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란 참 묘하다. 매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됨에도 그것을 다시 마주할 때면 늘 반갑고 새롭다. 비교적 변화가 뚜렷한 세 계절을 돌아서 만나기 때문일까? 특히 추운 겨울을 끝내고 맞이하는 봄이나 더운 여름을 끝내고 만나게 되는 가을은 유독 더 기다려지고 반가운 것 같다.
계절을 마주하고 느끼는 방법은 존재마다 다르고 방법도 여러 가지이겠지만, 반팔 티셔츠로 시작해 두터운 겉옷으로 마무리하게 되는 가을을 마주하는 방법은 더욱 다양할 수밖에 없다.
높아지는 하늘,
뺨에 닿는 바람의 까칠함,
익어가는 곡식과 열매들,
언제 열렸나 싶은 은행의 낙과,
고운 빛깔의 단풍과 노을,
마음 또한 서걱거리게 하는 낙엽,
그리고 가을에 경험한 추억들.
대부분 이런 것들로 인해 다시 찾아온 가을을 느끼게 되는데, 여기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을의 전설 OST ‘The ludlows’나 김광석, 유재하의 노래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완연한 가을을 느끼게 된다.
가을은 날씨의 변화가 심하고 차가워지는 바람과 줄어드는 볕으로 인해 생각이 많아지면서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계절이다. 반면 이렇게 흔들리는 감정에 가끔씩은 심장을 맡겨 센티멘탈함을 즐겨보는 것도 가을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될 것 같다. 계절 또한 즐기는 자의 것이 아닐까?
권미선 조합원
misun3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