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근무 부활반대 1인시위 정창수 집배원

▲ 콩나물신문협동조합에 가입하면서 박종선 조합원과 함께

 

 콩나물신문 조합원에서 상근자로 업무를 익히기 시작한 첫날 귀인을 만났다. 조합원가게에 거치대를 설치하러 갔고...그러던 중 집배원 아저씨가 가게에 들르셨다. 꼭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그날 그 자리에서 콩나물신문 식구가 되셨다. 콩나물신문을 응원하러 찾아온 귀인 같았던 사람, 정창수 조합원을 다시 만났다.

- 여섯 살 아들에게 물어봤어요. ‘엄마 우체부 아저씨 만나러 갈 건데 궁금한 거 있니?’ ‘응, 편지는 왜 배달하는지 궁금해..그리고 뭐 타고 다니는지도?’ 꼬맹이가 궁금해 하는 질문부터 시작할까요? 웃음^^

 "편지는 소통이죠^^ 요즘은 편지 물량은 줄고 택배를 많이 이용하지요. 순수편지는 학생, 친구, 교도소, 군사우편이 대부분인거 같아요. ‘저는 오토바이를 이용해요. ‘93년 9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쭉 오토바이를 이용했지요. 일하다가 다친 적도 여러 번 있었죠."

- 22년간 집배원의 일을 하고 있으시다. 내가 쓴 편지를 전달해 주셨던 그 우체부 아저씨였을 수도 있겠다^^ 집배원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도 처음에는 집배원 아저씨는 고마운 아저씨 그렇게 인식했었는데, 집배원 일을 하다보니까 어우~ 이건 거의 살인적이었어요. 예전에 공장생활을 했었어요. 공장생활을 하면서 사회에 눈을 뜨고, 공장에서 노조를 만들기 위해서 활동을 하다가 잘 안 되었어요. 그러다 노동운동을 하게 되었는데 이런 이유로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더라구요. 마치고방(작은 공장)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우체부에서 집배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집집마다 배달하는 사람이다 해서 집배원이 공식명칭이 되었다는데...아직 나도 집배원이 입에 붙지 않는다.

 

집배원은 고달픈 직업

- 조합원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제가 나가는 구역이 법원 앞쪽이에요. 아침에 한 시간 정도 배달을 해요. 그 옆에 사랑마을을 세 시간 정도 다녀요. 9시부터 시작하면 11시 또는 1시에 끝나죠. 다시 상동시장근처에서 부천여고까지 배달해요. 거기도 세 시간 총 7-8시간 정도 배달을 하죠. 출근 시간은 8시까지지만 집배원은 6시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배달이 안 되어도 자기 구역을 다 소화해야 해요. 도와주는 사람이 없거든요. 근데 그런 걸 우체국이 이용해요. 새벽부터 일찍 하고 오후 퇴근시간 즈음 돌아오면 여섯시가 다 되어 근무명령이 떨어져요. 일할 만큼의 업무지시를 하지 않고, 실제 더 일해야 하는 그런 구조로 명령을 해요. 집배원 입장에서는 부당하게 생각하면서도 말을 못하죠."

- 점심은 어떻게 해결하세요?

 "일이 많을 때는 점심을 거르기도 하고요. 간혹 식당이 보이는 대로 짜장면, 백반을 먹어요."

- 근무하시면서 힘들 때는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트집을 잡거나 주장하는 사람이 있죠. 하대를 한다거나, 막말을 하고, 집배원 주제에 이런 경우 그쪽에서 민원을 제기하면 이쪽에서는 머리를 숙여야 하는 입장이에요. 속이 많이 상하죠.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때는 자괴감까지 들고, 이런 일을 계속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고. 업무가 과중할 때 명절 때나 입에 단내가 날 정도니까요. 명절기간에는 밤늦게까지 배달해야 하고 그럴 때 상당히 땀범벅이 되고 힘들어요."

 

한국은 1만 8천명, 일본은 18만명

 "집배원은 현장을 많이 힘들어 해요. 부천에는 약 187명이 넘는 집배원들이 있어요. (생각보다 많이 적은 숫자네요)부천인구가 약90만이라고 하는데, 그 인원에 비하면, 부천뿐 만아니라 전국적으로 집배원 수는 부족해요. 인력을 증원해달라고 하는 게 우리들의 요구인데 사실 우정사업본부에서는 경영적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실제로 인원 충원보다는 토요일 근무 이런 것들을 강행하려고 하는 거죠. 전국적으로 집배원이 18,000명, 정규직은 12,000명 정도 돼요. 일본은 집배원이 18만명 정도 된다 하더라구요. 우리의 열배인 샘이죠."

▲ 부천 우체국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는 정창수 조합원

- ‘집배원 장시간 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활동’이요? 최근 부천에서 그와 관련해서 일인시위를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우정노조가 57년의 역사가 있지만 한 번도 파업권을 행사한 적이 없어요. 정부의 입장, 회사의 입장에서 어용노조의 길을 걸어왔던 거지요(*어용노조 : 사용자에 대해 자주성을 갖지 못하고 사용자가 좋을 대로 하는 노동조합의 총칭) 작년에 저희 집배원이 많이 죽었어요. 최근 10년 동안 교통사고나 재해 질병을 원인으로 75명이라는 집배원이 사망했어요. 그때 살인기업으로 공공기관에서는 4위를 차지했어요. 장시간 너무 힘들게 일하고 과로로 인한 노동은 괴롭고 고민 끝에 만들어 진 것이 ‘집배원장시간중노동없애기 운동본부’예요. 현재 온라인상으로 1,800명 정도 되는데 이것이 지금의 힘듦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에요. 집배원들의 활동으로는 정보공유와 토요근무반대 관련해서 전국적으로 일인시위를 전개하고 있어요. 물론 저도 일인시위에 참여하고 있고요."

- 우정노조는 조합의 목소리를 못 내고 있고 그래서 운동본부가 필요했던 거였군요. 최근에 일인시위 하면서 여러모로 힘드셨을 거 같아요.

 "일인시위를 부천에서 한 건 처음이죠. 그날 상사(관리하는 운영직)가 왔다 갔다 하면서 ‘이렇게 일인시위 하셔도 되는 거냐고?’ 저는 정당한 활동이라고 했죠. 지난번 기자회견 한 적이 있어요. 이 이후로 윗선에서는 곤혹스러워 하지요. 그러면서‘누가 곤혹스러워한다’ ‘활동을 하셔야 겠냐’, ‘왜 정복을 입고 하냐’, ‘왜 사진을 찍었냐’, 지도실에서 파악해 오라했다면서 적어달라는 거예요. 제가 그랬어요. ‘그걸 왜 적어주냐, 당신들이 알아서 파악해라. 운동본부 회원이니까 카페 들어가 봐라, 이런 식으로 하면 나도 가만히 안 있겠다. 당신들이 이 정당한 노조활동을 자꾸 터치하면 난 부당노동행위로 신고하겠다’ 했더니 그냥 가더라구요."

 "혼자 외로이 싸우다보니 힘들어요. 집배원은 있는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까. 예전에 집배원 한 사람이 활동했었는데 ‘찍힘’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친구가 있죠."

- 선생님의 그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죠? 누가 그 심지를 심어주셨나요ㅎㅎㅎ

 "우리의 권리니까요. 누가 심어줘요? 스스로 터득 한 거지^^ 살아온 과정들이 가르쳐 준거죠. 스스로 권리를 찾지 않으면 아무도 그 권리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그런 말도 있잖아요."

-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일을 20년 하다보니까. 뭐 그러려니 하고 지내고요. 주로 술하고 운동본부 활동으로 풀죠. 가끔 산에 가기도 했고요, 아내와 영화도 보고요."

 정창수 조합원은 아내와 맞벌이를 한다. 아내와 가끔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고, 김광석 노래를 즐겨듣는다. 첫째아들은 사진을 공부하고 둘째아들은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둘째 아들이 데려온 믹스견(두리)과 함께 살고 있다^^ 아들이 군대를 가니 두리는 정창수 조합원이 돌봐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집배원도 토요일에는 쉬자

- 어떨 때 행복감을 느끼시나요?

 "운동본부 활동 자체가 행복이죠. 그 사람들을 만나면 에너지가 느껴지고 집배원 일은 내 일이려니 하지만 즐겁거나 재밌지는 않아요. 집배원 장시간 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는 온라인상에서 주로 활동하는데 주말에 토요반대 관련해서 나섰던 집배원분들과 수련회가 있어요. 한 달에 한두 번 주말에 시간을 내서 만나게 되는데 거기서 현장의 이야기를 같이 하고, 현장의 문제를 어떻게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는지 그런 고민을 시작하는 거죠."

- 처음 집배원 시작할 때 마음은 어떠셨어요?

 "그때는 재밌었죠. 아까 이야기 했듯이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거나. 그럴 때는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택배 사업을 한지가 얼마 안돼요. 택배가 별로 없었고. 집배원들 가면 반겨주고 그랬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는 힘들어도 그런 것이 위안이 되고, 몸이 고되고 힘들었어도 끝나고 술한잔으로 다~ 풀렸지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 콩나물 신문에 하고픈 말씀은?

 "호호호 ‘박종선조합원 가게 갔다가 이렇게 된 거 잖아요. 박상래 이사님이 권유 하셨고. 지역 신문으로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콩나물신문은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그런 신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참 정창수 조합원님도 편지를 쓰시는지?

 "생일 때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요."

 집배원의 5일째 근무가 10개월 남짓 진행되고 다시 토요근무제를 실시하려고 한다. 경영적자라는 이유로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을 늘려 해결하려는 것이다. 집배원도 사람이다. 집배원 토요 근무제 부활을 반대한다. 집배원들의 일터가 안전을 보장받고 인간다운 삶터이길 기대해 본다. 모든 집배원들의 안녕을 바라며 파이팅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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