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송내동 생활문화공동체 성과 공유 문화제 열려

 

일년 내내 ‘소란한’ 마을이기를 꿈꾸는 마을있어 찾아 갔다. 부천시 송내동 거마산 기슭 따라 길게 자리한 솔안마을이다. 마을의 서쪽 끝에는 대안학교인 산어린이학교가 있다. 자녀들이 마을공동체에 뿌리를 두고 커나가기를 바라는 엄마·아빠들의 뜻이 뭉쳐 마을의 꿈을 키워 온 지 3년째다. 물론 이 꿈 안에는 온 동네사람들이 마을 생태 안에서 자연과 친해지기를 바라는 녹색 염원도 함께 있다.

노래 ‘꿈의 대화’와 함께 『마을 꿈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꿈이 있는 마을은 그 마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을까? 거마산 도롱뇽을 지키기 위해 마을이 일 년 내내 떠들썩했다. 또 어린이들이 꽃 심을 곳을 물색하기 위해 마을 골목길을 뒤졌고, 제 손으로 꽃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고, 옮겨 심고, 물을 주었다. 그랬더니 꽃들이 잘 피웠다. ‘솔안 가드닝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둥글레 엄마 김인숙씨는 “꽃이 어린이들의 믿음을 따라 피더라”고 회고했다.

빤스음악회가 열리는 마을

이 마을에서는 ‘빤스음악회’도 열렸다. 반바지 입고 스리퍼 신고 관람하는 동네 음악회였다. 빤스는 ‘반’과 ‘스’가 합쳐진 건데, 빤은 반이 경음화한 말이다. 이 음악회를 통해 데뷔해서 유명해진 성주초 6학년 강예손 어린이가 무대 위에 섰다. 멋진 오카리나 연주였다.

동네 목공소의 간지럼 아빠가 목공교실을 열어, 무언가를 만들어 나눔 장터에도 내놓았다. 벼룩시장과 함께 열리는 나눔 장터를 통해 모은 기부금이 90만원을 넘었고, 이는 송내동 자치센터에 전달하여 장학기금으로 쓰이게 할 예정이다.

빤스음악회가 열리는 날이면 교회가 통째로 행사장으로 변했다. 이럴 때마다 예배공간을 내어주는 열방교회 김주태 목사님 덕분이다. 행복듬book도서관과 함께 앰프시설과 피아노와 빔 프로젝트도 제공되었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엄마들이 손수 차린 밥을 함께 먹었다.
콩나물 기자에게는 오늘 반찬 중에서 멸치 볶음, 마늘쫑 무침과 닭강정이 제일 맛있었다. 목사님은 보드게임카페 프로그램 진행자를 자처했다. 네 명 이상의 짝이 있어야 하는 게임이어서 그루핑 효과가 있고 이를 통해 어울려 노는 경험을 유도했다. 또한 단순해 보이는 보드게임 너머에는 역사와 문화교육의 의도가 숨어 있다.

송내 사랑방 사람들

이러한 소란한 마을 만들기 이야기가 지난 12월 22일 ‘2015 송내동 생활문화공동체 성과공유문화제’란 부제가 달린 『마을 꿈의 대화』잔치를 통해서 공개되었다. 공동체 차원의 성과를 내기 까지는 3년에 걸쳐 마을 안팎에 잠재한 숨은 자원들이 협력해 주었다.
산어린이학교, 성주초, 부천고, 동자치센터, 문화의 집 등이 그들이다. 특히 이 모든 자원들을 조직하고 운영한 주체는 올해로 다섯 살이 된, 『송내 사랑방(대표 권현주)』의 회원들이다. 온 마을에 온기를 불어넣는 게 꿈이라서, 대표님의 별명은 난로이다.
지난 달에는 사랑방 회원들이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초청하여,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란 주제의 강연을 듣고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그 자리에서 12명이 녹색당에 가입했다. 그렇잖아도 달팽이란 별명을 가진 엄마가 마을 꿈의 하나로 ‘에너지살림이야기’ 프로그램을 이끌어 오고 있던 터이다. 솔안 마을의 다른 염원은 ‘핵 없는 해 아래’ 사는 것이다. 소란한 마을은 문화를 만드는 공동체를 넘어 이제 녹색마을로의 전환을 위해 행동하고 있는 중이다.

녹색마을로 전환을 꿈꾼다

 

‘라운드 테이블’이라는 마지막 순서는 참가자들 모두로부터 내년에 추가할 ‘마을 꿈’들을 모으는 순서였다. 포스트잇에 적은 ′16년의 마을 꿈들이 큰 종이에 붙여지더니, 테이블의 대표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꿈을 설명한다. 어떤 산어린이학교 엄마는 퇴근해 올 때마다 도서관이 항상 닫혀 있었다면서 24시간 열리는 심야도서관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새 꿈 하나를 더 했다.
한 아빠는 어려워 보이지만 분명한 꿈을 하나 적었다. 노후를 대비해서 특별한 공동주거의 꿈을 모색해 보자고... 혼자 하면 어렵겠지만 함께 하면 쉬울 거라면서 제안했다. 헌 집을 사든지, 작은 땅이라도 사서 송내동이 좋아서 눌러 앉기로 한 사람들끼리 집을 짓고 나누어 살면 되지 않겠느냐고... 그 동안 아빠들 몇몇이서 고민해온 주제였다.

솔안 마을은 앞으로도 꿈꾸는 마을로 살아 갈 것이다. 이 꿈들이 솔안마을 모두의 꿈이 되어 실현되기를 희망해본다. 어쩔 수 없이 대면하곤 하는 불편함과 낭패감의 상처가 우리 마을 안에서 치유되기도 바란다. 마을을 거점으로 하는 재지역화가, 나은 세상으로 가는 해답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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