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떴다 .
비가 추적거리는 길을 나섰는데 무지개라니.
전부터 꼭 한번 오고 싶던 대장동 첫 인상이 예사롭지 않다.
들판을 보기 전에 마을에 먼저 들렀다.

비를 머금은 벽은 묘한 깊이가 있다. 햇볕에잘 말랐던 벽이 머금은 비를 찍고 싶어 벽으로 다가선다.
한참을 그 벽과 회색벽 앞에 단정하게 자리하고 있는 반질거리는 항아리를 만났다.
"몰 그렇게 찍어 대요"

깜짝이야. 사람이 살 것이란 생각을 못했던 허름한 안쪽 문에서
할머니 한 분이 쉰 목소리를 내시며 나오셨기 때문이다.
"아, 할머니 나오셨네. 항아리가 너무 이뻐서 할머니"
나는 천연덕을 떨며 놀람을 숨긴다.
"할머니, 이리 오셔 봐. 사진 찍어 드릴께"

할머니는 피곤한 듯 하품을 하시며 손 사레를 치신다.
"찍기는 많이 찍으러 오드만,구청인가 시청인가서두,자주 찍어 가구. ."
순간, 여기가 '대장동'이라는 생각이 퍼뜩든다.
할머니는 '인자는 고만 찍구 가라'며 뒷짐을 진 채
다시 허름한 문으로 들어가신다. 그녀의 희끗한 머릿결과 굽은 등이 곧 철거 될지도 모르는 집안으로 느릿느릿 들어간다.
그녀가 살고 있는 그 집밖에서 나는 한참을 서성인다.

무지개는 사라지고 어둠이 깔렸다.
보고 싶던 대장동 들판은 그저 까만 어둠으로 만난다.
아까 만난 비 먹은 벽과 목쉰 할머니가 자꾸 떠오르는 것을 빼면
대장동은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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