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여력이 생겼을 때를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흔히 재정위기는 재정여력이 충분치 않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정여력이 충분한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위기를 겪는 사례를 오히려 더 자주 보게 된다. 재정여유가 있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할 여건이 되고, 타당성이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재정위기에 빠지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대표적으로 재정이 탄탄한 지방자치단체이다.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10위권 이내로 최상위권에 있고, 2016년 예산규모도 1조 8천억 원이 넘어 부천시와 비교해도 상당히 크다. 용인시가 재정위기에 빠진 사례를 통해 부천시가 앞으로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용인시 재정위기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BTO 방식의 민간투자 사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00년 초부터 정부는 민간투자를 유치한다고 하면서 BTO 또는 BTL 사업을 진행해 왔다. 사업을 BTO 또는 BTL으로 추진한다고 하면 뭔가 세련되고 첨단 기법을 동원한 사업인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정부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요술방망이로 여기기도 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별 내용이 없으면서 세금만 축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BTO는 Build-Transfer-Operate의 약자로 도로, 철도, 지하철 등의 건설비용을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에 진행된다. 민간업자가 정부 대신 자본을 조달하여 도로 등을 건설(Build)하고 그 소유권을 정부에 넘겨주되(Transfer), 민간업자에 일정기간 운영권(Operate)을 보장하여 운영수입으로 건설비용을 회수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만 진행한다고 하면 서로 공정한 계약일 수 있다. 민간업자가 예측을 잘 했으면 운영수입이 충분히 발생하여 건설비용을 상환하면서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되고, 예측이 틀려 운영수입이 충분히 발생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

  과도한 MRG 보장이 BTO사업의 문제점

  BTO 사업의 문제는 과도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을 한다는 데 있다. 민간업자의 참여를 활성화한다는 명분하에 예측수입의 일정비율을 MRG로 보장해 주는 것이 문제의 화근이다. 예를 들어 하루평균 10만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MRG를 90%로 정하면, 실제로 2만명이 이용하든 3만명이 이용하든 10만명의 90%인 9만명에 해당하는 운영수입을 보장해 준다. 즉, 9만명의 이용요금과 실제 운영수입의 차이를 정부가 보전해 주게 된다.

  이러한 방식에서 민간업자는 실제로 그 도로나 철도의 이용객이 충분히 있을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하기보다는 예측수요를 부풀리려는 의도를 가지게 된다. 예측수요를 부풀려서 정부의 승인만 얻어내면, 리스크 없이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업자 입장에서는 예측수요를 부풀려 사업성이 있는 것처럼 만들고, 예측수요의 80~90% 수준의 MRG만 따내면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 정확히 따져 봤으면 하지 말았어야 하는 사업이 버젓이 진행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조작에 가까운 예측수요 부풀리기

  용인 경전철의 경우 당초 사업계획 수립시점에서 조작에 가까운 오류가 있었다. 복잡한 계산을 통해 경전철 건설이 사업성이 있는 것처럼 만들어 냈는데, 대표적으로 수단분담률을 과대 추정했다. 수단분담률이란 주민들이 이동할 때 자가용이나 택시, 버스 대신에 경전철을 선택할 비율이다. 그 비율이 높을수록 경전철의 사업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낮으면 아예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게 된다. 용인시가 최초에 민간업자와 체결한 협약의 근거가 된 수단분담률은 12.2%였다. 그런데, 사후에 용인시가 별도로 용역을 의뢰하여 검증해 보니 1.5%가 적정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한가지 숫자 조작으로 무려 8배가 부풀려진 것이다.

  수단분담률 이외에도 부풀려진 각종 수치에 근거하여 용인 경전철을 하루 16만명 이상이 이용한다는 예측수입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용인시는 이러한 예측수입을 30년간 90% 보장하는 내용의 협약을 민간업자와 체결하게 된다. 용인시가 사업초기에 사업성 분석을 면밀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협약이 진행된 것이다.

 

▲ 장미빛 계획

 

▲ 실제 운행 중인 경전철

  국제 소송끝에 8,00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배상한 용인시

  2010년 용인시는 준공이 다가오자 매년 발생할 최소운영수입 보전금 규모가 두려워 준공승인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민간업자인 외국회사와 갈등을 빚게 된다. 그 민간업자는 2011년에 소송을 제기했고, 국제상사중재원까지 가서 진행한 소송 끝에 용인시는 결국 패소하게 된다. 패소의 결과 민간업자가 투입한 건설비 5,159억 원에 민간투자비에 대한 기회비용 2,627억 원 등 총 7,786억 원을 민간업자에 지급하도록 결정되었다.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8,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배상하게 된 것이다.

  용인시는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 지방채를 한도(40%)까지 발행해 건설비 5,159억 원을 지급했다. 2013년 지방채 발행 승인과정에서 중앙정부는 향후 각종 예산감축 조건을 용인시에 요구했는데, 이 중에는 향후 3년간 교육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과 복지시설에 대한 예산을 30% 삭감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경전철의 불똥이 교육예산과 복지예산으로 튀어 엉뚱하게도 학부모, 학생들 그리고 복지시설까지 피해를 보게 되었다. 나머지 기회비용(2,627억 원)은 다른 민간투자자로부터 빌려 지급했는데, 새로운 민간투자자에게 5% 이자를 포함하여 30년 동안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년 운영적자 보전에 수백억원 소요되고 있어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2013년에 경전철을 재가동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하면서 재가동업무 대금으로 350억 원을 원래의 민간업자에 지급했고, 매년 운영적자 보전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2014년의 경우 연간 운영비는 295억 원인데 비해, 연간 운영수입은 50억 원 수준에 불과하여 연간 240억 원 이상을 보전해 주었다. 운영수입이 이렇게 부족한 것은 용인시가 최초 예측한 1일 이용객은 16만명 이상이었으나 실제 이용객은 2013년의 경우 1만명을 넘지 못했고, 환승할인이 적용되어 그나마 증가했다고 하는 현재도 3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새로운 운영업체를 선정하여 운영적자 보전액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매년 수백억 원의 운영비를 보전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부천시가 미래투자 특별회계로 편성할 8,000억 원은 매우 큰 돈이다. 부천시의 2016년 예산이 1조 5천억 원이 넘는다고 하나, 일반회계만 보면 1조 원 남짓 수준이다. 즉, 일반회계 규모에 맞먹는 특별회계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용인 경전철의 사례는 8,000억 원 정도의 큰 돈도 한번의 잘못된 사업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용인시의 재정위기는 민간업자가 제시한 계획을 면밀하게 따져 보지 않고 성급하게 추진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부천시도 부동산 개발업자의 장밋빛 계획에 현혹되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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