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챌린지 22R 부천FC vs 강원FC 리뷰

 지난 13일 부천 헤르메스캐슬에서 열린 K리그 챌린지 22라운드 부천FC(이하 부천) 대 강원FC(이하 강원)의 경기에서 부천이 3:2로 승리하면서, 6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4위인 수원FC를 5점차로 추격하면서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전반에 선제골을 내주고 강지용의 퇴장까지 이어져 패색이 짙었기에, 부천 팬으로서는 짜릿할 수밖에 없는 역전승이었다. 전반에는 단조로운 경기 양상이 이어졌고, 퇴장까지 발생하면서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일방적 경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 했다. 하지만 최근 영입된 두 선수, 임경현과 루키안 투입 후 경기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 가장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임경현이었다. 상대의 허를 찌른 프리킥골도 돋보였고 페널티킥을 실축했음에도 침착하게 밀어넣으면서 기록한 골도 빛났다. 하지만 임경현의 활약은 단순히 골에 그치지 않는다. 임경현의 투입으로 부천 팀 전체는 안정감을 얻었다.

 각각 11명의 선수로 경기를 치르다가 후반전이 되어선 하나의 팀이 되어 경기를 치르는 것 같았다. 사실 전반전 부천이 보인 부진에는 선수들 간의 의사소통 부재가 컸다. 각자 플레이를 하느라 급급해서 동료들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어린’ 팀에서 쉽게 나타나는 경기 양상이었다. 공격의 중심인 미드필더들은 번번이 호드리고와 알미르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고, 호드리고와 알미르 역시 동료들에게 호흡을 맞추는 모습은 아니었다. 부천의 선수들은 동료가 받기 좋은가를 고려하지 않은 패스를 뿌렸고, 동료가 나에게 어떤 패스를 줄 것인가를 고려하지 않고 움직였다. 게다가 항상 앞을 향하는 급한 플레이는 이러한 불협화음을 심화시켰다. 공을 받는 선수들도 전방으로의 움직임이 많았고, 차분한 빌드업보다는 후방에서도 전방을 향해 띄워주는 다소 무의미한 패스들만 반복했다.

 하지만 임경현의 투입 이후 부천의 플레이는 한결 여유가 생겼다. 강원의 이한샘이 퇴장되기 이전에도 미드필더에서 여유 있는 플레이를 보이면서 팀의 공격을 조율했다. 후반전에는 공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다소 들뜬 부천의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또한 적절한 백패스를 통해 소유권을 지키면서 공격 작업에 여유를 더해주었다. 임경현이라고 하는 ‘지휘자’가 생기자 부천은 빠르게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또 임경현은 전반에 교체되어 들어오자마자 과감한 슛을 시도하면서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바꾸었다. 이런 능력을 가진 선수들을 우리는 ‘리더’라고 부른다.

 여기에 루키안을 더하자 재미있는 화학 반응이 일어났다. 루키안은 호드리고나 알미르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호드리고와 알미르가 스피드를 앞세운 드리블을 펼치는 타입이라면 루키안은 등지는 플레이에 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브라질 선수답게 탄력이 좋으면서도 억센 몸싸움을 보이면서, 강원 수비수의 중심을 무너뜨리며 공을 따내는 장면이 많았다. 기술 역시 갖추고 있기에 함부로 달려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전반에 공격수로 나섰던 김륜도가 높이를 갖추고 있고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부지런한 선수이긴 하지만, 전반전 내내 공격적으로 부족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번 시즌 멀티플레이어로서의 가치를 뽐내고 있는 김륜도는 루키안의 투입으로 미드필더로 보직을 옮겨 팀의 중원을 부지런히 커버하면서 제 몫을 다했고, 수비수를 등지고 자리를 지켜주는 루키안을 중심으로 부천의 공격은 활력을 얻었다. 비록 루키안은 골을 넣지 못했지만 중앙에서 공을 안정적으로 받아주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부천 공격이 살아났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팀의 중추를 이루던 이현승의 이적으로 전력 누수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었다. 실제로 이현승은 중앙미드필더로서 안정적인 볼키핑과 드리블 실력을 뽐내면서 부천 공격을 이끌었다. 이번 경기에서 그의 빈자리가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임경현의 등장은 부천에 있어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언급한 경기 조율 능력과 강력한 슈팅 능력은 부천의 경기력을 안정시키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수비진의 경우 고참 선수들이 있지만, 미드필더들은 대부분 90년대생으로 팀을 이끌어줄 선수가 없다.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되어 K리그 클래식을 경험한 선수인데다가, 86년생으로 올해 30살이 된 임경현이라면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루키안 역시 기존의 호드리고와 알미르와는 다른 강점을 가진 선수라고 여겨진다. 호드리고와 알미르는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와 역습에 강점을 가진 선수들이다. 또한 스타일 자체가 본인들이 드리블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강원전 전반처럼 상대가 공간을 허용하지 않으면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루키안은 전형적인 중앙공격수로서 등지는 플레이에 능하고,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는 물론 순간적으로 수비를 떨쳐내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루키안은 부천 공격에 다양성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전반전 말미의 교체로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 싶었는데, 결국 최고의 한 수가 된 루키안과 임경현의 투입. 출처:부천FC1995 Facebook 페이지

 부족한 재정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지더라도 응원의 박수를 거두지 않았는데, 요즘처럼 좋은 성적까지 낸다면 팬으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 2승 2무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어, 팬 된 입장에서 ‘승격’의 꿈을 꾸지 않을 수가 없다. 이현승의 공백은 아쉽지만 임경현과 루키안의 등장으로 부천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를 마친 현재 순위는 6위.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4위까진 고작 승점 5점이다. 적응을 마친 루키안과 임경현과 함께하는 부천의 안정적인 후반기를 기대해본다.

 

* 내일의탱 님의 11 그리고 그 이상 블로그 blog.naver.com/hyon_tai에서 실린 글입니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