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할머니 손을 잡고 현관으로 들어서는 상윤이는 오늘도 유치원에서 재밌게 놀았나 보다..
한껏 상기된 얼굴로
"이모"
말랑카우 사왔어요?
"다녀왔습니다. 인사부터 해야지~~"
이렇게 상윤이와 만나는 오후는 사탕으로 시작한다.
초등학교 1 학년인 누나 지민이는 동생보다 늦게 집에 온다. 빼빼하고 깡마른 체구지만 스키니를 입으면 모델처럼 늘씬하다. 김연아를 닮았다고 좋아 하는 작은얼굴은 (내가 보기엔 김연아보다 더 이쁘다) 발레가 잘 어울릴것 같은데 , 배시시 웃는 순한 모습과는 달리 웬만한 게임에서는 절대로 지는법 이 없다 . 또래아이들보다 인라인스케이트 랑 자전거를 아주 잘 탄다. 가끔씩 동생한테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언제나 양보하는 착한누님 이다. 동화책 3 권은 순식간에 읽는 작가 지망생이 면서 화가 가 되고싶은 지민이는 만들기 선생님까지 꿈도 야무지다.. 같은반 단짝친구들인 도윤, 도현이와는 매일 보는 얼굴인데
어쩜 그리 붙어다니는지, 삼총사가 부러워 할 정도다.
입꼬리를 삐죽이 올리고 콧등을 찡긋거리는 상윤이는 만화속 주인공인 뽀빠이를 닮았다. 가끔, 소파위에 앉아
거꾸로 들고 읽어주는 그림책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아빠가 깍아주는 . 헤어 스타일은 상윤이 한테만. 어울린다는, 오빤 " 군인 스타일" 이다.
몇살 이냐구 물어보면
'잘생긴 다섯살" 이라며 손가락을 쫙 펴는데.
도톰하고 야무진 손 이다.
자석블럭으로 세상에서 제일 긴 기차를 만들고 스카치테이프로 온 거실을 도배를 한다. 시간 가는줄 모르게 깔깔거리는 물 장난은 콧물이 나와야 끝이난다. 입안 가득 누나보다 더 먹으려고 욕심을 부릴땐, 영락없는 심통대장이다.. 풍차를 돌리듯 양팔을 머리위로 휘저으며 놀이터를 뛰어다니다가도
"이모 숨바꼭질 해요?
;하나, 둘, 셋,넷.... 열 세요?
붙잡히기라도 할까봐 미끄럼틀 사이를 요리조리 동동동 누나 뒤만 졸졸 따라 다닌다.
내 손끝이 닿기라도 하면 " 얼음 ' 을 외친다.
'이모, 얼음이에요. 얼음, 아직도......
귀엽다. 너무 귀엽다.
영원히 죽지않는 "번개 파워" 를 허공에 날리고 양털구름 속에 숨어있던 잠자리 비행기는 희뿌연 꼬리를 매달고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간다. 가로등이 하나 둘 씩 켜지는 놀이터에는 앞치마를 두른 엄마들이 하나, 둘.... 아이들을 부른다.
앞에가는 사람은 상윤이,
뒤에 오는 사람은 지민이....
집으로 오는길엔 뻥튀기 차의 맛있는 유혹이 기다리지만,
"이모, 엄마한테 낼 뻥튀기 사달라고 하자~~ " 눈치 백단 상윤이다
(내일 이모가 사올께)
상윤이는 목욕을 할때면 항상 자동차를 들고 들어간다. 금방 헤어질것이 뻔 한데도 말이다. 꼭 벌거벗은 모습으로 노란색 유치원버스를 찾는 모습은..... 더이상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지민이 와 상윤이를 만난지 벌써 1년이 다 되간다.
부천으로 이사온지 3년째.
아무도 아는이 없는곳에서 새로 시작한다고 한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3년이라니,
참 많이도 변했다. 내생활이.
지금은 베이비시터로 일하면서 시민학습원에 나가 인문학 공부도 한다.
즐거운 사람들도 만나고, 꿈 많은 사람들과 배움의 기쁨도 함께한다.
부천으로 이사오지 않았다면, 이런 활기찬 생활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이젠, 시름은 접어둔지 오래다.
천사들을 만나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니 말이다.
그래서 ,
나는 오늘도 천사를 만나러 간다.
김원영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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