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물뿌리개를 옆으로 밀어놓으며 말했다
“글씨,우리 사위가 사람이 좋긴 좋아”
“아, 그 집 사위야 말해 뭘해. 왜 또 좋은 일 있으셨어요”
늘 그녀의 입담을 재밌어 하는 남주할머니가 의자를 다시 고쳐 앉으며 대꾸한다.
“아, 긍께 어제도 내 옷을 사서 택배로 보냈드라니께”
“지난 번에는 선풍기가 오래 됐다고 선풍기 사 보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 그걸 딸년 모르게 보냈지 뭐여”

햇살이 뜨거웠다.
하지만 그녀는 아침 일찍 집앞 텃밭에 심어 놓은 야채 몇 가지를 뜯어 다라이에 이고 나오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비록 노점이지만 자신이 직접 일군 야채를 내다 팔수 있으니 말이다.
한 소쿠리를 팔면 이천원. 하루 종일 고가 밑에서 장사를 해도 그녀 손에는 기껏 이만원이상의 돈은 들어오지 못한다고 했었다. 그래도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지 않고 사신다는 그녀.손주들 용돈 주는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소사역이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였는지 아니면 날이 쌀쌀해져가면서 부터였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시들지 말라고 야채위에 뿌려주던 조리개의 물줄기처럼 누군가들에게 단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사진제공 :이응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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