발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1단계 개발에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만화영상진흥원과 한옥마을은 존치한다지만 무상임대 중인 전면부 상가나 건축중단 상태인 서커스공연장이 걸림돌입니다 서커스공연장은 동춘서커스를 사업자로 지정하여 기부채납 방식으로 시공하던 건물입니다. 공사 막바지에 동춘서커스의 자금문제로 공사가 중단됐고, 건설사의 소송으로 그간 진행된 공사대금 90여억 원을 우리 시가 납부한 건물입니다. 졸지에 건축비를 떠안은 시는 다른 용도를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애초에 서커스 전용공연장으로 설계되어 용도변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1단계 개발이 진행되면 몇 십억의 별도비용을 들여서 철거해야할 운명입니다.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을 올려놓았더니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는 시민의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전면부 상가는 2025년까지 무상임대 계약이 되어 있으므로 개발이 진행되면 역시 철거 당할텐데, 남은 임대 기간까지의 손해배상을 해 줘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건물을 가지겠다는 계획으로 무상임대를 해줬지만 건물은 커녕 철거비용에 손해배상까지 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된 것입니다. 2단계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아인스월드 역시 무상임대가 끝나면 철거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20년 동안 공짜로 영업하고 철거는 우리 시가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이런 개별 개발의 문제점에 대해 용역을 맡은 교수는 "당시의 도시계획 여건에서는 어쩔 수 없던 일이며 최선을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인심 좋게 말했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공모에 어떤 사업자가 무슨 내용으로 공모를 할 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새로 시작하는 일은 더디 가더라도 앞서의 실패를 철저하게 교훈삼아야 할 것입니다. 실패에서 교훈마저 얻지 못한다면 그런 바보가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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