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역 빅이슈 판매원 전도영씨를 만나다

 

 

평일 오후 3시가 되면 부천 북부역 파출소 앞, 빨간 조끼를 입은 한 남자가 한 손에 잡지를 들고 외친다.
“희망 잡지, 빅이슈입니다. 희망 잡지, 빅이슈입니다.”
추운 날씨인지 몸을 움츠린 채 시선을 피하며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개의치 않고 다시 조그맣게 외친다.
“희망 잡지, 빅이슈입니다.”
그냥 스쳐지나가기에는 너무 짧은 만남이 아쉬웠다. 그래서 콩나물 신문의 김재성, 전정표 조합원과 빅이슈 판매원 전도영씨는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보다 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돈을 내면서도 고맙다고 말하는 이상한 사람들에게 힘을 얻어요

“구걸이 아닙니다. 일하는 중입니다(working, Not Begging)" 1991년 영국에서 시작된 대중문화 잡지 빅이슈(Big Issue)의 유명한 구호이다. 오바마 대통령, 배우 안젤리나 졸리, 폴 메카트니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이 무료로 표지 모델이 되어 큰 이슈가 되는 이 잡지의 또 하나의 특이점은 노숙인에게만 판매권한이 있다는 점이다. 노숙인들에게 잡지 판매를 통해 사회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자립의지를 갖게 돕는다. 현재 10개국에서 14종의 빅이슈가 발행되고 있다. 빅이슈 한국판은 2010년 7월에 창간했다. 잡지 빅이슈는 권당 5000원에 판매가 되는데, 판매액의 절반인 2500원은 빅이슈 판매원에게 돌아간다. 하루 판매의 수익의 50%는 저축하는 것이 빅이슈 판매원 수칙으로 정해져 있다. 6개월 이상 판매하고 꾸준히 저축을 하면 임대주택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김재성 : 빅판(빅이슈판매원을 줄여서 부르는 말)을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전도영 : 5개월이요. 부천역에서부터 시작했어요.

김재성 : 지금 거주하시는 곳은 어디인가요?
전도영 : 동작구 사당동이요. 그 전에는 고시원에 있었죠. 고시원에서는 오래 안 있었어요. 그 전에는 서울역에 있었죠. 한 5년 정도... (빅이슈코리아에서는 2주 동안 성실하게 근무한 빅이슈 판매원에게 고시원을 한 달 무료로 제공하는 제도가 있다.)

김재성 : 어떻게 이 일을 알게 되셨나요?
전도영 : 거리의 천사들에서 알게 되었어요. 거리의 천사들은 지하도에서 배식해주는 곳인데 배식 받다가 소개로 강화도 도보여행을 가게 되고, 도보여행에서 빅이슈 소개를 받아서 오게 되었습니다.

김재성 : 현재 역곡과 부천역 이렇게 두 군데서 판매를 하는 건가요?
신은경(빅이슈 코리아 판매국 팀장) : 역곡역에서 판매를 했었는데 현재는 팔지 않고요. 지금은 경기권에서는 인지도가 낮아서인지 판매량이 떨어지면서 서울권으로 이동하시거나 (판매를) 종료하시면서 부천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판매지를 잘 지켜주고 계시죠.

김이민경 : 처음에는 빅이슈를 판매하는게 창피하셨다고 했는데, 창피함을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전도영 : 처음에는 머리 숙이고 책만 들고 있었어요. 근데 하다 보니까 당당히 들고. 판매하는거예요. 아 이렇게 자신있게 하면 되겠구나. 멘트도 있으니까요. “희망의 잡지 빅이슈입니다” 하고 외치면 되는구나.

김재성 : 부천에서 판매하기 어떤가요?
전도영 : 요즘은 공사 때문에 잘 안 팔려요.

김재성 : 부천이란 곳에서 5개월 동안 일해보니까 부천이란 곳의 인상이 어떠신지요?
전도영 : 좋아요. 사람들의 인심이 좋고. 저 쉴 때는 음료수랑 커피 한 잔 가져다주시고... 부천대학교가 있어서 대학생들이 많이 사줘요. 음료수와 함께 편지를 주시던 독자 분도 계셔요. 잡지가 한 달에 두 번씩 나오는데, 다섯 분은 한 달에 두 번씩 꼭 와요. 이번에 또 올 거예요.

김재성 :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으셨던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전도영 : 잡지를 많이 사주시면 좋겠어요.
신은경 : 이 일을 하시는 분들이 (현재는) 홈리스(노숙인)가 아닌데 홈리스라고, 아직 노숙하시거나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시지 못하는 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인식들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네요.

김재성 : 이 일을 하시면서 생기신 꿈이 있나요?
전도영 : 현재는 적금을 하고 있어요. 임대주택에 가려고... 그 후에 뭘 할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요.

김재성 : 월요병 같은 건 있으신가요?
전도영 : 아니요. 저는 그런거 없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오는게 좋습니다.

김이민경 : 하루 중 언제가 제일 행복하신가요?
전도영 : 잡지를 다 팔 때가 제일 행복해요. 오늘 하루 무사히 아무 사고 없이 가는 구나. 그럴 때가 제일 행복해요. 오늘 잡지를 이만큼 팔았으니 내일은 이만큼 팔아야겠다. 다짐을 하죠. 내일 이만큼씩. 점점 늘어나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만큼 파는 거죠.
그리고 독자들이 가끔씩 편지를 써서 줘요. ‘아저씨 고맙습니다. 감동 받았어요’라고 편지 써주는 거예요. 그런 사람이 있으면 뿌듯하죠. 가면서 되돌아와서 사가시는 분도 있어요. 그때 얼마나 고마운지. 다른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모를 거예요.
처음에는 독자들이 돈을 주면서 고맙다고 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어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 때부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말 한마디가 가장 큰 힘이 돼요. 이 잡지 안 사도, ‘아저씨 고생하십니다. 수고하십니다.’ 위로가 많이 돼요. 우리한테는 그게 큰 힘이 나요. 다른 분들은 모르잖아요. 그래도 우리는 그런 걸 느껴요. 말 한 마디가 정말 크다는 걸. 그런 게 좋아요. 행복해요. 희망을 얻으니까. 사람들이 응원을 많이 해줘요. ‘아저씨, 이런 걸 파는데 고생 많이 하시네요. 식사는 하셨냐고. 건강 챙기시라고 하고. 날씨 추운데 많이 춥지 않으시냐’고 물어보고. 여러 사람들이 많아요.

▲ (왼쪽부터)빅이슈를 판매하는 김재성 조합원, 전도영씨 전정표 조합원

부천역의 한 카페에서 시작된 대화는 3시가 가까워오자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판매를 시작하기로 약속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함께한 조합원들도 잡지를 한 권씩 사서 한 손에 높게 들고 함께 외쳤다.
“희망의 잡지 빅이슈입니다.”
한 권이 팔릴 때까지만 함께 서있겠다고 약속했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록 잡지는 한 권도 팔리지 않았다. 다른 일정 때문에 아쉽게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추운 날씨에 손은 빨갛게 얼어버렸지만, 마음은 뜨거워졌다.

▲ 전도영씨의 일하는 뒷모습

 

 

부천에서 <빅이슈>를 만나려면
- 평일 오후 3시~9시
- 부천 북부역 3번 출구

빅이슈 판매 도우미 <빅돔>이 되려면
- 빅이슈 판매원 옆에서 빅이슈를 홍보하고 응원하는 활동입니다.
- 자원봉사 활동인증서 발급
- 빅돔 기념 버튼 제공
- 참가방법
: 02-2069-1135 / www.bigissue.kr
 

 

인터뷰 | 김재성 조합원
정리 및 사진 | 김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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