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 vs 상주상무 리뷰(15.4.18)

* 이 글은 축구를 사랑하는 내일의탱 (hyon_tai) 님 블로그에서 허락을 받고 실은 글입니다.(http://blog.naver.com/PostList.nhn?blogId=hyon_tai)

 

부천FC(이하 부천)가 시즌 2승 째를 기록했다. 이정협, 이용, 이승기 등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비롯해 K리그 클래식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던 선수들이 즐비한 상주 상무(이하 상주)를 상대로 기록한 승리이기에 더욱 값졌다. 지난 해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체면을 구겼던 점을 생각해보면 현재의 분위기는 무척 고무적이다. 앞으로 나아질 점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잘하고 있는 것도 많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대단했다.

 
(△ 언제나 기분 좋은 승리의 랄랄라. 멋진 골 덕분에 더욱 짜릿했던 승리. 출처: 부천FC1995 페이스북 페이지)

1. 집중력이 좋았던 수비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튼튼한 수비였다. 지난 강원 전에서 대거 4실점하면서 수비가 불안한 것은 아닌가 걱정하게도 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대체로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4백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의 터프한 수비가 돋보였다. 객관적으로 국가대표까지 포함된 상주의 개인 능력은 부천을 압도하는 것이 사실이다. 기술로 이들과 승부하는 것은 미련한 일이다. 대신 부천은 상대를 다소 거칠게 다루면서 상대를 밀어붙였다. 다소 짜증 섞인 반응까지 보이면서 상주는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역력해보였다. 이정협, 이승기 등 국가대표급 공격수들도 부천의 공격을 뚫어내는데 실패했다.

  또한 1:1에서의 열세는 협력 수비로 이겨냈다. 객관적 전력에서 약세인 부천이 취할 수 있는 하나의 방책이었다. 측면의 유대현과 호드리고 역시 수비가담을 무척 열심히 해주었다. 공격력이 뛰어난 이용과 박진포 두 상주의 측면 수비수들을 막아낼 수 있었던 건, 양쪽 측면 미드필더의 헌신적인 수비가담 덕분이었다. 거기에 골키퍼 류원우가 전반전의 위기 상황에서 여러 차례 선방쇼를 보이면서 상주의 공격을 막아냈다. 전반을 0:0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부천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다만 수비적에서 보자면 후반 말미 동점을 허용한 장면이 옥의 티였다. 공을 잘 빼앗아 놓고도 공격으로 연결하는 장면이 매끄럽지 못했고, 이용에게 공을 빼앗기면서 우측면 공간을 완전히 허용했다. 다소 허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쉽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수비는 1차적인 임무가 상대를 막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공을 빼앗으면 바로 공격으로 전환되는 스포츠이다. 따라서 수비에서 공을 빼앗은 후에 공을 어떻게 연결하는지는 무척 중요하다. 제대로 전방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역습으로 상대를 괴롭힐 수도 있는 반면, 어설픈 연결은 상대에게 공을 다시 빼앗겨 위기 상황을 자초할 수 있다. 지난 충주 험멜과의 경기에서도 볼을 잘 빼앗아 놓고도 다시 상대에게 볼을 빼앗기는 장면이 많았다. 공을 빼앗은 후의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과제라고 보인다.

 
(△ 역습 축구의 선봉에 선 호드리고와 알미르 콤비. 출처: 부천FC1995 페이스북 페이지)

2. 불붙은 역습 축구

부천이 득점한 3골 모두 역습 과정에서 나왔다. 이번 시즌 최진한 감독이 역습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된 역습을 보여준 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전까지 경기들에서는 굳이 역습을 안해도 중앙에서의 패스 축구로 주도권을 틀어쥐고 경기를 치르기도 했으니, 역습 축구를 펼칠만한 상대를 처음 만났다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알미르와 호드리고, 이현승을 중심으로 펼쳐진 역습은 빠르고 묵직했다. 두 번째 골을 기록한 호드리고는 각이 없는 상황에서 과감한 슛으로 상주 양동원의 허점을 제대로 공략했고, 이현승은 상대와 경합과정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오버헤드킥으로 부천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비록 득점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저돌적인 돌파를 선보인 알미르의 활약이 대단했다. 첫 번째 골 역시 알미르의 저돌적인 돌파 때문에 페널티킥을 얻어낸 덕분이었다.

  부천의 역습은 선수들이 여러 번 패스를 주고 받으며 연결하는 아기자기한 역습 축구가 아니다. 공을 탈취한 후 선이 굵은 한방의 패스로 상대를 위협하는 역습이다. 당연히 상대가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을 때 배후에 넓은 공간이 생기기에 알미르, 호드리고 등 스피드, 힘, 기술을 모두 갖춘 선수들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이전 경기들에서 답답한 공격을 보여주었던 것은 상대의 수비가 내려섰기 때문이다. 물론 미드필더들의 역량이 뛰어나서 짧은 패스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데 굳이 점유율을 상대에게 넘겨줄 필요는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역습을 보여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부천이 이번 경기에서 선보인 역습축구는 ‘대박’이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수비에서 공을 빼앗은 후 빠르고 정확한 연결이 이어진다면 역습 전략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진한 감독의 엔트리 변화 역시 전술과 잘 어울렸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던 이민우를 벤치로 내리고, 보다 낮은 위치에서 활약하던 이현승을 전방 배치했다. 이현승은 1차적으로 보다 공격적인 위치에 배치되었으나 준수한 수비가담으로 팀의 수비에 힘을 보탰다. 게다가 공격적으로도 공헌이 컸다. 이현승은 부천에서 가장 볼 키핑이 좋은 선수이다. 상대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고 첫 번째 터치로 상대에게서 벗어나는 능력이 있다. 흔히 말하는 ‘탈압박’이 되는 선수이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보면 알겠지만 엄청난 하체를 가지고 있어 볼을 지켜내는 데에도 능력을 보이는 선수이다. 역습 시 이현승이 공을 지켜내면서 역습 흐름을 이어간 것이 훌륭했다.

 
(△ 패스 축구를 이끌고 있는 최진한 감독. 역습도 잘하는데 중원 싸움도 잘한다. 출처: 부천FC1995 페이스북 페이지)

3. 지공 상황에서의 공격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부천의 역습 축구가 확실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번 경기를 통해 증명되었다. 하지만 마냥 역습만 노리고 수비적인 모습으로 나설 수는 없다. 부천의 미드필더들은 짧은 패스로 경기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체력이 있는 전반전의 미드필더 간 주도권 다툼에선 챌린지 팀들을 상대로라면 대체로 우위를 점할 능력이 있다. 주도권을 점하는 팀이 역습을 가할 기회가 많지는 않다. 지공 시에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의 빌드업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공격 진영으로 넘어가서는 호드리고 등 좌우 측면의 선수들에게 공이 연결되고 개인돌파에 의존하는 다소 단조로운 공격이 이어지는 것이 문제점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부천의 대대수 득점이 세트피스와 역습 시에 나왔다. 이는 애초에 팀이 하고자 했던 축구이기 때문에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팀의 주전술이 역습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적은 기회에서도 효과적인 역습을 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미드필더들이 잘하고 있는데 굳이 수비를 하면서 역습을 노릴 필요는 없다. 지공 상황에서의 공격도 어느 정도는 역량을 갖추면서 플랜B도 준비해야 한다. 공격 루트의 다변화는 팀에 있어 분명한 강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꼭 필요한 일이다.

 지난 충주와의 경기는 유난히 답답했다. 미끄러운 경기장도 한 몫했지만,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것이 컸다. 이번 시즌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충주가 깊이 내려서자 부천의 공격은 힘을 발휘하지 못햇다. 현실적으로 부천이 높은 순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순위표에서 부천보다 아래에 있는 약팀들을 상대로 확실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시즌 경기력을 생각해보면 하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 부천은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골대 앞에서 빠른 템포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 수 있느냐는 이번 시즌 부천의 성적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현재 부천의 지공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골대 앞에서 ‘속도’가 전체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골대 앞에서는 피치 위 그 어느 곳보다 강한 압박이 가해지기 마련이고 여기서 속도를 높여 상대를 무너뜨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속도’는 단순한 개인 기술이나 주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공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공의 흐름이 빨라진다면 상대 수비를 충분히 흔들어 둘 수 있다. 공을 가진 선수-공을 연결 받는 선수를 제외한 제 3자의 움직임을 통해 공을 빠르게 연결할 수 있다. 즉, 공을 주고받는 2명의 선수를 제외한 제 3의 선수가 다른 2명의 움직임을 예측하여 먼저 공간으로 움직인다면 빠른 연결이 가능해진다. 단기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최근 부천의 역습이 점점 매서워지고 있는만큼, 플랜B도 슬슬 준비해야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 언제나 멋진 응원으로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헤르메스와 함께. 출처: 부천FC1995 페이스북 페이지)

 기업의 스폰서를 받는 구단도 아니다. 그리고 광역지역자치단체를 기반으로 둔 것도 아니다. 때문에 구단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바랄 수도 없는 처지이다. 하지만 분명히 발전한 경기력이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고작 프로로 재탄생한지 2시즌이다. 부천에겐 만수르도, 아브라모비치도 없지만 차근차근 발전하고 있다. 경기력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부천FC1995란 팀은 완성이라기보다는 과정이다. 다음 경기 역시 이번 승리를 통해 발전한 부천FC1995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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