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 원미산을 올랐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나왔습니다. 안개가 끼고 구름이 많아서 일출을 못보나 했더니 붉은 해가 불쑥 솟아올라서 새 기운을 전해 주었습니다. 새해에는 부천에 좋은 일 많이 생기기를 기원했습니다.

 

원미산에 오르니 부천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역곡, 범박동이 있는 동남쪽은 새벽 어둠 속에서 보았습니다. 미세먼지 스모그로 희부윰하지만 김포공항이 있는 대장동 쪽도 더듬어 봅니다. 재두루미가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산업단지로 개발하자는 소리에 마음이 시끄러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첸시아와 위브더스테이트가 긴 산성처럼 가로막은 모습은 안개 속에서도 선명합니다. 랜드마크랍니다. 팔아버린 문예회관 부지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4월 이후에는 그런 흉물이 또 생길 것 같습니다.

상동 영상문화단지로 짐작되는 곳을 찾아봅니다. 지금은 벌판입니다만 곧 개발의 삽질을 하려는 곳입니다. 영상단지의 노른자위 부지를 매각하여 대형쇼핑타운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지난해 11월에 발표됐습니다. 매수자는 유통대기업인 신세계로 내정돼 있는 상태인데, 시의회의 매각승인만 받으면 곧바로 실시협약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영상단지는 상동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유원지(녹지)로 지정한 곳입니다. 여가공간, 휴식공간이 돼야 할 곳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신도시를 설계할 때 적정한 비율의 녹지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남길 수밖에 없었던 땅입니다. 그런데 불과 15년 만에 주거 및 상업 용지로 도시계획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녹지 대신 들어올 시설은 호텔, 백화점, 창고형 할인매장 등입니다. 상동 일대의 엄청난 교통혼잡은 불 보듯 훤한 일이고, 부천을 물론 부평, 계양 등 서부 수도권 일대의 소규모 유통상인과 자영업자들을 일거에 괴멸시킬 괴물입니다. 아파트단지 상가나 도심 상가는 텅텅 비게 될 것이고 지역경제는 대기업에 종속될 것입니다.

이런 계획 자체를 모르는 시민이 대대수인데 부천시는 사실상 결정을 했습니다. 시의회 매각승인 절차만 거치면 이 사업은 진행됩니다. 시의회가 사실상 마지막 절차인 것입니다. 애초에는 지난해 12월 회의에 매각 건을 상정하려고 일정을 잡았는데 그냥 지나갔습니다. 1월 19일부터 열리는 임시회에 상정할 지도 모릅니다. 지난번 중동특구 매각 안건처럼 여론수렴도 없이 시의회 표결을 재촉해서는 안됩니다. 충분한 의견수렴과 협의가 끝난 후에 시의회로 보내야 할 것입니다.

매각요구 상정은 적어도 총선 이후로 미뤄야 합니다. 아울러 총선 후보들, 적어도 원미을 후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시장이 추진하는 일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들은 이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됩니다. 지역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 새누리당 후보도 정확한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지역의 일에 국회의원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선 안됩니다. 국회의원 공약의 대부분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내용 아닙니까? 경선과정에서 서로 치열하게 토론하시고 후보가 정해지면 각 정당의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이런 것이 바로 정당이 있는 의미고 책임정치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4년 전 총선 때는 중앙공원에 문예회관을 건립하는 건이 이슈가 될 뻔 했습니다. 당시 민주당 후보는 민주당 소속 시장이 추진하는 이 문제를 회피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특별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총선 이후로 시의회 상정을 미루게 함으로써 시민들의 비난을 피해간 것입니다. 새누리당도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책임정당의 모습이 아닙니다. 결국 총선 후인 2012년 5월에 중앙공원에 문예회관을 건립하는 공유재산계획이 강행됐고, 이 때 문예회관 부지 매각승인도 함께 강행처리하여 지난해 부분매각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총선 전에 허겁지겁 해 치우려하다가는 더불어민주당은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또한 어느 정당이든 당면한 지역현안을 외면한 채 총선을 치르려 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 나선 예비후보들은 영상단지 문제를 회피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당장 고민한 것이 없으면 총선 이후 충분한 토론을 통해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도 내셔야 정정당당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 보다 더 절박한 지역 현안이 무엇입니까?

새해에도 무분별한 개발을 막는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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