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소사구를 상대로 대동제(大洞制)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소사구청을 없애는 대신 기존 9개 동을 3개 대동으로 묶겠다는 것입니다. 올해 10월까지 관련 절차를 이행한 후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대동제는 왜 하는 것이며 문제는 없을까요?

기본계획에 붙은 슬로건은 ‘더 가까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입니다. 시청-구청-동 구조로 되어있는 다층 행정체계의 비효율을 개선하려는 것입니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행정업무나 민원을 동네구청 격인 ‘대동’에서 가깝게 처리할 수 있으므로 행정접근성이 강화되고 참여기회가 확대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보면 소사구에 있는 9개 동을 4개, 2개, 3개씩 묶어서 각각을 송내대동, 소사대동, 괴안대동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 대동에는 민원과, 복지과, 환경과, 안전과 등 4개과를 둡니다. 대동이 아닌 6개 동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첫번째 의문이 생깁니다. 대동제의 취지가 시-구-동으로 짜여진 다층행정체계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대동 아래 남아 있는 6개 동의 입장에서는 대동이 구청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구청이 좀 더 가까워진다는 외에 다른 효율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3개 대동의 동장은 현재 5급 사무관에서 4급 서기관으로 격상됩니다. 서기관 자리가 2개 더 생기는 것입니다. 현재 구청에는 7개 과의 과장과 9명의 동장 등 16명의 사무관이 있지만 대동제가 되면 대동별로 4개씩 과가 생기니 12명의 과장과 6명의 동장이 편제되어 총 18명의 사무관이 필요하게 됩니다. 사무관 자리도 2개가 더 생기는 것입니다. 공무원 숫자도 36명이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두번째 의문입니다. 대동제 실시를 위해 공무원 조직을 더 비대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바른 방향일까요? 승진자리가 더 생기니 공무원 입장에서야 환영할 일이겠지만 열악한 지방재정을 생각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공무원 승진적체 해소를 위한 제도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는 원미구가 비대해서 분구를 요구했는데 엉뚱하게 소사구를 폐지하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인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기초지자체에 부천처럼 구청을 두는 것은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만 가능합니다. 50만 이상 도시는 행정업무가 더 많다는 점을 반영하여 일종의 특례를 준 것인데, 운영해보니 행정계층이 하나 더 생기고 조직이 비대해지는 비효율이 생겼다고 본 것 같습니다. 새로 50만에 도달하는 도시가 자꾸 생겨나서 신규로 구청 설치를 요구하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비효율을 알면서도 방치하기 힘들어서 검토해왔던 제도가 대동제입니다.

50만 이상 도시 중에서 구청을 두지 않고 운영한 사례는 통합 이전의 창원시가 유일합니다. 구 창원시는 97년에 인구 50만이 넘었지만 구청을 두지 않고 12개의 대동으로 운영했습니다. 2010년에 마산, 진해 등과 통합을 하면서부터는 대동제를 폐지하고 전국 최초로 5개의 일반구를 가진 도시가 돼 버렸습니다. 구청이 없는 대동제 실험이 막을 내려버린 것입니다.

대동제 논의는 행정계층을 간소화 하자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또한 행정업무의 전산화 등으로 동사무소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면서 인구나 면적이 작은 동을 통폐합하는 것과도 맥락이 통합니다. 그 결과로 주민 입장에서는 행정서비스 접근성이 강화하고 행정조직은 효율화, 슬림화를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제도는 이 두 가지 목표와 모두 일치하지 않습니다.

2010년 김만수 시장의 선거공약을 준비할 때 ‘대동제’를 포함시키자고 제가 이야기했습니다. 행정계층을 줄이고 대민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혁신행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구청을 없애고 10여개의 대동을 만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당선 이후 가능성을 타진했는데 정부가 반대 했습니다. 행정동을 통합하고 4급 동장을 두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아래에 과를 설치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과를 설치하면 미니구청이 돼 버리기 때문에 구청을 없애는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논리를 스스로 포기한 셈입니다.

2008년에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일반구와 대동제를 비교한 연구도 있었습니다. 일반구 제도는 시청과 구청의 업무분담을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함으로써 혼란이 초래되며 공무원 규모도 커진다고 분석합니다. 다만 일반구는 민원업무 외에 일부 집행기능도 보유함으로써 서비스 이용의 편의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결국 두 제도 모두 보완할 점이 있어 개편모형을 제시하고 있지만 어느 경우든 행정기구를 대폭 감축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시된 것처럼 행정조직이 오히려 비대해 지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구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지 못해 이 제도에 대한 찬반을 명확히 하기는 어렵습니다. 올 초 연두 동 순시 때 동사무소 신축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대동제를 검토 중’이라고 설득하는 말을 들은 것이 전부입니다. 해당 과에 문의해도 정부와 협의 중이라는 답만 돌아왔는데 갑자기 발표돼서 놀랐습니다. 의원들에게도 비밀로 해가며 진행한 일인데 결정된 후에도 의회설명보다는 기자설명회(기자회견)를 먼저 해서 불쾌하기도 합니다. 권위를 내세워 먼저 보고받자는 것이 아니라 시의회가 시민의 대의기관이고 결국 시의회에서 결정할 일이기 때문에 먼저 설명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제기한 두 가지 문제 외에도 검토할 사항이 많을 것 같습니다. 당장 대동 청사를 확보하는 데만도 42억 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일방적인 홍보가 아니라 원점에서 의견수렴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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