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좋을 리 없었던 연기

 

 

 시우물(삼정동)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었다. 아니 있다. 지금은 겉모습만이다. 안은 텅텅 비었다. ‘삼정동 소각장 문화재상 프로젝트’를 알리는 플랭카드만 색이 바랜 채 걸려 있다.

한국환경문제연구소에서 우리네 환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할 때가 있었다. 그때, 일주일 단위로 MBC 라디오 환경칼럼을 집필하는 일을 맡았다. 그래서 시우물 소각장을 자주 찾아 당시 생소했던 ‘다이옥신’의 위험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묻고 문제점으로 부각시켰다.

시우물 쓰레기 소각장이 건립될 때 시우물에 살던 주민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던 그 모습도 떠오른다. 부천시 쓰레기문제가 극에 달해 있던 때라 쓰레기소각장은 우여곡절 끝에 지어지게 되었다.

그 뒤 시우물(삼정동) 주민들이 ‘환경감시단’으로 소각장 건물에 상주하게 되고, 아이들을 데리고 쓰레기소각장을 방문해서 여러 가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다 지난 일이다. 그때 일을 떠올리며 소각장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쓰레기 가득 실은 차량들이 들락거리는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쓰레기 소각장안은 쓰레기차량에서 쓰레기를 내리면 거대한 집게차로 소각로에 퍼 넣었다. 그러면 소각로에서 쓰레기들이 활활 타올랐다. 불이 잘 타지 않으면 경유를 뿌려 불땀이 좋게 만들었다. 연기들은 필터를 거친 뒤 거대한 굴뚝을 타고 하늘 높이 퍼져 나갔다. 그게 사람들에게 좋을 리 없는 연기였다.

쓰레기소각장 굴뚝은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시뻘겋게 녹슬었을 뿐 예전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의 위용이다. 주택가 옆에 쓰레기소각장이 들어서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지...그런 일들이 지금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할 말도 없다.

사람들의 생명을 무시하고 짓밟아도 괜찮다는 무신경이 빚어낸 결과들이다. 밀양송전탑 건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한 바퀴 돌면서 마지막에 사무실 앞에 섰다. 주차장엔 어떤 VIP 차량들을 위한 주차공간이었는지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그 옆에 쓰레기 소각장을 설명해주는 설명판이 서 있다. 이제 이런 것들이 다 역사가 되었다. 그대로 보존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저 다 없애고 그저 다 치우고 그저 다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것만 능사는 아니다. 문화시설도 중요하지만 쓰레기소각장의 위험성을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대장동 지역에 쓰레기소각장이 날마다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부천시민들은 이 쓰레기소각장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날마다 뿜어대는 연기가 정말 안전할까? 도심하고 조금 떨어져 있다고 안심해도 좋은 것일까? 이런 물음이 연이어 이어졌다.

시우물쓰레게소각장 사무실에서 나온 여자 공무원은 나를 보자 대뜸 “사무실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먼저 꺼내놓는다.

“제가 언제 안으로 들어간다고 했습니까?”

공무원들은 버릇처럼 시민들에게 경계심부터 갖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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