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학력위조의 의혹에 선 석왕사 영담스님

 부천에서 석왕사는 유명한 사찰이자 거의 유일한 사찰이기도 하다. 여타 작은 사찰들이 있지만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석왕사에서 주지로 오랫동안 주재해온 영담스님은 부천에서 지극한 존경을 받아오고 있다. 일찍이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해 눈을 떠 현재까지 헌신적인 뒷받침을 해오고 있고, 부천의 노동계, 시민단체, 정치권에 영향력이 지대하다. 국회의원, 지자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영담스님이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선거판도가 휘청거릴 만큼 지대해 정치인들은 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이야기다.
조계종 중앙종회에서도 최다선 의원으로써 그 영향력도 막강하다. 여기에다 동국대 이사, 불교방송국 이사장까지 맡아왔다.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인 자승스님의 오른팔로 시작해서 개혁세력의 선두그룹을 유지해왔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그런데 명진스님과 더불어 자승 스님을 비판하는 세력으로 돌아서면서 반대파들이 영담스님의 각종 의혹을 드러내며 압박을 가는 형국이다. 조계종 총무부장 시절 명진스님을 봉은사로부터 몰아내는 데 앞장섰지만 이번에는 명진스님과 손잡고 자승스님을 몰아내는데 앞장서는 것 같다.
하지만 영담스님의 허물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치명적인 실수라고 해야 하나. 그 첫 번째이자 가장 심각한 문제가 영담스님의 학력위조 문제이다. 그 시발점은 동국대에서 행정대학원 석사, 박사까지 취득한 영담 스님에 대한 고등학교 학력위조 건에 대해 조계종 호법부에 조사 의뢰를 하면서 불거졌다. 동국대에 제출된 영담스님의 이력에 따르면 영담스님은 1974년 서울한영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같은 해 동국대 불교대학 선학과의 전신인 승가학과에서 1978년까지 4년간 다녔다. 이후 영담스님은 1996년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동국대 행정대학원에 입학해 1999년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렇게 영담스님은 자신의 이력에 1974년도 서울한영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썼지만 영담스님의 속명인 임학규가 이 학교를 졸업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법보신문 등에 따르면 한영고등학교 관계자도 “1974년도 같은 기간 동안 임학규라는 이름의 학생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한영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으면 다른 여수에 있는 한영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얘기인데, 이 학교는 유감스럽게도 74년도 보다 한참 뒤인 1983년도에 설립이 되었다는 것이다. 조계종 호법부 호법부장 세영 스님이 “호법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영담 스님은 H고등학교를 졸업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혀 영담스님의 학력위조는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법보신문 등 불교계 신문들이 앞다투어 보도하면서 불교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학력위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연예인들의 학력위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회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했고, 2007년도에는 학력을 위조해 동국대 교수로 임용되었지만 사기행각이 탄로나 실형을 살았던 신정아가 그 대표적이다. 신정아는 2007년 10월 구속 기소된 뒤 징역 1년 6개월 선고를 받았으며, 2009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최근에 이 신정아가 큐레이터로 참여하고 연예인 조영남의 화투 그림들을 석왕사 법당에서 전시회를 갖는 파격을 연출한 것도 어찌보면 영담스님의 학력위조 건에 불을 당긴 셈이다. 자신이 학력위조 혐의를 받고 있는데 학력을 위조한 신정아와 함께 기독교 신자인 조영남의 화투 그림을 내걸었다.
현재, 영담스님은 학력위조 문제에 있어 진퇴양난, 진수렁에 빠진 모양새이다. 동국대 입장도 강경하다. 영담스님이 고등학교 졸업 사실을 허위로 기재해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를 모두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담스님의 학력은 공식적으로 중졸로 격하될 수밖에 없다. 이력에도 중졸로 기재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나라에서 스님으로 살면서 “학력은 무어 말라비틀어진 무말랭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조계종 중앙종회는 영담스님의 제명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영담스님의 충분한 해명을 듣는다는 이유로 11월로 미뤄져 있지만 제명안이 중앙종회에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자승스님의 무자비한 반격인 셈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부천에서 차지해온 개혁스님으로써 위상에 걸맞게 명예로운 발언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진짜 스님으로써, 원로로써 한발짝 뒤로 물러나 있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개혁과 보수 등 너무도 복잡한 조계종 내의 힘겨루기 속에서 영담스님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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