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표 학생은 올해 콩나물신문에 가입한 조합원이다. 그는 조합 가입에 앞서 sns를 통해, 콩나물신문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중2가 사람과는 다른 개체로 나뉘기 훨씬 전부터 분류되었던 고3. 그는 대한민국 고3이다. 수능 공부에 치여 만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채소 빼곤 다 잘 먹는다 말한 전정표 조합원은 키가 훌쩍 크고 몸에 살이 없다. 중동 근처 밥집을 찾던 중 조합원이 운영하는 고기 집에 들어갔다. 고기를 굽고 단정하게 자르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정도면 잘 잘랐죠?”라고 묻는데 참 잘 자른다. 김재성 조합원이 동행했다. 전정표 조합원은 송내동 청소년 문화의 집에 놓인 콩나물신문을 보고 지역언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지역에 어떤 언론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만약 콩나물신문이 아닌 부천TW나 부천MI를 먼저 봤다면 그 신문에 빠졌을 거라 했다.

 

협동조합의 딜레마

전정표 : 어제 협동조합에서 겪는 가장 큰 딜레마를 운영문제로 꼽았는데, 콩나물신문도 그 내용에 빗대면 딜레마에 빠진 건가요.

박새로미 : 그 딜레마는 초창기부터, 사업 이전부터 시작된 걸요 뭐. 하하. 그런데 그건 초기 사업이라면 어디나 마찬가지잖아요.

김재성 : 주식회사는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을 해요. 이윤만을 위해서 치열하게 다투지만, 협동조합은 상생이잖아요. 발생 원천 자체가 다르니 겪을 수밖에요.

박새로미 : 그래서 사회적기업이 무너졌잖아요. 경쟁에서 이긴 고래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려하니.

김재성 : 협동조합이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조합원들의 충성도를 높여야 해요.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좌우하니까요. 기업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고객들에게 팔기 위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내잖아요. 협동조합은 기업들처럼 시대를 빠르게 읽어내는 기술은 없어요. 그럼에도 조합원들이 떠나지 않아요. 다르게 보면 조합원은 충성심 강한 소비주체인 거죠. 협동조합과 조합원의 관계가 중요해요.

고기가 지글지글 잘도 익는다

 4월 말이면 중간고사 기간이다. 공부 많이 했냐는 질문에 전정표 조합원은 “수업시간에 수업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라고 한다. 야자도 하지 않고 학원도 다니지 않는단다.

전정표 : 전에 엄마와 공부에 대해 대화를 했어요. 공부하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고 제가 하고 싶은 거 하게 해달라고 말했죠. 그래서 강요하진 않는데, 가끔씩 공부하라고 말씀하시죠.

김재성 : 그게 그런 거예요. 사교육 나쁜 거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고 하면서도 시험 잘 봤으면 좋겠고. 그게 솔직히 부모 마음이에요.

 그는 위로 형과 누나가 있는 막내다. 스스로 애교가 많은 편이란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했을까. 언제부터 공부보다 일상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를 물으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송내동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활동하면서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몸소 느껴보고 싶었다. 전정표 조합원은 사회복지사가 꿈이다. 여느 수험준비생처럼 대학을 고민하고 있다. 존경하는 조합원은 이성재 조합원, 좋아하는 조합원은 최정우 사무국장이라고 말했다. 이성재 조합원은 언제 어디서든 책을 가지고 공부하는 모습이, 최정우 사무국장은 인간적인 모습이 보기 좋단다.

 “콩나물신문에 대해 듣는데, 조합원들이 직접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원하는 신문을 만들 수 있잖아요. 마음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걸 기사로 쓸 수 있는 게 멋졌어요.” 콩나물신문 네트워크가 탄탄해 내 지역에 누가 살고 있는지, 그리고 모임도 활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나자 전정표 조합원은 “정말 끝이에요? 대답 못할 정도로 곤란하거나 띵할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허무하네요.”라고 한다. 그러면서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일어섰다. 김재성 조합원과 난 침묵했다. 싸운 적도 없는데 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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